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10 16:59
청와대 관람 안내도 (사진=청와대, 국민의 품으로 캡처) 
청와대 관람 안내도 (사진=청와대, 국민의 품으로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이나 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은 외국인들의 필수관광코스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하고 거주했던 청와대가 유사한 위상을 갖고 있다. 청와대는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녹지원과 상춘재 등을 갖추고 있다. 북악산을 바로 뒤에 두고 있는데다 앞쪽에는 경복궁이 자리 잡고 있어 백악관이나 버킹엄궁보다 근처에 역사문화 자원과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청와대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이다. 역사의 부침과 오욕을 함께 한 곳이다.

고려 숙종은 동경(경북 경주) 대신 이곳에 이궁(離宮)을 설치하면서 남경(南京)으로 삼았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궁궐터였던 청와대 자리보다 남쪽에 경복궁을 지었다. 세종 8년에 경복궁의 후원인 청와대 터에 서현정과 연무장 등을 세웠지만 임진왜란으로 경복궁과 함께 불타버렸다. 고종 2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과 후원을 재건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통치 20주년 기념으로 조선박람회를 청와대 터 주변에서 개최하면서 경복궁 내 건물들이 상당부분 철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일제는 공원으로 있던 경복궁 후원에 1937년부터 1939년까지 조선총독 관사를 짓고 경무대라고 호칭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승만 대통령 내외는 거처를 이화장에서 경무대로 옮겼다. 4.19 혁명이후 집권한 윤보선 대통령은 이름을 청와대로 바꿨다. 

청와대 뒤로 북악산이 보인다. (사진=원성훈 기자)
청와대 뒤로 북악산이 보인다. (사진=원성훈 기자)

그간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관람만 가능했을 뿐 금단의 영역처럼 인식됐던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2022년 5월 10일 국민의 품에 안겼다. 개방 초기만 해도 최고권력자가 일했던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람객이 몰렸으나 최근 들어 줄었다. 개방이후 첫 5개월 간은 경복궁 관람객보다 많았으나 3월은 15만명대에 그쳤다. 작년 12월부터 영빈관 공개가 금지된데다 청와대 관저도 실내 개방이 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와대 전면개방으로 인근 상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둘러 개방하느라 관람객의 눈높이와 수요에 부응하는 콘텐츠가 뒤따르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된다.

관람객들의 후기를 봐도 미흡한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복궁 주차장에서 출발하기로 한 셔틀버스가 1시간 이상 오지 않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15분간 걸어가 안내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소관이 아니라 모르겠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실내외 관람로에 음성해설은 물론 전시물에 대한 음성해설도 전혀 없다. 장애인이 스스로 청와대 관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야할 것이다. 화장실에 유아 기저귀를 갈아입힐 공간도 없다고 한다.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 물론 휠체어 대여에 대해선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대체로 직원들이 보다 친절해져야한다는 충고가 적지 않았다. 

한국 방문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많아져야만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지난 2월 10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분간 적자행진이 우려된다.

청와대 춘추문 앞. (사진=원성훈 기자)
청와대 춘추문 앞.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위기 속에서 'K-관광'을 이끌어갈 주역이 바로 청와대이다. 북악산, 경복궁, 광화문 광장, 북촌·서촌과 함께 청와대 관광클러스터로 발전하는 것이 시급하다. 광화문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잡아 국내외 관광객들로 넘쳐나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 관람만이 갖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최근 활동이 종료된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은 보고서에서 청와대의 보존·관리·활용의 기본원칙을 ▲역사성과 상징성의 보존과 구현 ▲국가성장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정체성 존중 ▲정체성과 품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공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청와대 권역을 ▲역사·화합의 공간 ▲소통·문화의 공간 ▲자연·휴식의 공간으로 나누어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한 것을 제안했다. 청와대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재음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고 주변 자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면 능히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청와대 개방 1주년을 앞두고 관리 주체가 문화재청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 것은 그간 운영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지난 3월까지 시설 보존과 관람객 관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여겨 고궁 관리 경험이 축적된 문화재청이 청와대를 관리했지만 본격적인 공간 조성을 위해 대통령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10일 '청와대, 국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를 역사와 문화, 자연이 국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주변의 역사문화 자원과 북악산 등을 연계, 세계적인 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정교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가 제시한 업그레이드 기본 원칙은 ▲국민 품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기 ▲시각적 풍광 위주 관람에서 동적 프로그램으로 확장 ▲자유와 연대의 국정철학과 약자 프렌들리 정신에 기반한 콘텐츠 운용 ▲민관협력 속에서 MZ세대와 함께 해나가기 등이다.

