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21 17:18

하드웨어 효율성 향상 'HW 인지 SW' 개발 착수…성공하면 AI 반도체 경쟁력 '세계 최고'

(그래픽제공=과기부)
(그래픽제공=과기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미국 스타트업 OPEN AI는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Chat GPT 개발에 성공한뒤 일반인을 대상으로 AI서비스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 OPEN AI가 대박을 터뜨린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집결된 Azure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지난 2월 "오픈AI의 브레인 파워와 MS의 프로세상 파워가 만나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AI 혁신기술을 손쉽게 쓰고 대규모 검색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SW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제조기업 엔비디아(NVIDIA)는 AI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점유 중이다. GPU는 통상 컴퓨터의 뇌로 일컬어지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실리콘 기반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이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CPU에 비해 더 작고 보다 전문화된 코어로 구성돼 있다. 여러 코어로 나눠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서 특장점을 갖는다. AI반도체의 성능 발휘에 있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데 추가적인 소프트웨어가 불필요한 SW 구성요소들을 뜻하는 '소프트웨어 스택'의 역할이 가장 크다. 엔비디아는 CUDA 플랫폼을 운영, 자사 GPU의 병렬처리 알고리즘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철옹성과 같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3.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만 해도 자동차 가격에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자장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그쳤지만 2010년에는 35%로 높아졌다. 2030년에는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테슬라는 AI와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면서 모빌리티 분야의 SW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제공=과기부)
(그래픽제공=과기부)

당초 하드웨어 작동을 돕기 위한 수단이었던 소프트웨어는 이제 인공지능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진전된 2010년이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새로운 SW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출현 중이다. 신생 SW의 발전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되돌아보면 IBM, GE, 허니웰 등은 1970년대까지 메인프레임을 판매하면서 SW를 무료로 제공했다. 고객은 용도에 맞게 수정해 사용했다. 1980년대 들어 PC가 가정과 기업에 널리 보급되고 대규모 정보시스템을 마련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독립된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MS, 오라클, 어도비는 패키지SW를 팔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2020년이후 SW산업은 거래비용 절감과 업무효율화의 도구로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추경호(뒷줄 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추경호(뒷줄 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이제 소프트웨어는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이자 창조적 파괴자로 인식되고 있다. SW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흐름을 반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까지 SW와 ICT서비스 수출액 172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매출 1000억원 이상 SW 기업 250개 육성을 골자로 하는 '소프트웨어 진흥 전략'을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았다. 2027년까지 SW·AI 고급인재 20만명을 키워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기반을 강화하고 2021년 현재 미국 대비 90.9%로 평가되는 SW 기술 수준도 93%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생성 SI SaaS 육성방안과 기대효과. (그래픽제공=과기부)
생성 SI SaaS 육성방안과 기대효과. (그래픽제공=과기부)

무엇보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 SW 기술력을 확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다양한 하드웨어의 구조(아키텍처)를 고려해 낮은 전력으로 최고의 성능을 이끌어 내는 시스템 SW 기술 개발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하드웨어의 특성과 제약사항을 고려해 기존 모델보다 에너지, 성능, 비용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하드웨어 인지 소프트웨어(HW-aware SW)'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신경망처리장치(NPU)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네오 퀀텀 프로세서 8K 칩'을 개발, 인공지능 스마트TV에 적용한 바 있다. 깨진 화면 복구, 명암비 향상 등 8개의 AI 응용이 가능하다. 

과기부는 국내 기술로 제조된 AI반도체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엣지)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AI반도체에 특화된 SW 기술을 얻기 위해 가칭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작동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효율 컴퓨팅 SW, 클러스터 컴퓨팅 HW 기술 개발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한다.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의 최적화, 경량화, 저전력화를 이뤄내야만 지속 가능한 비용으로 AI 반도체를 구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표제공=과기부)
(표제공=과기부)

디바이스 분야별로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시스템 SW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스마트기기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연산할 수 있는 컴퓨팅을 의미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환경에서의 저전력화를 위한 조치이다.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 수요를 조사한뒤 연내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한다. 빠르면 2025년부터 차량과 UAM(도심항공교통)에서 쓸 수 있는 모빌리티 공통 SW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대표 SW 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도 기대를 갖게 한다. 품목별 글로벌 예상성장률이나 국내 SW기업의 수출경쟁력 등을 기준으로 유망 SW 품목을 골라 내년까지 2년간 연구개발비를 집중지원한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협업 SW(디지털 워크), 데이터 처리·저장·관리 SW, 개발용 SW(로우코드·노코드), 제조산업용 SW, 의료제약용 SW 등을 손꼽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2021년 4분기 기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IT 인프라 장비를 유료로 빌려주는 IaaS(서비스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에서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빅테크의 승자독식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에 비해 지메일(Gmail), 드롭박스, 네이버 클라우드, 한컴 넷피스처럼 소프트웨어를 웹에서 쓸 수 있도록 빌려주는 SaaS는 국가와 산업, 문화를 반영한 차별화가 상대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 과기부는 2021년 1102개로 파악된 국내 SaaS 기업을 2026년까지 1만개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성장단계를 고려해 우수 스타트업 육성, SW기업의 SsaS 전환, SaaS 고도화·지능화, K-클라우드 기반 AI SaaS 등 4개 트랙으로 개발비와 마케팅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생성 인공지능 SaaS를 집중 육성한다는 결정도 관심을 끈다. 생성AI를 적용하려는 국내 SaaS 기업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만으로 SaaS를 개발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종합지원한다는 것이다. 생성 AI가 회계 및 자원관리 SaaS에 적용되면 AI가 매출 부진 원인을 파악하고 기안문을 자동 작성하며 대화형 전자결재처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SaaS 기업과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생성 AI 모델 보유기업이 협력해 생성 AI를 혁신적으로 활용하는 SaaS 개발을 도울 방침이다. 

(그래픽제공=과기부)
(그래픽제공=과기부)

이날 제시된 소프트웨어 진흥전략은 작년 9월 발표된 대한민국 디지털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SW정책을 집대성한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인재 양성과 기술력 확보, 오픈소스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을 강화하고, 서비스형 SW 전환과 글로벌화를 통해 산업혁신을 가속화하며, 소프트웨어의 가치 보장 강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며, 누구나 체험하고 활용하도록 SW문화를 확산한다는 내용의 7대 전략은 합리적으로 설정되었다고 여겨진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인 시대가 왔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SW를 개발해야만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 '하드웨어 인지 SW'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향후 사용이 급증할 AI 반도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SW산업의 퀀텀점프를 통해 디지털경제의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연구기관 등과 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숨은 규제를 없애면서 우수 연구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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