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04 15:52
이상근(왼쪽부터) 서강대 교수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등이 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상근(왼쪽부터) 서강대 교수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등이 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포털뉴스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일반 뉴스 이용자이기보다 특정 연령대, 극단적 정치성향의 프로 댓글러,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라는 지적이 있다. 포털에게 뉴스 댓글은 사용자들로부터 무료로 생산된 콘텐츠이고 또 다른 트래픽을 유발할 데이터의 가치를 지니지만 악의적 여론 조작 기도자들에겐 괴담과 가짜뉴스 무한 폭격으로 여론을 출렁이게 할 발판이다." (김도연 국민대 교수)

"배경지식과 판단을 필요로 하는 기사일수록 단순하고 자극적인 댓글을 통해 쉽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포털 뉴스와 댓글의 문제점은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악플과 여론을 선동하기 의한 댓글 조작이다." (김원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사무처장)

"네이버의 현재 댓글 배열 기준은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으로 디폴트 값을 정해놓고 기사의 댓글을 게시하고 있다. 자극적인 '순공감순' 댓글 배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댓글이 무료 콘텐츠인데다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에 이를 서비스해줌으로써 더 많은 트래픽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명일 MBC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포털TF(윤두현·김장겸 공동위원장)와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4일 국회 본관 228호에서 주최한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서 제기된 토론자들의 의견이다.

국민들은 뉴스를 포털에서 소비하기 좋아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 이용 중 포털뉴스 이용 비중은 약 69%로 세계 1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6개국 평균(33%)의 두배가 넘는다. 해당 뉴스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읽어보는 비중은 5%로 해외 평균(23%)보다 크게 낮았다. 전통 언론사가 눈앞의 게재료 수익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포털에 자사 뉴스를 몰아준 판단 착오의 여파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김원(왼쪽부터) MBC 노동조합 비대위원장과 김진욱 변호사, 이상근 교수가 4일  국회 세미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원(왼쪽부터) MBC 노동조합 비대위원장과 김진욱 변호사, 이상근 교수가 4일  국회 세미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포털의 뉴스 배열 위치와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우려가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대응도 활발하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포털의 기사 배열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포털 뉴스에서 알고리즘 추천을 없애고 아웃링크(사용자가 검색한 정보의 결과를 클릭해 해당 웹페이지로 이동)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포털과 댓글의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 발제를 통해 미디어에 기인한 정치권 가짜뉴스의 변화상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2002년 대선 후보인 이회창 전 총리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병풍사건에선 이 전 총리가 낙선한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음이 밝혀지면서 허위사실을 주장한 전직 부사관 김대업과 설훈 의원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대업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도 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가짜뉴스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늦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였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을 대상으로 개인미디어 방송인이 3개의 고가 침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극적인 제목에 따른 클릭 수를 얻기 위해 여러 인터넷 매체들도 사실 확인 없이 뒤따라 보도한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 가짜뉴스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지난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주장하고 유튜브 채널도 근거가 취약한 의혹을 추가보도했다. 제보자라고 특정된 인물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가짜뉴스로 판명됐지만 여전히 인터넷 매체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가짜뉴스의 원인도 중요하지 않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도 명확하지 않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며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각 계층에 '적극적 오인자(誤認者)'를 양산하고 더 나아가 실제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뉴스나 포털 뉴스에 달라붙는 댓글의 대부분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취재원칙이나 윤리는 처음부터 무시되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읽거나 보고 싶은 방향성을 담은 뉴스와 댓글만 접하면서 '확증편향'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댓글이나 특정한 의도를 담고 조작된 댓글만을 소비하면서 자신만의 성(城)을 쌓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발전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치열한 찬반 토론과 숙의(熟議)를 거쳐 시대정신과 공동선에 부합되는 목표를 세우기는커녕 특정 진영에 치우친 극단주의가 판을 친다면 국민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무런 근거없이 날조된 댓글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IT공룡으로 비판받고 있는 포털은 기술 우위와 인증시스템을 기반으로 공공사업까지 뛰어들면서 국민 일상생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키우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6월 26일 공공 애플리케이션에서만 가능했던 자동차 검사예약, 국립수목원 방문 예약, SRT 승차권 구매 등을 네이버, 카카오T, 토스, KB스타뱅킹, 신한마이카 앱 등에서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비록 금융앱과 경쟁을 벌인다지만 포털이 검색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사 고객을 묶어 버리는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편의 확대이지만 실질적으로 포털의 지배력 강화를 도와주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건전한 저널리즘 정립을 위해 포털이 기사배열, 광고배분, 제휴심사 등을 통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는 기구인 '뉴스알고리즘검토위원회'를 통해 뉴스 유통 방식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아웃링크 제도 활성화를 위한 인링크 중심의 포털 운용방식 개선 ▲뉴스 유통과 커머스 부분의 분할을 주장했다. 포털의 뉴스 관련 부분이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포털로 뉴스를 유통할 때 발생하는 손익에 대한 관리감독 및 준수사항 이행점검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포털과 댓글 저널리즘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에 대해 김도연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포털 알고리즘으로 의견의 다양성 시장이 붕괴되고 왜곡되었지만 오랜 국내외 비판과 지적에도 불투명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법정기구 등을 통해 책임성과 전문성, 효용성이 있는 알고리즘 투명성 기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투명성과 공정성부터 보장해야만 포털은 정치적 시비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원(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과 김경수 의원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킹크랩 등 프로그램으로 19대 대선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게 유리하도록 댓글작업을 벌인 드루킹 사건은 앞으로도 재발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른 만큼 첨단 기술을 통한 댓글 조작으로 유리한 투표 결과를 얻으려는 유혹에서 정치인들이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포털의 결단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연예와 스포츠 분야에서 댓글을 없앤 것처럼 포털은 사회적 책임에 걸맞게 일반 뉴스 댓글의 중단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명일 비대위원장도 "독자 스스로 진실을 찾고 공동체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이를 준비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기간 만큼은 '순공감순'이라는 댓글배열기준과 '랭킹뉴스 순위매김'은 폐지하는 실험이 필요하다"며 포털의 결단을 촉구했다. 선거운동기간 중 기사는 '최신순' 댓글만 조회되도록 제한하고 기사 한 건당 1인 1회 댓글만 허용하며 챗GPT 사용을 규제하고 네이버와 카카오 전직원은 트래픽을 집중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강 위원장의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정치권에서 규제의 칼을 휘두르기 전에 포털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과거와는 달리 이익에서 비중이 크게 낮아진 뉴스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뒤 글로벌 초거대AI 개발 경쟁에서 성과를 서둘러 내놓는 것에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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