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02 21:20
전호철 (왼쪽부터) 충남대 교수와 배진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가 1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전호철 (왼쪽부터) 충남대 교수와 배진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가 1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전기차는 환경성과 형평성에서 의문점이 존재한다. 본격적으로 보급된지 6~7년이 지나면서 주행가능거리가 증가하고 차량 크기만 커졌을 뿐 환경성 개선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효율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차와 비교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에서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대형화 및 고급화 추세로 저소득층이 아닌 고소득층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구매보조금 지급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 고소득층을 위해 활용되면서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효율이 낮은 차량을 운전하는 저소득층의 초기 구매 장벽을 해소할 수 있도록 소득공제와 연계하거나 융자 프로그램 도입 등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전호철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절감에서 압도적인 감축을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초미세먼지를 더 많이 유발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2019년 무공해차량보급 사업과 충전인프라 사업 예산 비중은 환경 분야 예산의 9.2%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26.6%로 크게 올랐다. 이처럼 예산 규모가 급증한 것에 비해 환경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면 구매보조금 정책의 적정성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수송용 연료 간 형평성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 전기차는 전기 충전에 세금을 내지 않고 보유세 부담도 일반 차보다 작은 편이다. 도로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교통시설 투자에 필요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내지 않는 것은 편익의 원칙에 위배된다.” (배진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소형화물차 보급 추진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토론자들의 주장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는 7.9만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16.2% 늘어났다. 전기차 수출도 18.2만대로 6개월 만에 작년 연간 수출실적의 80%를 초과할 정도로 잘 팔렸다. 

미국 카앤드라이버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기아 'EV6'. (사진제공=기아)
미국 카앤드라이버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기아 'EV6'. (사진제공=기아)

올해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승용차가 500만원, 화물차는 1400만원이다. 성남시는 지자체 보조금을 더해 전기승용차는 최대 1030만원, 소형 전기화물차는 최대 1890만원을 준다. 서울시는 소형 전기화물차에 국고 지원을 포함, 1600만원을 제공한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구입비용을 줄여준 것도 전기차 판매 신장에 도움을 주었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는 제조부터 폐차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동안 내연기관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덜 배출한다. 문제는 암모니아와 황산화물은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데  있다.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제로 수준이라도 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내연기관차보다 현저히 높을 수 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더구나 전기차 보조금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유류세 세입을 줄인다. 지속가능성이 근본적으로 낮다.

CJ대한통운이 운영 중인 전기화물차. (사진제공=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운영 중인 전기화물차. (사진제공=CJ대한통운)

이날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율적인 친환경차 보급정책 연구’를 발제한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아봉고Ⅲ와 기아봉고Ⅲ EV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형 경유화물차의 총 환경피해비용은 435만원이고 소형 전기화물차는 232만원으로 추정된다”며 “전기화물차의 환경편익이 대당 203만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현행 구매보조금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전기 소형화물차는 1일 주행거리가 318.5㎞ 이상, 중형 전기승용차는 1071㎞ 이상은 되어야 환경편익이 구매보조금을 능가한다는 점에서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

이 교수는 “중국, 영국, 스웨덴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지하고 독일과 프랑스는 축소했지만 보급속도가 특별히 악화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차량 주행거리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원을 활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도심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1일 토론회에서 왼손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1일 토론회에서 왼손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주환 의원은 “전기화물차의 환경개선효과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보급 목표대수 달성을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혈세 낭비를 낳는다"며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인프라와 충전성능을 감안한 전기화물차 보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남신(왼쪽)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과 박영신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사업본부장이 1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차남수(왼쪽)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과 박영신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사업본부장이 1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소형 전기화물차의 3대 취약점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박영신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사업본부장은 “최근 출시된 전기승용차 배터리가 77kWh인데 비해 화물차는 58kWh에 불과하다. 1회 충전거리가 450㎞에 달하는 전기승용차의 절반 수준” 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충전편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됐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전면 또는 후면에 있는 전기승용차와 달리 측면에 있어 충전하기 불편하다.

아울러 한 시간 동안 최대 50kWh만 충전될 수 있어 40분 충전 제한이 있는 환경부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완충을 위해 2회 충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를 전기화물차가 독차지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소형화물차 보급 추진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서병수(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의 김희곤 의원이 발제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소형화물차 보급 추진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서병수(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의 김희곤 의원이 발제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보조금을 받더라도 기존 노후 경유화물차를 폐차한다는 조건이 없어 내연기관차 대체효과도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 보조금을 받아 배출가스 저감장치(DPF)를 장착한 경유차들은 조기폐차 보조금을 추가로 받지 못한다. 박영신 본부장은 “소형 경유화물차를 타던 사람들이 전기 화물차를 구입할 때 폐차 비율은 4대 중 1대 꼴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차 450만대를 보급한다고 하는데 기존 내연기관차의 폐차를 포함하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탄소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소형 전기화물차 HMT101. (사진제공=디피코)
초소형 전기화물차 HMT101. (사진제공=디피코)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1년부터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화물차는  2019년 신규 차종 출시 이후부터 본격 보급이 시작됐다. 2023년 6월 누적 기준 10만 7557대가 보급됐다. 전기화물차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211㎞라고 하지만 화물을 적재하거나 냉난방을 가동했을 때 거리는 약 150㎞로 줄어든다. 사실상 근거리 운반만 가능하다.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버는 화물차주에게 있어 하루에 한 번 이상 충전해야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환경부는 현행 전기화물차 보급 사업의 지원 규모를 재점검할 필요성이 크다. 올해부터 전기화물차 보조금 재지원 제한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중고차로 팔면 보조금을 환수하기로 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단계적인 보조금 축소 일정을 미리 제시, 국민들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야 할 것이다. 친환경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제경쟁력도 확충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안정적인 보급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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