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12.23 06:00

4대 금융그룹 올해 예상 순익 14조5400억…"내년도 호조 이어질 것"

KB·우리·신한·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제공=각 사)
KB·우리·신한·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대한민국 금융권은 올해도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로 고조된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당국의 대출 증가율 규제,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가치 있는 2021년을 보냈다.

하지만 금융 플랫폼을 앞세운 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로 등극하면서 기존 금융권에는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금융 시장에서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 한 해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우대금리 축소와 시장금리 상승 등이 일어나며 금융 소비자는 물론, 금융권도 적잖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역대급 실적에 웃은 금융권…KB·신한금융, '4조 클럽' 입성 예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연간 당기순이익 '4조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예상 연간 순이익은 4조4625억원, 신한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4조2839억원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3025억원, 2조4922억원이다.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원을 웃돌았다. 3분기 만에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10조8143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21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733억원) 대비 34.6%(3조1381억원) 늘어났다.

금융그룹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지난 2분기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77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1%(8943억원) 늘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3조4552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신한금융도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돌파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55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6%(609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었던 3조4146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좁혀졌다. 지난해 3분기 2782억원이었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1년 뒤인 올해 3분기 1501억원으로 줄었다.

하나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2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5%(1703억원)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81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2조6372억원을 뛰어넘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분기 기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7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6%(2984억원)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198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1408억원 대비 92.7%(1조575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1조3073억원을 뛰어넘은 실적이다.

주요 금융그룹의 역대급 실적 배경은 대출 급증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크게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3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311조816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5% 늘었다. 신한·하나·우리은행도 각각 263조4491억원, 253조4961억원, 257조49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각각 8.8%, 6.3%, 6.9% 증가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이자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의 3분기 이자이익은 8조25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6% 확대됐다. 신한금융(6조6621억원), 하나금융(4조9941억원), 우리금융(5조890억원)의 3분기 이자이익도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0.2%, 15.3%, 14.9% 불어났다.

금융지주 4사 지배순이익 전망. (자료제공=NH투자증권)

◆내년도 '역대급 실적' 예고…"금리 상승에 순이자마진 개선"

역대급 실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KB금융의 내년도 예상 연간 순이익은 4조4657억원, 신한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4조512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내년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4483억원, 2조5729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4대 금융지주의 내년도 예상 지배순이익이 올해보다 4.1% 증가한 14조8470억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로 비은행 계열사 영향에 비은행 부문 실적이 다소 저조할 것으로 보이나, 은행 및 저축은행의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내년에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다시 한번 경신할 전망"이라며 이익 증가 요인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은행의 양호한 업황에 기인한 견조한 대출 성장을 꼽았다.

하나금융투자도 내년에도 순이자이익 급증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대출 억제 노력이 수반될 경우에도 내년 총대출은 5~6%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특수성에 따른 금융지원 확대 등으로 은행 총대출성장률이 각각 9.6%와 8.5%에 달했는데 내년 대출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의 예년 수준인 5~6%대로 정상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실수요자들의 가계대출 수요는 꾸준하고,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은 예외여서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 엄격한 대출 규제를 실시하더라도 가계대출은 연 3~4% 증가가 예상된다"며 "GDP 성장률과 기업들의 자금 수요 및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이후의 연착륙 대출 등을 감안할 경우, 기업대출은 7~8% 내외의 대출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봤다. 금융당국이 가팔라지는 가계부채 증가율에 보다 엄격한 총량규제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내년 은행의 평균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 연구원은 "내년 은행 평균 연간 NIM은 약 1.85%로 올해 대비 약 0.0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0.50%포인트)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런 추가 인상분까지 고려한다면 내년 은행 NIM은 평균 약 0.08~0.09%포인트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p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제공=한국은행)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월 2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대출금리 인상에 '은행 폭리 막아달라'…국민청원 '속출'

한 해를 관통한 정부의 대출 규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대금리 축소와 시장금리 상승에 대출금리가 빠르게 솟구치자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은행들이 시장금리에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정하는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높이자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 여론이 쏟아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6%대로 제한하면서 은행들은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한데 이어 지난달 1.00%로 0.25%포인트 올렸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대출금리가 오르자 '가파른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한다. 연장 시 올라간 금리 내역을 살펴보면 코픽스 금리나 채권금리가 높아진 것보다 가산금리가 더 높아진 것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우려했는데 기준금리나 채권금리보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 먼저, 더 크게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면서 그들의 이익은 올라갔지만 우려했던 가계대출의 상환 리스크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잔금대출 이자의 터무니없는 상승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게시했다. 청원인은 "2019년 2%대 중도금대출 금리가 4%대로 뛰었다.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데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출 제한으로 금융기관이 갑이 돼버렸고 금리만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가산금리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적정성을 살펴달라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은 "과도하게 예대금리차가 있는 경우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분석, 필요하면 관련된 시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대출 규제로 실 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비판에도 금융당국은 DSR 단계별 규제 시행을 1년 앞당겼고, 결국 시중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까지 제한에 나섰다. 이에 당국은 4분기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 하나은행 4.7%, 우리은행 5.4%, NH농협은행 7.10% 수준이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금융대장주 등극…'슈퍼앱' 경쟁 심화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인 지난 8월 6일 기존 은행주들을 제치고 금융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통 금융대장주였던 KB금융의 시가총액 21조7052억원보다 8조7000억원 많은 30조4000억원대로 장을 마쳤다. 

카카오뱅크의 금융대장주 등극은 금융업이 은행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이에 전통 은행권도 ‘슈퍼앱’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앱 스타뱅킹앱을 리뉴얼하는 등 모바일 앱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앱 ‘쏠(SOL)’을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을, 우리은행은 우리원(WON)뱅킹 앱을 슈퍼앱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등장과 마이데이터 시행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금융 플랫폼 경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출범한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조건 없는 연 2% 예금 금리'를 내걸며 빠르게 금융 소비자들을 잠식해 나갔다. 토스뱅크 통장은 예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시중은행의 일반 예·적금 상품과 달리 수시입출금 상품이다. 고객이 단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고객이 맡긴 금액과 그 기간에 따라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이자를 일할 계산해 지급한다.

토스뱅크는 쉬운 앱 인터페이스와 토스증권과의 결합 등으로 서비스 한 달만에 17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카카오뱅크 못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 여파로 내년 1월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금리를 1억원 초과분에 한해 기존 연 2.0%에서 연 0.1%로 변경한 것은 빠른 확장세에 브레이크를 걸 전망이다. 또한 매달 최대 4만65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혜택도 일부 하향 조정한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도 점차 단일 앱으로 비대면 이용자의 트래픽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슈퍼앱 전략) 보일 전망"이라며 "지금 현재는 각 금융회사들이 각각 수많은 앱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급자 편의를 위한 것으로 전혀 고객 친화적이지 않고 플랫폼 방향성에 부합하지도 않다. 향후 궁극적으로는 1개 금융그룹 당 1개의 플랫폼 앱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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