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윤해 기자
  • 입력 2021.12.24 06:00

연초 3000선 돌파 출발…하반기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등장과 테이퍼링 위협에 '혼조세'

2021년 코스피 차트. (사진=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 시스템 캡처)

[뉴스웍스=안윤해 기자] 2021년 국내 주식 시장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바로 '롤러코스터'다.

올 한 해는 사상 첫 코스피 3000선 돌파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와 '오미크론'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질주하던 증시의 발목을 잡아 끌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그리고 정부가 야심차게 실시했던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일시 중단 등의 이슈가 연이어 터지며 올 하반기 증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에 주요 종목들의 부침도 적지 않았던 시기였다.

◆코스피 '상고하저'…박스권 증시에 해외주식·ETF로 '머니무브'

올 한해 국내 증시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으로 울고 웃었다. 올해 28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1월 6일 장중 3000선을 돌파했고 본격적인 '삼천피' 시대를 열었다. 반년 뒤인 6월에는 3300선을 넘었고, 7월 6일에는 3305.21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개인은 올해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약 80조원 이상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삼천피, 천스닥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 코로나19 델타·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상반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8월에는 델타 변이가 글로벌 증시를 타격했고, 9월에는 공급망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3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10월과 11월에는 테이퍼링과 오미크론 변이 등 불확실성이 재확산하면서 코스피는 11월 30일 연중 최저점인 2839.01을 기록했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2900~3000선을 맴돌고 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69포인트(0.46%) 오른 2998.17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10만전자' 돌파가 기대됐던 삼성전자는 8만원 아래로 추락했고, 이후 6만~7만원대를 횡보하자 인내심이 바닥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은 지난달과 이달 들어서 각각 1조7927억원, 4조907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주춤하는 사이 동학개미는 서학개미로 옷을 갈아입고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지난 11월 1021억3000만달러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결제금액 또한 4412억2000만달러로 작년 3223억9000만달러보다 36.4% 늘어났다. 박스피와 변동성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은 대체투자 및 저변동성 금융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ETF 시장 규모는 52조원에서 70조원으로 증가해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했다.

올해 박스권 장세에도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토큰) 테마는 꾸준히 시장을 주도했다. 게임에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위메이드는 연초 저점(3만5850)대비 376% 급등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록체인과 NFT를 결합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자 당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메타버스 산업이 향후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식. (사진제공=한국거래소)

◆SK바사·크래프톤·카뱅 연이은 대어급 상장…"IPO 대호황"

올 한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스팩·리츠 포함)은 106개로 지난해 88개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올해 IPO 시장의 연간 누적 공모 규모는 20조2527억원으로 지난해(5조6951억원)보다 약 1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 SKIET(2조2460억원),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크래프톤(4조3098억원),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등 조 단위의 대어급 공모주들이 흥행을 이끌며 대거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공모주 상장 이후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에 도달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대하며 IPO 시장에 뛰어들었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청약증거금만 63조원 이상을 모았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8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하반기에는 카카오뱅크 58조3000억원, 현대중공업 55조8000억원 등 공모주를 받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이들은 공모가 대비 SK바이오사이언스 290%, 카카오페이 107%, 현대중공업 77%, SK아이이테크놀로지 64% 정도의 수익률을 내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내년 IPO 시장은 올해보다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내년 공모주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더 많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 상장이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은 추정 시가총액만 최대 70조원에 이르며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만 10조9225억∼12조7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출격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현대오일뱅크, 마켓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올리브영, SSG닷컴 등 조 단위 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된 만큼, 내년 IPO 시장는 올해를 뛰어넘는 호황기를 맞을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제공=상가정보연구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제공=상가정보연구소)

◆코로나 변이 악재? 증권사 순이익 '1조 시대' 열었다

올해는 코로나 변이 악재에도 일찍이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한 증권사가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두 증권사는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이 약 1조20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약 98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217억원, NH투자증권은 7943억원에 달하고 있어 순이익 '1조 클럽' 달성이 기대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한국투자증권 1조638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2506억원, 삼성증권 1조1183억원, NH투자증권은 1조601억원, 키움증권은 9608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키움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은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기대된다. 3분기까지 KB증권은 7295억원, 메리츠증권은 7657억원, 대신증권은 81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들은 올해 4분기 실적에 따라 1조클럽 가입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중소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교보증권 1692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1327억원 ▲KTB투자증권 977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수점거래란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로 매수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소수점거래 수수료는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일반 해외주식 거래보다 가격이 더 비싼편이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이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이 밖에 ▲DB금융투자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토스증권)
토스증권 앱 화면. (사진제공=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토스증권…증권가 고인물 '위협'

국내 대표 빅테크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권 플랫폼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내년 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고 국내외 주식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가능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별도의 MTS 앱을 만들지 않고, 카카오톡 앱 기반의 정보 제공 기능과 카카오페이 앱을 활용한 거래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518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MTS 출시 이후 계좌 개설 속도는 더 빨라져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에 등록된 총 이용자 수는 37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분기 말 기준 204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존의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토스증권은 올해 3월 MTS를 선보이면서 국내 증권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토스증권은 주식 증정 이벤트와 간편한 MTS를 내세워 출시 9개월 만에 4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토스증권은 이달 초 520여종의 미국 주식과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해외주식 매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매매 서비스는 MZ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내년 1분기 소수점 매매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며, 그전까지는 투자 가능한 주식 종목과 ETF 종목 수를 5000여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핀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증권사들까지 신규 MTS 출시 및 서비스 고도화 작업에 나서면서 MZ세대를 잡기 위한 증권가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KB증권은 8월 라이브커머스와 주식거래를 접목한 '마블 미니' 앱을 출시했고, 삼성증권은 두 달 앞선 6월 간소화한 MTS인 'O2(오늘의 투자)'를 내놨다. 키움증권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 차세대 MTS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