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11 16:20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올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된 5개 바이오기업의 공모금액은 총 74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상장된 4개 기업의 공모금액 1112억원보다 33% 줄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피비파마) 등 9개사가 2조3123억원을 공모했던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무려 96.8% 급감한 수치다. 기존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빠진 여파로 상장예정기업의 가치도 떨어지고 공모시장 투자열기까지 식은 탓이다. 

통상 주식공개 과정에서 구주를 판 돈은 주력 제품 개발에 사용된다. 기존 기관투자자는 자금을 회수, 이익을 실현한다. 이런 현실에서 공모금액 축소는 연구개발능력 제한과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시리즈 1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가 2020년 2월 두바이에서 열린 ‘MEDLAB 2020’에서 애니첵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주시)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가 2020년 2월 두바이에서 열린 ‘MEDLAB 2020’에서 애니첵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주시)

지아이이노베이션을 제외한 바이오인프라, 에스바이오메딕스, 큐라티스, 프로테옴텍은 상장이후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바이오주와 같이 성과가 예상에 비해 부진한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철우(왼쪽) 경북도지사가 2022년 9월 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열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출하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이철우(왼쪽) 경북도지사가 2022년 9월 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열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출하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조차 2022년초 주가가 34만원 수준까지 오른 뒤 11일 7만450원에 거래됐다. 이날 종가 역시 52주 최고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낙폭 과대에 따른 투자자의 불만이 쏟아지다보니 제약바이오업계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주가 부양을 위해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지난 5일 33만3556주,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재정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은 기업 공개, 투자 유치, 기술 이전에서 3중고를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국내 바이오의료분야 투자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재작년(1조6770억원)보다 34.1% 줄었다. 지난해 바이오 기술특례 상장 건수는 8건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14건보다 급감했다. 이로 인해 초기 성장 단계의 바이오기업들이 투자 유치 실패와 자금 조달 차질로 '데스밸리'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도산 위기를 맞아 비용을 감축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향후 5년 안에 한국을 제약·바이오 글로벌 6대 강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민관 합동으로 조성되는 'K-바이오백신펀드'조차 자금 유치 실패로 출범이 4개월 이상 지연된 상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9월 K-바이오백신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수행할 2개 운용사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당초 목표는 올해 2월 15일까지 5000억원을 조성하고 2025년까지 1조원 규모로 늘린다는 것이었다. 복지부는 2022년 예산 500억원과 기존 펀드 회수금 500억원을 출자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도 총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지만 위탁운용사들은 3000억원을 민간에서 조달하지 못했다. 그만큼 투자심리 위축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실정을 감안,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와 공동으로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토론회를 주최했다. 국내 초기 성장단계 바이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와 데스밸리 진입이란 악재를 제거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정일영 의원이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일영 의원이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일영 의원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지난해 바이오기업의 공모금액은 3485억원으로 전년도 4조570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투자혹한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의원은 "바이오벤처 산업 투자 활성화로 안정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바이오벤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형 의원이 11일 극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환영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재형 의원이 11일 극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환영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재형 의원도 "전체 산업 업종 대비 바이오 산업 투자 비중은 2020년 27.8%에서 2022년 16.3%로 감소했고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도 13곳으로 전년 19곳보다 줄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미래 수출 주력산업으로 일자리 확충과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뿐 아니라 팬데믹 상황을 대비한 보건안보에서도 핵심적 산업"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라고 단언했다. 

두 의원의 경고처럼 대다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의약품과 치료방법, 바이오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는 상태다. 기술창업이 잇따라 이뤄지고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기업공개에 성공하거나 대기업에 비싼 값에 팔려 기관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한 뒤 재투자에 나서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정부가 관련 협회, 투자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때다.

(인포그래픽=김용우 단장 발제문 캡처)
(인포그래픽=김용우 단장 발제문 캡처)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이날 '바이오헬스산업 동향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전략' 발제에서 "전체 의약품 대비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2014년 24%에서 2021년 38%로 높아진데 이어 2028년에는 41%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시장규모는 작년 5328억달러로 추정됐고 2026년까지 연평균 6.5% 성장해 705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14개 바이오벤처기업이 올해 하반기 국책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며 "투자환경에선 기업공개와 벤처캐피탈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금리 안정화 시점까지 숨고르기 관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 상위 10대 기업와 국내 기업 비교 (표=김용우 단장 발표문​​ 캡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 상위 10대 기업와 국내 기업 비교 (표=김용우 단장 발표문​​ 캡처)

김명기 LSK인베트스먼트 대표는 토론문을 통해 "특례상장기업의 기업평가 기준 개선과 절차 변경 등을 통해 기업공개 시장을 질적으로 양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산업전문 평가기관 양성, 기술평가 비용의 현실화를 통한 양질의 평가보고서 산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기업 산업 진출에 따른 M&A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중기부의 벤처투자 예산 감소에 따른 바이오텍 투자용 특화펀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복지부와 산업부의 새로운 재원 투입 ▲다양한 기업공개 전략 발굴을 제시했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다 고용효과도 크고 혁신 스타트업이 배출되는 미래 신산업 분야이다. 초기 단계 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역량을 돕는 투자활성화가 늦어질수록 제약·바이오 글로벌 6대 강국이란 목표의 실현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 분야로 육성하고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지원 강화를 위해 'K-바이오 랩허브'를 구축한다는 정부의 각종 발표가 차질없이 수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산업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요구된다.

우수 바이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 지원 확대와 금융자금 한도 우대에 못지 않게 의약품의 빠른 상업화를 위한 규제혁신 속도부터 빨라져야 한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는 이날 "최근 투자유치나 기업공개시장에서 일명 '돈 버는 바이오’가 인기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다"며 "개발 중인 기술의 상품화를 위해 최소 5~7년 이상 걸리며 필요한 비용도 수천억원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기술이전이나 투자유치, 기업인수합병 외에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규제완화를 통해 개발 중인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진출이 빨라질 수 있다면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되며 투자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5년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창출하고 의약품 수출을 작년 82억달러에서 2027년 160억달러로 높이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심사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첨단 디지털 및 융복합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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