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17 16:20

작년 마이데이터 사용자 5480만명

(그림제공=개인정보위원회)
(그림제공=개인정보위원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폰을 통해 현재 어느 분야에 얼마를 썼는지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지난달 이맘때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즉시 알 수 있고 이달 지출 예상 수치도 제공받을 수 있다. 자신의 소득과 비슷한 또래들과 씀씀이 수준을 진단 받는 것도 가능하다. 카드 값을 줄이기 위한 이벤트에도 도전할 수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보험, 카드사 등이 보관 중인 소비 및 지출 정보를 결합, 분석하는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된 덕분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본인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자신의 통제권 하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본인 또는 제3자 전송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적극적인 프라이버시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희망하는 서비스에 활용하도록 하는 마이데이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 최초로 본인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전송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신용정보법이 2020년 8월 시행된 이후 각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용자는 지난해 5480만명(복수 포함)에 달했고 지난 6월 현재 65개 사업자가 허가를 받았다. 공공분야는 2021년 12월 시행된 전자정부법 개정안에 따라 본인 행정정보 159종이 전기요금 할인, 대출 신청 등 공공·민간의 98개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6년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통해 'K-MyData 추진계획'이 발표된 이후 금융과 공공분야에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다른 분야는 시범사업 형태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상급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기존 병원을 찾아가 유료로 기존 진료 및 검사내역을 콤팩트디스크(CD)에 받는 경우가 많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과 혈액검사 등을 중복적으로 받아야하는 불편과 부담을 겪기 일쑤다.

2025년부터 국민들은 번거로운 서류 발급이나 신청 절차 없이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다른 병원으로 바로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미 실시한 검사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 기여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은 놀이동산이나 박물관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예매할 때 자신의 복지할인 자격 전송 요구를 통해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에야 할인받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10대 중점부문 21개 분야. (표제공=개인정보위원회)
10대 중점부문 21개 분야. (표제공=개인정보위원회)

정부는 1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2024년 선도사업을 거쳐 2025년 상반기부터 마이데이터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 공개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 복지, 에너지, 고용, 부동산, 교육, 통신, 유통, 교통, 여가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10대 중점부문 21개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  3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보편적 권리로서 도입됐다. 금융·공공 이외 분야에서도 마이데이터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에 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에 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부당한 전송 유도행위 방지대책 등 개인정보 보호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시에는 엄정하게 제재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진입규제는 최소화함으로써 민간·시장의 역동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국민체감도와 국가적 파급력이 큰 마이데이터 선도서비스 공개모집을 실시할 방침이다. 국민 체감서비스를 30개 지정, 지원하고 마이데이터기업을 500개 이상 발굴해 데이터 시장규모를 2021년 23조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59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같은 야심찬 목표가 달성되려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강화되어야 하고 역동적인 데이터 생태계도 조성되어야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기본준칙을 마련한다는 조치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정보주체 권익 침해나 오남용 방지를 위해 서비스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보만을 최소한으로 수집하고 ▲전송받은 데이터는 목적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며 ▲데이터 활용목적 등을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제시하며 ▲정보수신자는 전송요구 변경중단 방법, 절차, 소요시간을 최초 전송요구 절차보다 어렵지 않게 제공한다는 원칙 등을 지키도록 할 방침이다. 

제도의 핵심인 제3자 전송요구권은 관련 역량을 갖추고 있는 빅테크 등 대기업과 중점부문 관련 공공기관부터 시행한뒤 적용대상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매출액, 개인정보 보유규모, 처리능력, 산업별 특성 등에 대한 시장 현황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보제공자 기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연매출 1500억원 이상 상급종합병원, 1만명 이상 대학교, 연매출 100억원 이상 정보통신기업, 하루 평균 정보통신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 기업 등이 전송의무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보주체가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 전송이력을 한 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지원 플랫폼'을 내년 중 구축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국민들은 이곳에서 전송이력을 확인한뒤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전송을 즉시 중단하거나 기존 전송 데이터의 파기도 요청할 수 있다. 내년 베타버전 공개와 보완을 거쳐 2025년초 정식 오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허위·부실 정보로 개인에게 정보전송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전송 단계별로 데이터 유출·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전송 보안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2022년 10월 12일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2022년 10월 12일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이크로소프트)

시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2021년 "미래 모든 비즈니스는 데이터와 AI가 연결되는 협업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세계 유니콘기업 1205개 중 데이터 기업이 538개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차 개발을 위해 수많은 실주행데이터가 필요한 것처럼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초개인화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이처럼 데이터는 새로운 산업발전의 핵심 원료이자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의 핵심 촉매제이다. 데이터는 융합되고 연계될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기업과 기관별 칸막이에 가로막혀 있거나 내부 사일로(Silo)에 고여 있는 데이터가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신속히 이동된다면 데이터 유통채널이 대폭 확장될 수 있다. 데이터 상호이동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증 및 식별체계간 상호연계, 표준화 및 API 확산, 데이터 중계 등에서 인프라 보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SK텔레콤이 2022년 9월 20일 '패스' 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이 2022년 9월 20일 '패스' 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SK텔레콤)

'나의 데이터가 나를 위해 서비스하는 체제'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의 기득권 약화에 대한 두려움부터 줄여주어야 한다. 빅테크 등 대기업은 이용자의 정보를 입력, 행태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오면서 가치 있는 개인정보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반해 스타트업은 양질의 데이터를 입수해야만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수 있다. 빅테크가  쇼핑이나 결제이력 등을 상세정보 제공을 꺼리는 것을 놓고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유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갇혀 있는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충분히 활용해야만 데이터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 빅테크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감안, 기업이 마이데이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전송 요구량 등을 감안해 과금체계를 수립하고 기업의 마이데이터 설비투자에 대한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관 소통 기반의 이해관계 조정체계를 운영하는 것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마이데이터가 전 분야로 확산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있다. 합리적인 통신소비 선택을 촉진하고 다른 분야의 데이터와 결합된 융합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고 확인된다면 국민의 지지와 협조를 받기가 쉬워진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된 혈압, 혈당, 산소포화도 수치와 병원의 진료정보, 약국의 처방정보 등에 대한 제3자 전송요구를 통해 만성질환에 대한 헬스케어서비스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대폭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헬스케어 플랫폼과 지자체, 스타트업 간에 데이터가 수시로 전송된다면 갑작스런 위급상황에 처한 독거노인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화될 수 있다. 

개인정보위는 이날 "국가 차원에서 법적·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해 전 분야 마이데이터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데이터 이동권을 도입하고 금융마이데이터도 시행하는 등 보편적 법제화에 나섰지만 회원국간 격차가 심해 마이데이터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주요 국가보다 한발 앞장설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종산업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혁신적 비즈니스도 창출, 리딩국가 반열에 올라서자. 'K-Data'의 위상을 높일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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