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28 16:39
KOOROO가 개발한 배터리구독서비스 플랫폼 'BSS'. (사진=고지혜 기자)
KOOROO가 개발한 배터리구독서비스 플랫폼 'BSS'.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내연기관이 장착된 이륜차는 휘발유를 가득 넣으면 대체로 300㎞ 주행이 가능하다. 노후화될수록 매연이 많아지고 소음도 커진다. 짐을 싣고 언덕길을 오를 때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진다.

배터리로 작동되는 전기이륜차는 전기자동차처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고 소음도 훨씬 적다. 약점은 충전한 이후 70~80㎞를 달리면 방전될 정도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더구나 충전하는데 3시간 가량 걸린다.

전기차 완속충전기 종류. (사진제공=환경부)
전기차 완속충전기 종류. (사진제공=환경부)

이에 비해 2023년형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는 최대 완충시 458㎞에 달한다. 최소 319㎞가 넘는다. 30kW 완속충전기로 배터리 80%를 충전하는데 2~3시간, 50kW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80분이 걸린다.

이처럼 전기차에 비해 충전시간은 길고 주행거리는 짧다보니 인기를 끌기 힘들다. 배달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토바이의 수요도 커졌지만 전기이륜차는 여전히 찬밥 신세인 셈이다.

해법은 사실 간단하다. 방전이 임박한 배터리를 이미 충전된 배터리로 바꾸는 것이다. 대부분 배달서비스에 이용되는 것을 감안, 라이더들이 쉬는 공간에 교환시설을 갖추면 된다. 차체만 구입한뒤 배터리 공용서비스를 통해 전기이륜차를 운행하면 초기 구입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사내독립기업 KooRoo의 BSS.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사내독립기업 KooRoo의 BSS.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이미 모델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사내기업으로 출범한 KOOROO의 BSS가 바로 그것이다. KOOROO는 3월 15~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 전기이륜차용 배터리팩을 교환하는 배터리구독서비스 플랫폼인 BSS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공용 충전기처럼 교체할 배터리팩만 끼워 넣으면 연속 주행이 가능하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배달기사들에게 적합한 서비스이다. 회사측은 올해 GS25부터 상용화한뒤 향후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환경부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구매해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전기이륜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28일 내놓았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확산을 위한 조치다.

환경부는 올해 4만대 보급을 목표로 320억원의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다. 그간 보급된 전기이륜차가 6만2917대인만큼 미세먼지 걱정이 없는 푸른 하늘을 만들기 위한 환경부의 의지가 읽혀진다. 환경부는 지난해 2만대 보급을 목표로 180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그간 환경부는 차체-배터리 일체형 전기이륜차나 배터리교환형 전기이륜의 경우 차체와 배터리를 모두 살 때에만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이러다보니 배터리교환형 전기이륜차 보급이 지연됐다.

앞으로 배터리교환형 전기이륜 차체만 구매하면서 의무운행기간 동안 배터리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전체 보조금 대비 6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굳이 비싼 배터리까지 사지 않더라도 전기이륜차를 운행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보조금 지급 방식이 바뀌면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의 보급이 촉진될 수 있다. 배터리 교환소가 늘어나고 배터리 성능·안전관리 체계도 개선되면서 전기이륜차 이용 편의 향상 효과도 기대된다.  

전기이륜차 국비보조금 상한 및 산정기준 (표제공=환경부)
전기이륜차 국비보조금 상한 및 산정기준 (표제공=환경부)

전기이륜차의 성능과 규모에 따라 보조금 차등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현재 국비보조금은 전기이륜차를 경형, 소형, 중형, 대형기타형으로 구분하고 연비(25%)와 배터리 용량(40%), 등판 성능 (35%)에 따라 보조금을 준다. 3가지 항목 기준과 함께 이를 합산한 상한선이 별도로 있다. 문제는 3륜 차량 등 기타형 전기이륜차과 일반 전기이륜차와 다른데도 성능과 규모에상관없이 대형을 기준으로 보조금 상한액인 300만원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란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기타형 전기이륜차에 대해 보조금 상한을 270만원으로 10% 낮추고 연비와 배터리 용량, 등판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기타형과 대형을 차등화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환경부는 향후 기타형 차량의 규모·유형에 따라 보조금 상한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주행거리가 긴 전기이륜차가 보다 많이 운행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감안, 환경부는 보조금 산정기준에서 배터리 용량 반영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5%p 높였다.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간 환경부는 보급대상 전기이륜차의 등판성능이 가장 뛰어난 상위 3개 평균과의 차이에 따라 등판성능보조금을 차등, 지원해왔다. 이러다보니 제작사와 수입사에서 과도할 정도로 차체를 경량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리 되면 안전성과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등판계수를 산정할 때 공차중량도 함께 고려하도록 산식을 바꾸었다.

생계용으로 이륜차를 사용하는 소상공인과 자동차 대신 전기이륜차로 이동하려는 취약계층의 수요를 감안, 보조금 산정액의 10%를 추가 지원한다는 환경부 결정도 돋보인다. 전기이륜차 구매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전기차 급속충전기 종류 (사진제공=환경부)
전기차 급속충전기 종류 (사진제공=환경부)

대기 질 개선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지급되는 전기이륜차 보조금이 허점을 악용한 사람들로 인해 줄줄 새어나갔다는 사실이 지난해말 확인돼 충격을 준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기 이륜차 보조금 부정수급 관련 신고를 계기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유형의 보조금 부정수급사례가 확인돼 보조금 환수 및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기 이륜차 보급사업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바 있다. 

시장 조사없이 사업자가 제시한 금액을 기초로 보조금을 산정하다 보니 저가의 중국산 차량을 국산차량으로 바꿔치기하거나 차량 등록 신고 시 관리업무를 맡는 지자체가 실물 확인 없이 관련 서류만 검토한 뒤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실제 전기이륜차를 사지 않고 불법 수령하는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2년 이상  반드시 운행해야 하는데도 미이행에 따른 보조금 환수 규정이 미비해 되돌려 받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경부의 '보조금관리시스템'과 국토부의 '이륜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이 연계돼 있지 않아 이륜차가 사용폐지되거나 폐차되더라도 보조금 담당자가 알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28일 보조금 수령자 정보, 사용 및 사용폐지 신고 시점을 촘촘히 관리할 수 있는 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전기 이륜차 보급사업을 추진해온 환경부가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를 받고서야 전기이륜차  운행상황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발표에 헛웃움이 나올 지경이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구매자 명의 도용 등 보조금 부정수급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의무운행기간 미준수자로부터 보조금도 반드시 100% 받아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용처가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 부당한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은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드는 암적인 존재다. 환경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차단에 부처 명예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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