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23 17:46
김소영(오른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엉업 관행제도 개선 실물작업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김소영(오른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엉업 관행제도 개선 실물작업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은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은행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으나 아직까지 소비자 가격 부담 절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3월 금융감독당국에 보고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보고서의 결론이다. 금융과 ICT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신설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가장 먼저 영업을 개시하고 카카오뱅크가 같은 해 7월 뛰어든데 이어 토스뱅크도 2021년 10월 신규 참전했지만 '메기 효과'를 나타내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2015년 6월 나온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면 ▲점포 방문 없이 다양한 금융서비스 이용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 부담 완화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계기 등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는 2018년 10월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제정하는 이유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통한 '금리 단층 해소'를 손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론상 인터넷은행은 무점포 운영으로 기존 은행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객에게 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주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상에 비해 현실은 달랐고 냉혹했다. 인터넷은행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와 마케팅 등으로 적자폭이 커지자 '혁신'을 포기하고 '생존'을 선택했다. 전문기관의 평가도 유사하다. 금융연구원은 "영업 초기인 2017~2019년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여타 은행 대비 평균 예금금리가 월등히 높았으나 그 이후 격차가 줄었다"며 "평균 대출금리는 2021년까지 시중은행보다 높고 지방은행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지방은행보다도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에게 신용공급을 늘리겠다던 다짐이 수년전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2020년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액 1.4조원 중 91.5%는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이었다. 그것도 신용자에게 공급하는데 집중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즐겼던 셈이다. 2020년말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 비중은 12.1%로 은행 평균 24.2%의 절반에 그쳤다.

(표제공=금융감독원)
(표제공=금융감독원)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이 부진한 것이 드러나자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이행실적을 관리감독하기 시작하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2021년말 16.6%에서 2020년말 25.1%로 올라가고 카카오도 같은 기간 20.8%에서 25.4%로 높아졌다. 2021년말 23.9%를 기록했던 토스는 1년뒤 40.4%로 크게 상승했다. 감독당국의 눈치를 살핀 성과라는 점에서 개운하지 않다. 

더구나 인터넷은행 도입에 따른 소비자의 가격 부담 절감은 고신용자 대상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만 일부 실현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신용평가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돈을 떼일 우려가 적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 취급된 가계신용대출의 신용평점별 가중평균금리에서 카카오뱅크의 고신용자(코리아크레딧뷰로 850점 초과) 대출금리는 4.92%~5.53%로 비교 대상 15개 은행 중에서 가장 낮았다. 케이뱅크도 5.39~6.42%로 4~5번째로 낮았다. 다만 토스뱅크는 6.49~7.72%로 13위를 차지했다.

신용평점이 낮아질수록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 인하효과는 미미해진다. 카카오뱅크의 대출금리는 850~801점 구간에선 6.67%로 3위로 떨어지고 800~751점에선 5위로 내려갔다. 평점이 낮아질수록 순위도 동반하락, 600점 이하 대출금리는 11.62%로 15개 은행 중 9위에 그쳤다. 케이뱅크는 750~701점과 700~651점 구간에선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650점이하를 대상으로는 아예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표제공=금융감독원)
(표제공=금융감독원)

이같은 영업 방식 변화를 통해 2019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던 카카오뱅크는 2020년 11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흑자로 전환한뒤 2021년에는 2041억원, 2022년에는 2631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2020년까지 매년 적자행진을 이어오다가 2021년 225억원 흑자로 돌아선뒤 2022년에는 순이익이 865억원으로 늘어났다.

(표제공=금융감독원)
(표제공=금융감독원)

 향후 자산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위주로 가계대출에 나섰는데도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이 2022년말 0.77%로 시중은행(0.38%)보다 높다. 그나마 지방은행(1.12%)보다 낮은 것에 만족해야할 처지다.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을 빼고는 기업대출이 금지된다. 작년말 현재 원화대출금 47.3조의 63.9%가 가계신용대출이다. 이어 주택담보대출(15.6조), 중소기업대출(1.5조) 순이다. 중기 대출이 전체 3.2%에 불과하다는 점도 인터넷은행이 자성할 대목이다.

인터넷은행 도입의 장점으로 거론된 경쟁촉진에 따른 은행산업 경쟁력 향상도 별반 이뤄진 것이 없다. 2017년 3월 47.5%를 기록했던 예금시장 CR3(총자산 상위 3사의 점유율 합산비율)는 2022년 9월 48.5%로 오르는 등 여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허핀달-허쉬만지수(HHI)도 1262에서 1298로 소폭 올랐다. 예금시장 시장집중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판단이다.

(표제공=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표제공=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대외적 평가와는 달리 카카오·케이·토스뱅크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23일 공개된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에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취급해 왔다"고 천명했다. 담보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낮은 만큼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신용대출에서도 은행권 전반의 금리인하 경쟁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표제공=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표제공=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최근 3개월간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39%, 카카오뱅크는 4.52%로 우리은행(5.27%), 신한은행(5.23%), 국민은행(5.16%), 하나은행(4.77%)보다 낮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지방은행과 협업해 대출 자금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공동대출' 도입으로 은행권 경쟁 확대 ▲자산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목표 완화 ▲상장지수펀드(ETF) 중개 스몰-라이선스 취득 요청 ▲방카슈랑스 25%룰에서 예외 규정 마련 ▲대주주 신용공여 위반 책임 완화 ▲고객 편의 증진을 위한 일부 대면 업무 허용 등을 요청했다.

비대면 영업방식 제한으로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잔금)을 취급할 때 현장에서 X배너를 세우거나 접수 방법에 대한 설명자료 배부만 가능하다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고객이 상품이나 금리를 질문해도 직접 답변은 금지돼 설명자료를 참고하거나 앱에서 확인하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영업을 허용하면서 고객의 의문을 즉시 풀어주지 못하도록 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규제로 판단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은행권의 금리경쟁 유도를 내세우며 중·저신용대출 잔액 목표비율 완화 또는 유예를 요청했지만 이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 그간의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신용평가를 고도화하고 철저한 부실관리로 통해 내실을 다지면서 지속적인 자본 확충으로 건전성을 제고하는데 나서는 것이 정도경영이다. 

국민들은 인터넷은행에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기대한다. 

인터넷은행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비용을 절감,  그 이익을 고객에게 과감히 돌려주는데 주력해야 한다. 기존 시중은행처럼 매년 순이익을 늘려가는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없고 발전도 제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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