무엇보다 새롭고 차별회된 콘텐츠로 청와대 관람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이 주목된다. 청와대의 가치를 ▲대통령 역사 ▲문화예술 ▲문화재 ▲수목에 둔 판단은 적절하다. 네 가지 핵심 콘텐츠와 관련된 전시와 공연, 탐방 프로그램을 새롭게 준비해 관람객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 앞. (사진=원성훈 기자)
 청와대 본관 앞. (사진=원성훈 기자)

문체부는 대통령 역사와 관련, 본관을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삶과 철학에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특별전시를 준비할 방침이다. 청남대에 있는 대통령 전시물과는 격을 달리 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관건이다.

청와대에는 대정원과 녹지원, 소정원 등에는 35그루의 대통령 기념식수를 포함, 5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이 자라고 있다. 문체부는 '대통령의 나무들', '숨은 나무찾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정원사들이 수십년 간 가꾼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와 꽃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발굴해 전파하고 격조 있는 해설프로그램을 제공, 청와대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K-컬처와 결합시키는 프로그램은 청와대 'N차 관람'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문체부는 개방 1주년인 5월 10일 특별 음악회 개최는 물론 국립국악원의 사철사색 연희 공연,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음악회, 국악방송의 K-뮤직 페스티벌, 국립오페라단의 K-오페라 갈라, 국립극장의 전통무용과 국악관현악 공연 등을 준비 중이다. 관람객들이 눈으로 경관을 즐기고 귀로는 주옥 같은 음악을 듣는다면 또 다시 청와대를 찾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될 것이 틀림없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춘추관에서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을 갖는다. 작년 9월 장애예술인 미술 특별전시회에 이은 행사다. 장애인이 문화예술의 주역으로 제몫을 하도록 좀더 배려할 필요가 크다. 주기적으로 무대에 올라 그간 쌓은 기량을 보여주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한다.

한정된 장소에서 소수의 어린이만 참여했던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도 바뀐다. 많은 어린이들이 MZ세대 부모들과 청와대 전역에서 전통 의장과 군악 공연 등을 구경하며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6.25 전쟁이나 광복절 등에 참전용사나 독립유공자 가족 등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된다는 것도 눈에 띈다.

청와대 권역은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만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문체부는 청년자문단 등을 활용, 북악산이 지닌 'K-클라이밍'의 진가와 인근 역사문화자원을 연계, 다양한 테마형 관광코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MZ세대가 주축이 되어 10대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청와대권역 관광클러스터 선포식도 곧 개최할 계획이다.

청와대를 관람하는 국민들. (사진=원성훈 기자)
청와대를 관람하는 국민들. (사진=원성훈 기자)

작년 5월 일반에 개방됐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대통령실 행사에 쓰이고 있는 청와대 영빈관의 관람객 접근권은 제한적으로나마 인정되어야 한다. 경호실에선 경호의 어려움을 들여 난색을 표하겠지만 행사가 없는 날에는 관람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소장한 미술품 등을 정기적으로 전시하면서 시선을 끄는 노력도 요구된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야간개방 기회를 늘려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비무장지대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볼거리로서 능히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 수 있다. 첫 출발점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역사·문화·자연 복합공간으로 꾸며지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