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11 16:27
이윤호(앞줄 왼쪽)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과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11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윤호(앞줄 왼쪽)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과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11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작년까지 서울 도봉구에서 ‘쿠쿠전문점’ 사장으로 근무하다가 올해 초 ‘매년 계약갱신’이란 계약서 독소 조항에 따라 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했다. 본사와 분쟁을 거치며 경험한 한 가지 사실은 자본이란 막강한 무기를 가진 ‘갑’을 상대로 우리 ‘을’의 저항은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었다. 가맹지사장들과 만나 혼자서는 작은 이슬이지만 함께 모이면 바다를 이룬다는 '녹적성해(露積成海)'의 진리를 확인했다. 가맹지사장들은 가맹사업자들과 동일한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맹지사장들의 계약갱신권을 보호하고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본사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이윤호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은 11일 국회의원회관 재8간담회실에서 열린 '가맹지사 피해사례 발표-법 개정 촉구 간담회‘에 참석, 이같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촉구했다. 가맹지사는 가맹본사를 대신해 가맹점을 찾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가맹지역본부를 의미한다. 가맹본부와 계약을 맺고 일정한 지역 안에서 가맹사업자의 모집, 상품 또는 용역의 품질유지, 가맹사업자에 대한 경영 및 영업활동의 지원·교육·통제 등 가맹본부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사업자로 정의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저지르는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의 보호 대상을 주로 가맹점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 따르면 가맹지사가 당하는 피해는 적지 않다.

쎈수학 본사이며 ‘좋은책신사고’의 계열사인 신사고아카데미는 2021년 2월 지사 36곳 중 28곳을 대상으로 재계약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본사에 지급했던 가맹비와 지사 사무실 개설 비용, 지사 직영학원 등에 투자한 비용이 날아갔다. 

김찬호 쎈수학러닝센터 수원지사장은 안양지사를 운영한 부인과 함께 지사 사업에 투자한 1억 5200만원,  가맹사업 중지와 콘텐츠제공 중지로 발생한 손해액 1억 1500만원을 포함해 2억 6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김 지사장은 이날 “관련 보호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황당하게 당했다. 본사는 ‘해볼 테면 해봐라’라 비웃으며 지사장들을 조롱했다. 일방적으로 해지통보를 한 뒤 몇 년을 투자해 아내와 함께 성장시켜온 안양·수원지사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갈취해 가고 있을 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임경희 쎈수학러닝센터지사협의회 회장은 “지난 1월 10일 쎈수학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갱신 거절은 계약서에 따른 행위로서 무죄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을 보고 계약서 서두에 쓰인 ‘신의 성실’은 ‘을’에게만 지워진 의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맹지사를 보호하는 법이 통과된다해도 제 피해는 구제받지 못하겠지만 미래의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전했다.

민병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민 의원, 벡혜련 정무위원장, 박주민 의원이 11일 토론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민병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민 의원, 벡혜련 정무위원장, 박주민 의원이 11일 토론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프랜영어는 2021년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던 지사장들에게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때 계약 해지를 피하려면 지사가 직접 가맹점을 오픈하고 월 2개 이상의 가맹점을 모집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거부하거나 본사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사장들은 대거 계약 해지됐다.

00영어는 매년 계약 갱신이라는 조건을 무기로 ‘수수료 감액’을 요구한데다 본사 임직원들은 가맹지사장들과의 회의에서 가맹시장들이 본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만 해도 폭언을 동반한 질타로 모욕을 주었다.

영어학습 기업으로서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는 00영어의 경우 지사장 중에 본사의 여러 브랜드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는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다른 브랜드 사업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지사 계약 해지를 요구한 뒤 마치 지사장 본인 자유 의지에 따라 계약 해지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동의서를 요구해 받아 갔다. 특히 동일 지사장이 본사의 위력과 감언이설에 의해 3번이나 지사를 본사에 강탈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민병덕 의원은 인사말에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쎈수학, 크린토피아 본사가 가맹지사에게 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적하며 재발방지와 보호조치를 요구했지만 가맹지사는 가맹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공정위 답변을 듣고 법 개정에 나섰다”며 “가맹지사에게 본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불공정한 비용 청구,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 등 각종 피해를 보호대상으로 삼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2월 동료의원 32명과 함께 대표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나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가맹지역본부도 현행 법에 따른 보호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법취지로 판단하면서도 몇 개 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사업의 핵심 축인 가맹사업자와는 달리 가맹지사는 가맹본부의 일시적 필요성에 의해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사업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영상 판단에 따라 계약 갱신 여부를 선택할 자유를 누리는 것이 사업 성격상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계약에 의한 법률관계의 형성은 법의 제한에 저촉되지 않는 한 각각의 자유에 맡겨진다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가맹지역본부의 거래에 대해 현행 법 11조가 규정한 가맹계약서 제공의무 등을 준용하도록 한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특화된 규정으로서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와 과징금까지 수반되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사항은 제외해야한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정종렬(앞줄 왼쪽부터)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정책위원장, 류수정 공정위 가맹거래조사팀장, 이윤호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이 11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종렬(앞줄 왼쪽부터)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정책위원장, 류수정 공정위 가맹거래조사팀장, 이윤호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이 11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이 탐탁지 않다.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 증가를 의식한 것이다. 가맹본부의 가맹지역본부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둘러싼 분쟁은 기존 법률 체계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령을 유지하면서 표준계약서 개발이나 보급으로 업계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일부 가맹본부의 '토사구팽' 영업으로 가맹지사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공정위의 기존 제재 수위도 시정명령 수준에 그쳐 실질적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맹사업법의 합리적 개정으로 가맹본부의 권한 남용을 막고 가맹지사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때가 왔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의원장은 이날 “가맹지역본부는 가맹본부와의 계약에 따라 본부를 대신해 가맹점을 모집·관리·교육하면서 본부와 갑을관계에 놓일 수 있음에도 가맹본부와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는 현행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정위는 가맹지역본부의 계약에 가맹사업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심사불개시 결정으로 신고건을 각하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가맹사업은 번창하고 있다. 2011년 가맹본부 2,405개, 브랜드 2,948개, 가맹점 17만 926개에서 2022년에는 각각 8,183개, 1만1,844개, 35만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경기도가 2021년 세탁업과 교육서비스 가맹지역본부들을 대상으로 불공정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맹지사의 80.7%는 가맹본부로부터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지사 직영 가맹점 운영 강요 등 부당행위나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11일 가맹사업법 개정안 촉구 간담회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11일 가맹사업법 개정안 촉구 간담회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무엇보다 계약갱신을 무기로 삼아 일부 가맹본부가 가맹지사에 무리한 판매목표 달성을 강요한뒤 이를 달성한다해도 각종 핑계등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체로 가맹지사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최소 9년의 계약기간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년 단위 계약이 과반을 넘는 상황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지사가 진정한 상생협력관계로 발전하도록 유도하고 일부 가맹본부의 '일탈'에 대응하기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사업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 가맹계약서 준용 등 논란이 큰 규정의 삭제는 불가피하다. 개정 법률을 우선 시행하면서 그 효력을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명 '종속적 자영업자'들이 가맹본부의 횡포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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