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5.15 11:22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사진=도시가스공사 페이스북 캡처)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사진=도시가스공사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내일(16일)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오른다. 전기는 킬로와트시(kWh) 당 8원 올라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3000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 한다. 가스는 매가줄(MJ) 당 1.04원 올라 월 4400원의 비용이 증가한다. 통상 한 가구가 1년 동안 내야 하는 전기·가스 요금이 9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너지 공공요금까지 이처럼 오르면서 민생 불안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졌고,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을 올린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 이번에 요금인상 타이밍을 놓친다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정치권 포퓰리즘으로 문재인 정부 때부터 요금 현실화가 미뤄진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해 원가가 올랐는데도 요금인상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여건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2021~2022년 2년간 38조5000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에서 1분기에는 3조원이 더 늘어나면서 11조6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표를 의식해 인상에 눈을 감아 온 것이 손실을 눈덩이처럼 불린 것이다. 정부가 두 에너지 공기업에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이것만으론 천문학적인 손실을 해소하는데 한계에 몰린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전기·가스 요금이 이번 인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해 왔음에도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요금 인상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인 것이 걱정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국제 에너지 가격과 국내 도입가격 간의 시차가 최대 6개월이 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전·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제대로 된 요금인상밖에 없다.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h당 52원가량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이번 요금인상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는 전기·가스 요금 현실화를 더 이상 실기하면 에너지 기업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퓰리즘에 기대어 눈앞의 표를 기대하다간 에너지 공기업은 물론 국민 전체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겨울 한 차례 오른 에너지가격으로 인한 고지서 폭탄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도 지켜봐야 했다. 이런 고통은 상당 기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통을 줄이려면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하는 길 밖에 없다. 에너지를 더욱 아끼고 효율적으로 쓰는 사회적 운동을 벌일 시기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에너지 과소비 시대는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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