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3.12 00:05

홀대받는 못난이 농산물 정보·매칭 플랫폼 '비굿'
가격 동향·예측 정보 제공 '비굿 프라이스 인덱스'

장세훈 에스앤이컴퍼니 대표. (사진=이한익 기자)
장세훈 에스앤이컴퍼니 대표.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유한새 기자] 요즘들어 식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음식 가격을 올린 식당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식자재 가격에는 소비자 수요와 농가 생산량 뿐만 아니라 복잡한 유통 과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농가에서 싸게 팔아도 소비자에게 식자재가 전달되는 동안 비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저렴한 식자재를 찾는 외식업체들은 전체 식자재의 70%를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대 30%에 달하는 국내 농산물은 버려지거나 제대로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양이나 크기 등이 불규칙해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못난이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내 식자재 시장 상황을 사업 기회로 포착한 스타트업이 있다. 에스앤이컴퍼니의 비굿(B·good) 플랫폼은 못난이 농산물을 매개로 농민들은 '공정한 가격'(제값)에 팔고, 소상공인은 '합리적 가격'(싼값)에 살 수 있는 직거래 구조를 체계화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에스앤이컴퍼니는 기존 '원물 중심 납품 유통' 체계를 '정보 중심 매칭 거래' 방식으로 식자재 시장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출렁이는 식자재 가격으로 골머리를 앓던 소상공인들과 애써키운 작물이 제값 못받을까 걱정하던 농가의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생육·작황·수급·가격 등 예측정보를 제공해 '계획 경영'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장세훈 에스앤이컴퍼니 대표는 "현재는 현물거래 중심이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생육·작황·수급·가격 등의 예측이 가능해지면 선도거래, 나아가 선물거래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앤이컴퍼니는 지난해 11월 신산업 분야의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리금융그룹의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DINNOlab) 3.5기'로 선발됐다.

서울 관악구 '디노랩 제2센터' 내 에스앤이컴퍼니 사무실.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 관악구 '디노랩 제2센터' 내 에스앤이컴퍼니 사무실. (사진=이한익 기자)

다음은 장세훈 에스앤이컴퍼니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비굿(B·good) 플랫폼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비굿과 에스앤이컴퍼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농수산물은 현재 공영도매시장(경매유통) 체제다. 이는 농수산물을 등급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거래하는 데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양과 크기 등이 불규칙해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못난이(등급 외)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20~30%에 달하지만 가격 및 유통 체계가 부실하고, 안전하게 거래하려다 보니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데 7~10단계의 유통 채널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유통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저렴한 식자재를 찾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국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고, 실제 외식업체의 수입산 사용 비중은 70%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저희가 출시한 비굿(B·good) 플랫폼은 못난이 농산물을 매개로 농민들은 '공정한 가격'(제값)에 팔고, 소상공인은 '합리적 가격'(싼값)에 살 수 있는 직거래 구조를 체계화해 나가고 있다.

또 경매유통의 대안적 수단으로써 계약거래(이른바 밭떼기) 등을 희망하는 농민과 소상공인이 많지만, 생육·작황·수급·가격 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예측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비굿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이러한 정보 제약성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계획 경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 나가고자 한다.

한마디로 비굿은 농산물 예측정보 및 거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융합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행 농산물 유통시장의 소외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못난이 농산물 거래를 체계화하고 있다. 

또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소상공인의 정보 제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빅데이터와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산물 가격 동향 및 예측 정보 제공하는 '비굿 프라이스 인덱스'(B·good Price Index)를 출시했으며, 샐러드지수와 김치지수 등과 같은 플랫폼 참여자 맞춤형 지수를 후속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농산물 가격 예측은 물론 생육·작황 예측 등의 영역으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온라인 못지 않게 오프라인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저희는 2020년부터 농민, 소상공인, 취약계층 간 상생·공정 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기관(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북도 등), 공공기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aT·한국소비자원·국민연금 등), 대기업, 전문기업, 벤처기업 등이 참여하는 MOU를 체결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국내 첫 협력 네트워크로, 현재 에스앤이컴퍼니를 포함해 30여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상생·공정거래를 뒷받침하고, 가치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협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에스앤이컴퍼니는 2020년 1년 서울신문 사내벤처로 출발해 같은해 8월 법인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플랫폼 참여 주체인 농민 및 소상공인과 균형이익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저희 회사는 이른바 '착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모든 농산물을 가치있게'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실현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상생공정 거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의 체계적 거래 환경을 제공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해 그 이익을 플랫폼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소득 증대·소상공인 비용 절감으로 기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순환 ESG 경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세훈 에스앤이컴퍼니 대표. (사진=이한익 기자)

-못난이 식품도 다루고 있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반대로 공급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소비자 관점에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응답자의 60.5% 가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재구매 의사는 무려 95.5%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에스앤이컴퍼니가 위워크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응답자의 70% 정도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가치소비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확 자체를 포기하거나 헐값에 내다파는 농산물의 대명사가 못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농민분들을 만나 보면 '한 해 농사 수익은 못난이가 좌우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영역이다. 상품성의 차이가 클 뿐, 질적 차이는 크지 않다는 점에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판매 채널 구축에 저희 못지 않게 농가의 호응도 적극적인 상황이다.

