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7 16:13

재건축 총회 개최·출석·의결에 모바일 방식 도입 '바람직'…민간주택 공급 활성화 추가대책 준비할 때

(인포그래픽제공=국토부)
(인포그래픽제공=국토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 주택건설사업의 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다 짓고 나서도 사는 사람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9392호로 지난 7월보다 3.9% 늘어났다. 이같은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1년 12월 7000여호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줄곳 늘어나는 흐름이다. 전체 미분양주택은 6만1811호로 7월보다 2% 줄었지만 작년 6월(2.8만호)보다 2.2배 늘어났다.

분양 주택이 잘 팔리지 않다보니 신규 주택 공급에 나서는 위험을 감수할 민간사업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5479호로 작년 8월(5만1603호)보다 89.4% 격감했다. 1년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달 주택 착공은 1만1593호로 작년 8월(3만8111호)에 비해 69.6%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은 2505호로 1년전보다 82.7% 줄었다. 3~4년 이후 주택공급 물량이 급감할 것을 예고하는 지표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내후년부터 금리가 내려가면서 매입 수요가 살아날 경우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폭등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민간 부문에서 주택건설 사업성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높은 금리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확대된데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가 크게 올라갔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분양가격에 전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의 미분양주택은 976호에 불과하지만 충남은 6234호, 경남은 4593호에 달한다. 비수도권에선 기존 분양가격을 대폭 할인해도 수분양자를 찾기 힘들다.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적은 탓도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평균 4% 올랐지만 2021년부터 현재까지는 연평균 11% 상승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리도 두 배 이상 뛰었다. 선순위 기준으로 2021년 12월만해도 연 3~4% 수준이었지만 지난 8월에는 8~9%로 올라갔다. 후순위로 넘어가면 10% 후반대를 넘기기 일쑤다. 금융감독당국의 건전성 관리로 PF 대출 증가세도 확연히 꺽인 실정이다. 자금 자체를 구하기 힘든 판이다.

이런 금리를 부담하면서도 현금 흐름 확보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사업에 나설 수는 있다. 인허가가 예상했던 일정보다 늦춰지고 돌발변수까지 발생한다면 자금난에 처해 두손을 들 수밖에 없다.

찬바람만 부는 주택 건설시장에서 민간 부문은 추진 연기로 대응 중이다. 작년에 인허가를 받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착공하지 않은 대기물량은 33.1만호에 달한다. 25.4만호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더 늘어났다. 미착공 비중은 63.3%로 작년(46.6%)보다 높아졌다. 

원희룡(왼쪽부터)국토교통부 장관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원희룡(왼쪽부터)국토교통부 장관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주택공급 위축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26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공공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물량을 3만호 이상 추가 확대하고 민간이 추진하기로 했지만 채 팔리지 않은 공동주택용지를 공공주택 사업으로 전환, 추진하며  신규 공공택지 물량도 2만호 늘린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지구 계획 준비단계부터 주택사업계획 세부설계 착수를 병행하면서 지구계획과 사업계획을 동시 승인해 기간을 4~6개월 줄인다는 조치가 주목된다.

각종 영향평가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주택사업계획 최종 변경승인 또는 착공 전까지 교육환경평가를 마칠 수 있도록 국토부가 교육부와 협의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공주택을 조기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

(표제공=국토교통부)
(표제공=국토교통부)

국토부는 2022년 8월 향후 5년간 서울에 50만호를 비롯해 전국에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공공분양주택 50만호와 공공임대주택 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민간주택이 최소 170만호 신축돼야만 이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대체로 주택공급량의 8할은 민간 부문이 담당한다. 9.26 조치의 성패는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에 달려 있다. 

단기간 공급이 가능한데다 서민의 주거사다리로 활용되기 좋은 비아파트 사업여건을 개선한다는 결정이 효과를 낳을지 관심이다. 아파트 청약과정에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수도권은 1.3억원에서 1.6억원으로, 지방은 0.8억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적용범위도 민영주택 일반공급에서 민영·공공주택 일반·특별공급으로 넓혔다. 국토부가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는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시세 기준 2억4000만원 안팎의 전용면적 60㎡이하 수도권 소형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조만간 아파트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용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등을 매입한뒤 특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된 셈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절차를 개선한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성이 크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발생한 공사비 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시비 계약 체결시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분쟁이 우려되면 즉시 조정전문가를 파견하며 분쟁조정협의체를 구성, 정상화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계약단계에서 공사비 증액 등 필수사항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지자체도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끝내 분쟁이 발생하면 도시분쟁조성의원회가 조정에 들어간다. 걸핏하면 조합 집행부 퇴진으로 이어지면서 공기 연장을 초래하기 일쑤인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시간이 곧 돈인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은 물론 일반분양자의 이익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총회 개최, 출석, 의결에 온라인(모바일) 방식을 도입한 것은 비록 뒤늦은 결정이긴 하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현행 대면투표에 의존했던 기존 시스템을 바꾸면 사업기간을 최대 1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특·광역시 등에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사전제시를 의무화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절차도 사업계획인가시 의제처리하는 것으로 간소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

서울 목동 아파트 전경. (사진=최승욱 기자)
서울 목동 아파트 전경. (사진=최승욱 기자)

통상 주택은 사업인허가 이후  3년, 착공한지 2년 사이 입주가 이뤄진다. 대형아파트 단지는 착공에서 입주까지 3년 가까이 소요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3년 뒤부터 전국적으로 입주절벽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민간 주택사업이 조기 정상화되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방안의 성과를 보아가면서 업계의 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등 추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정부는 ▲PF대출 보증규모 10조 확대 ▲PF대출보증의 대출한도 전체 사업비의 70%로 확대 ▲PF보증 심사기준에서 시공사 도급순위 700위 폐지 및 시공순위 100위 이내 자기자본 선투입 요건 '토지비의 5%'로 완화 ▲은행권 중도금 대출심사 합리화 ▲연립, 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대출한도 7500만원, 금리 최저 3.5% 한시 적용 등 금융지원조치를 내놓았다. 업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제때 제대로 집행되도록 금융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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