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2.29 06:00

2022년 전기차 전환 도약기 예고…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도 우려

정의선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2021년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 아래 현대자동차그룹을 선두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 해였다.

현대차그룹은 첫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안착하며 전 세계 완성차 업체 '빅3' 진입 문턱에 섰다. 올 한 해 현대차그룹은 '잘' 달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유독 빛났다. 2021년을 신성장동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쌍용자동차는 12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쌍용차는 올 한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긴 과정을 거쳤으며, 내년에도 정상화를 위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선 현대차그룹…'빅3' 진입 가시화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현대차그룹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각각 출시했다. 아이오닉 5는 국내 완성차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2만3760대)를 달성하는 등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EV6 역시 사전예약 하루 만에 올해 판매 목표치를 162% 초과한 2만1016대가 계약됐다.

제네시스도 올해 'GV70'과 'G80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고, 전용 전기차 SUV 'GV60'를 선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15만9558대로, 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올해 10월까지 현대차가 누적 1만9743대를 판매하며 테슬라(1만6291대)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기아도 1만3504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의 뒤를 바짝 쫓았다. 아이오닉5와 EV6는 테슬라의 베스트셀링카 '모델3'를 제치고 전기차 내수 판매량 1, 2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순위는 연말까지 유지돼 올해 처음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도 주요 해외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위상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11월 유럽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94만3433대를 판매했다. 각각 현대차가 24.3% 늘어난 47만2852대, 기아가 21.7% 증가한 47만581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대인 8.7%를 기록해 BMW와 도요타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선 올해 1~11월 미국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7% 증가한 138만4273대를 판매했다. 특히 기아가 65만2910대를 팔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추정되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처음 혼다를 제치고 미국 5위 완성차 업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빅3'로 진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459만대)은 도요타(685만대)와 폭스바겐(574만대)에 이어 올해 3분기 글로벌 누적 판매량 3위에 올랐다. 현재 스텔란티스(451만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413만대)와 연간 기준 3위를 두고 경합 중으로, 4분기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순위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올해 12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7조1006억원, 기아는 역대 최다 규모인 5조3961억원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4967억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선보인 것과 반도체 부족의 여파 속에서도 이를 도리어 활력소로 삼아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한 것은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 12년 만에 기업회생절차 수순…새 주인 찾기 나서

올해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지났다. 지난해 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쌍용차는 올해 인수합병(M&A)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당초 계획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기간 중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를 막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올해 초 유력한 신규 투자자였던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며,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와 금융기관의 지원을 통한 기업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이 혼합된 구조조정 방법인 'P플랜' 도입을 계획했다. 하지만 HAAH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지난 4월 법원은 결국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9년에 이어 또 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놨다.

이후 쌍용차는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기 전에 M&A를 진행해 투자 계약을 맺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인 '회생계획 인가 전 M&A'을 추진키로 했다. 또 ▲무급 휴업 2년 M&A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무쟁의 확약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마련했다. 

곧이어 6월 28일 쌍용차는 매각 공고를 내고, 7월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이어 9월 15일 본 입찰을 마감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10월 20일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한 달 뒤 법원은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M&A 양해각서(MOU)' 체결을 허가했다.

쌍용차는 이달 19일 인수대금을 기존보다 51억원 낮춘 3048억원으로 결정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달 말 인수대금의 10%를 내고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쌍용차 임직원의 도움을 토대로 3년 내에, 이르면 내년부터 쌍용차를 흑자 경영으로 바꿔놓으려 한다"며 "현재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생산능력도 30만대까지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쌍용차 인수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 중 7000억~8000억원을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아 마련할 방침이지만, 산은이 대출 여부에 대해 "사업계획이 타당하지 않으면 지원하기 힘들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개막한 '2021 서울모빌리티쇼'. (사진=김남희 기자)
11월 26일 개막한 '2021 서울모빌리티쇼' 전경. (사진=김남희 기자)

내년 전기차 시대 '활짝', 車 반도체 부족은 '여전'…"일자리 감소·가격 상승 우려" 

2022년 자동차 산업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가 전기차 전환의 태동기였다면 내년은 도약기로, 빠른 전기차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를 거치며 완성차 업계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각 업체들이 앞 다퉈 전기차를 내놓으며서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교수는 "충전 인프라 확산, 보수적이었던 전기차 구입에 대한 시각 변화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자율주행 등 차별화 전략이 중요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온라인 판매나 공유모델 등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 특히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감소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한국은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친환경차 전환에 급격하게 돌입하는 것을 택했고, 이는 기존 내연기간 산업의 가파른 몰락을 불러 일자리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자국 생산을 전제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해외에 생산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데다 우리나라는 비용 절감이 쉽지 않은 구조라 문제가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황의 심각성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문 교수는 "각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고 있어 내년에는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내년에는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외국 수입에 의존하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국내에서 소부장 형태로 생산 기반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등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한편 김 교수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내내 이어지면서 부품가격이 올랐다"며 "이는 내년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탄소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 증가, 철강 등 여타 다른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내년에는 자동차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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