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29 05:31

"장자승계원칙과 충분한 경영훈련 과정 덕분"

1995년 2월 22일 LG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신임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LG>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그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사업을 물려받게 되면서 LG그룹은 4대(代)째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완성하는 모습이다.

국내의 다른 주요 재벌들이 경영승계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을 기억하면 매우 모범적이라고 평가할만 하다. 이는 LG만의 혹독한 경영수업과 장자승계 원칙이 원동력이 됐다.

LG그룹은 29일 오전 9시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구 상무를 ㈜LG의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당초 구본준 부회장이 당분간 총수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사회 이후부터는 만 40세의 구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는 구인회 창업주부터 구자경·구본무 회장, 구광모 상무에 이르기까지 별탈없이 승계작업에 성공하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아들인 구자경 전 회장이 2대 회장에 취임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온 장자승계원칙을 덕분이다.

LG는 구 창업주가 타계한 1969년 당시 구 창업주의 형제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구자경 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뒤로 장자승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세상을 떠난 구본무 회장은 아들인 구원모를 사고로 잃자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고 전무를 양자로 입적해 장자승계 원칙을 지켰다.

또 총수일가의 장자라도 빠른 승진 대신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인사원칙도 잡음 없는 경영승계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1999년 8월 구본무 회장(오른쪽)과 구자경 명예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LG>

LG그룹에 따르면 구자경 전 회장은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점을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구자경 회장은 70세가 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염두에 두고 후계자인 구본무 회장의 경영 수업을 적극 지원했다. 실제로 70세가 되던 1995년 2월 구자경 회장은 은퇴 선언을 한 뒤 회장직을 아들 구본무에게 승계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1975년 그룹에 입사해 심사 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총괄부장 등을 거쳐 1981년 금성사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에도 금성사 일본 주재 상무, 럭키금성 전무, 부사장 등 현장을 다양하게 경험한 뒤 20년 만에 1995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잇는 구광모 상무도 최근 승진없이 LG전자의 신성장사업 가운데 하나인 B2B사업본부 ID 사업부장을 맡아 현장책임자로서의 역량을 다지고 있다. 특히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으로 입사한 이후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 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현장 등에서 현장경험을 익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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