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27 17:56
(사진=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사진=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경찰제도 개선 권고안을 토대로 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며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등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권 통제'이자 '경찰 길들이기'라며 경찰 내외부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나온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경찰 통제방안 마련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안부 장관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한 것을 그동안 역대정부가 완전히 '패싱'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강화된 경찰의 권한에 대해 "공룡 경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행안부마저 손 놓고 있는 것은 행안부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일정도 구체화했다. 오는 7월 15일까지 최종안을 만들고 관련 규정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다음 달 내에 경찰국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조직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까지 나서 경찰권 통제가 과거 독재 시대로의 회귀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경찰 반발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김 청장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현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인데,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의 반발도 식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 등을 통해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국 신설 등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결코 틀린 얘기는 아니다. 먼저 '검수완박'으로 권한이 대폭 커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경찰국 신설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해나간 '경찰 중립'의 시대정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하는 점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문제는 경찰의 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켠의 의견만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가 7월 15일 경찰 업무 조직과 관련한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무리다.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차기 경찰청장과도 소통하겠다고 했다.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의견을 수렴할지 걱정이다.

매사 서두르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당위성이 있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일이라도 서두르면 뒷말이 나오고,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급할수록 기본을 지키는 게 좋다. 경찰국 신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일선 경찰,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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