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2.28 06:00

GM·폭스바겐·스텔란티스 잇따른 전동화 선언…반도체 부족에 생산량 '뚝'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아이오닉 6(왼쪽부터)',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사진제공=현대차동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사진제공=현대차동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라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나날이 커지는 탄소중립 중요성에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됐고,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차 전환이 필수적인 국면에 맞닥뜨렸다.

아울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닥친 한 해이기도 했다. 이에 연말을 맞아 올 한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슈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전기차 전환 원년"…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동화 전략' 속속 발표 

올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원년으로 자리매김한 한 해였다. 국내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만의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전기차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올해 1월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2035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최초로 휘발유·디젤 엔진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GM은 향후 5년간 최소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연이어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이 차례로 전동화 전략을 공개했다. 올해 7월 폭스바겐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늘리고, 2040년까지 그룹 내 거의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스텔란티스도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서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구성하고, 2030년까지 저공해차 판매량을 유럽 시장은 70%, 미국 시장은 4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는 다소 늦게 출발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총 30종의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고, 연간 350만대의 글로벌 판매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이달 밝혔다. 렉서스는 2030년까지 전 카테고리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 100% 전기차 판매를 실현한다는 것이 목표다.

국내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환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9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구성하고, 2040년까지 기타 주요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의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두 달 뒤인 11월, 기아는 2035년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동화 차량으로만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개를 출시해, 파생 전기차 4종과 함께 총 11개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전기차·수소차로 조기 전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5년까지 5년간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 등에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 때 테슬라만의 '도전'으로 여겨졌던 전기차가 올해 들어서는 거스를 수 없는 산업 대전환의 키워드로 부상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올해는 전기차 시장의 '태동기'였다"며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미래 모빌리티를 향해 전환하기 위해 글로벌 업계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으로 대표되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 준비를 확실히 마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 공장. (사진제공=GM)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 공장. (사진제공=GM)

◇반도체 부족에 자동차 업계 '몸살'…판매량 감소 속 국내 업체들 선방

지난해 말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올해 내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상반기에는 예상보다 빠른 자동차 산업 회복세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주문이 증가했지만, 이례적인 한파와 화재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장의 생산이 마비돼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인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업체인 NXP와 인피니언은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일본 르네사스는 공장 화재로 공장이 한 때 멈췄다. 여기에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MCU 등을 위탁 생산하는 TSMC의 대만 공장이 가뭄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자, 차량용 반도체 품귀는 절정으로 치닫았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부족 사태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수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가 위치한 동남아시아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수급난은 3분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런 여파에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생산 차질 규모는 10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손실 규모는 약 2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GM,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상위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1~3분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0% 전후의 생산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피해가 가장 컸던 한국지엠의 경우 부평 공장 감산 실시 등으로 올해 11월까지 누적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했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내의 3분기 누적 생산 실적은 2019년 동기 대비 11.6% 줄었다. 미국, 일본, 독일이 각각 26.2%, 21.4%, 40.3%의 생산 감소를 겪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높은 위기 대응력을 발휘해 2019년 대비 생산량 감소 폭이 14%에 그쳤다. 일본 업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7.1%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는 "올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펼쳐진 가운데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상당한 선전을 펼쳤다"며 "모두가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 투입 차종이 적절한 배분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전기차 경쟁이 핵심 부품 내재화로 연결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미국의 인텔은 정부의 보조금 및 전방위 협력 지원 아래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했다. 일본의 도요타·덴소는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에 지분을 투자하고, 팹리스 합작회사 MIRISE를 설립했다. 또 정부의 주도로 공동 투자를 통해 TSMC 현지 공장을 설립 키로 했다.

우리나라도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회사도 그간 저수익으로 외면했던 자동차용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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