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1.18 17:17

판결 최종 확정되면 남은 1년 6개월 형기 채워야…삼성, 2016년 이후 대규모 M&A 없어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삼성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 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연매출 300조원, 임직원 30만명이 넘는 삼성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시작된 4년여간의 재판이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결과물을 받아든 셈이다. 

이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1년여간 구속된 바 있어 이날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면 앞으로 1년 6개월의 형기를 추가로 채워야 한다.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1년여간 구속됐을 때도 삼성은 총수의 부재라는 리스크를 떠안으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부재 예상 기간이 반년가량 더 길다.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후 3년간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구속에서 풀려난 이후 그해 8월 180조 투자, 4만명 채용이라는 대규모 투자·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2020년에는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V1 라인, 구미사업장, 아산사업장, 경기 수원의 삼성종합기술원, 중국 산시성의 반도체 사업장 등 일선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이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돼 총수 부재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뉴삼성' 도약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이 부회장은 당시 4세 경영권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철회, 준법경영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을 골자로 뉴삼성 이행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동력을 잃거나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첫 구속 당시 삼성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계획, 중대 의사 결정 등을 내리지 못하고, 그룹 인사도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4년여간 장기화되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 삼성과 경쟁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 ARM, 자일링스 등 유망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총수의 부재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인수합병과 같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의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가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1년 이상 미뤄진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에서는 1년이라는 차이가 수 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뒤지고,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그룹이 오너십을 중심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해외 네트워크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부터 일본, 인도, 미국 등 해외 각지의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의 소통은 삼성전자의 사업뿐 아니라 국가적 소통 창구로도 유용하게 쓰였다는 점에서 손실이 클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을 받아들여 지난해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실형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도 철회하고 노조 설립을 허용했으며 지난 14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단체협약을 맺는 성과도 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상황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 내부에서는 "그 동안 이 부회장의 노력과 성의가 허사가 됐다"는 아쉬움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소식에 재계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일부 재계 유력 인사들은 선고에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 단체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이후 공통적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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