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6.15 16:34

'책임지도' 도입…금융사고 발생할 때 업무영역별 책임질 임원 명확히 지정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내부통제 문제에서 책임이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사고 발생 시 법상 관리책임에서 벗어나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지만 법 개정 후 이전과 같은 책임 회피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회사 내부통제의 모든 책임을 CEO에게 부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하며 법 개정 준비에 나섰다. 앞서 횡령, IT 전산사고 등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만 한정해 CEO에게 물을 계획이었지만 당국과 금융회사 간 협의하는 과정에서 중대 금융사고란 개념은 사라지고 내부통제 총괄 책임을 CEO에게 묻기로 의견이 좁혀졌다.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질 경우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세분화된 사고 유형보다 더 포괄적으로 CEO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률에선 최고경영자까지 세부 업무에 대한 책임이 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에서 그동안 금융당국이 패소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이란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DLF 불완전판매'에 대해 문책 경고를 내렸다. 이에 손 전 회장은 금감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적으로 금감원이 패소했다. 

금감원은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담당 임원(성명·직책)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대표에 대한 책임보다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에는 자율경영을 침해한다는 업계의 반발에 백지화됐지만, 금감원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손 전 회장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CEO에게 내부통제 총괄을 맡기는 대신 금융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키지는 않을 예정이다. 금융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임원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만약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됐다고 입증하는 경우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 주는 인세티브 제도도 도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와 협의하는 과정 중 CEO가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은 제외됐다"며 "또한 중간발표 내용에서 '중대 금융사고'란 개념이 아예 사라졌고, 사고 관련 책임은 임원이, 내부통제 총괄 책임은 대표에게 있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를 통해 임원(책임주체)을 사전에 업무영역별로 '관리책임자'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책임지도는 업무 영역별로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져야 할 임원을 명확히 지정해 놓은 것을 말한다. 당국은 책임지도를 도입해 모든 임원들이 내부통제와 관련해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임원 별로 책무를 명확히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업무 영역의 책임자(임원)가 지겠지만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했다면 CEO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책임질 만한 일이 있다면 CEO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회피용으로 악용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회사는 금융당국 발표 전부터 선제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자금세탁,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를 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본부장에 전무를, 부서장에 상무를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컴플라인언스부서장이 부장급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내부통제 영역을 세분화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사회의 책임도 강화한다. 개선안에 따르면 이사회는 CEO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고, CEO에 대해 내부통제 관련 의무 이행 현황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할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CEO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내부통제를 얼마나 잘했느냐다"라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업계와 세부사항을 조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내부통제에서 걸러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감독당국에서 걸러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책임을 불분명하게 세우면 당국이 떠넘기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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