개인적인 소신은 농산물의 가치는 모양과 크기와 같은 상품성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산물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다양성이 보장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동안 헐값에 거래되거나 폐기됐던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을 만드는 일은 이러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전제이자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다양성을 보장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농산물 유통 혁신을 넘어 정보 혁신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보통 농수산식품 가격은 농림식품부에 시세가 공시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못난이 식품 같은 경우 가격 설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이뤄지는가.

"경매유통 체제에서는 등급 기준에 부합해야 이른바 시세(경매가격, 도매가격, 소매가격 등)가 형성된다. 따라서 등급 외(못난이) 농산물은 체계적, 합리적인 가격 체계가 부재하다.

비굿은 플랫폼에서 못난이 농산물 거래가격을 AI 알고리즘을 통해 산출하고 있다. 이는 '유통비용을 줄이면 농민은 추가 수익, 소상공인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균형가격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즉 유통비용율은 채소류가 평균 50~60%, 과일류 평균 40~50%에 달하고 있다. 저희는 유통단계를 축소가 아닌 제거함으로써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균형가격을 거래가격으로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은 누가인가. 어떤 수요가 큰가.

"비굿은 2021년 1월부터 B2B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품제조가공이나 외식업 등 식자재 수요기업이 대상이다. 못난이 농산물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의 판매정보, 식자재비 절감 수단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의 구매정보를 매칭해 주는 방식이다. 

과일·채소류를 시작으로 곡류, 육류, 수산물 등 원물을 넘어 햄·소시지와 같은 가공품까지 거래품목을 확대했다. 일년 열두달 사업을 하는 식자재 수요기업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충분한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국내 전체 농가의 약 1%를 차지하는 공급 농가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의 일종인 이른바 'B2V' 서비스를 출시했다. B2V 라고 명명한 이유는 가치(Value)소비를 추구하는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상은 아직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은 아니고, 기업 임직원 전용몰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B2V몰은 판매가격과 함께 농가소득 증가율, 구매비용 감소율 등 3대 가격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거래를 한다. 

해당 기업에는 소속 임직원들이 얼마나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이를 통해 농가 수익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ESG 활동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다."

-다른 못난이 농산물 유통 업체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농산물 유통기업이 있지만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유사하다. 저렴하게 사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하고, 많이 샀으니 창고가 필요하며 이를 소량으로 나눠 판매하려면 물류 시설도 갖춰야 한다. 농산물 유통을 고비용 구조로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비굿(B·good)은 한마디로 '저비용 플랫폼'이다. 소상공인의 구매 정보를 해당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농가에 전달하면 농가는 구매 정보를 토대로 수확한 뒤 직배송하는 구조다. 

비굿은 재고가 없고 배송은 다양한 물류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기존 원물 중심의 유통납품 구조에서 벗어나 정보 중심의 거래매칭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게 핵심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 거래 기능만 제공하는 유통채널을 넘어 푸드테크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빅데이터와 AI 기술이다. 농산물의 생육∙작황∙수급∙가격과 관련한 동향 정보를 넘어 예측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R&D 연구가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R&D의 핵심적인 방향은 플랫폼 참여 주체인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손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농산물 유통업체가 판매자 및 구매자 정보를 독점했다면, 저희는 정보 투명성을 확대하는 길로 나아갈 계획이며, 플랫폼 참여 주체들 관점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거래 행위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에는 빅데이터 및 AI 기반의 정보∙거래 융합플랫폼 환경을 구축하고 2024년부터는 예측정보 기반의 컨설팅, 분석·가공 데이터 거래 등과 같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를 실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 입주 기업으로서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금융그룹 디노랩의 가장 큰 장점은 담당 조직과 인력의 지원 의지와 열정, 적극성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무료 지원 사무실만 해도 스파크랩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공유오피스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낼 정도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내재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외부지원이 절실하다. 디노랩은 이러한 스타트업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넘어 성장 기반을 다지는 충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공간, 투자, 컨설팅 등의 지원은 물론 ESG 협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내재역량을 감안할 때 스타트업과의 상생, 협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에스앤이컴퍼니의 성장을 통해 역으로 디노랩으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빠르게 증명해 보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