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01 10:40
(그림제공=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림제공=중앙선거관리위원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된다. 이에 앞서 사전투표는 6일과 7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투표할 기회는 3일에 달한다. 강서구 유권자라면 잠시 짬을 내 투표소를 찾아가자. 각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선택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결과에 못지않게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다. 

구청장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구청을 이끌어 가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임기 동안 승진 등에 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지방공무원들은 ‘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식회사와 비교하면 구민들은 주주이고 구청장은 주주총회에서 뽑히는 대표이사인 셈이다.  여기에 대주주는 없다. 대표이사처럼 비범한 능력과 실천력, 합리적인 비전을 갖춘 사람을 구청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더해 도덕성과 청렴성까지 지닌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찾아볼 때다.  

지방선거만 열리면 야당은 늘 현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패배하는 정당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보궐선거는 과거 성 비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나 물러나게 된 고 박원순, 오거돈 부산시장 때와는 판이하다. 2021년 4·7 재보궐 선거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된 바 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의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 중단 등 비위 16건을 폭로한뒤 검찰에 의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구청장에서 물러난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출마했다. 본인의 귀책사유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선 같지만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잘못을 폭로한 공직자라는 점에선 엄연히 다르다. 물론 김 후보로 인해 40억원이라는 선거비용이 들어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여러 차례 사과했다. 

선거를 열흘 앞두고 아직까지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자. 양당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강서구민의 장기 숙원과제인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로 동일하지만 다른 공약에선 차이가 난다.

진교훈(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강선우(두 번째) 의원, 홍익표(오른쪽) 원내대표와 9월 30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진교훈 후보 페이스북 캡처)
진교훈(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강선우(두 번째) 의원, 홍익표(오른쪽) 원내대표와 9월 30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진교훈 후보 페이스북 캡처)

기보 1번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진교훈 후보는 김포공항을 '강서의 보물단지'로 바꾸기위해 구청장 직속으로 ‘고도제한 완화 및 항공학적 검토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를 설치, 항행안전을 보호하면서 건축용적률을 상향하는 등 최적의 고도제한 완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금지표면 최소화 등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토교통부를 적극 설득, 관련 입법 및 고시를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김포공항이란 명칭도 서울공항이나 서울 강서공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는 ▲대장홍대선 조속 착공 추진 ▲강북횡단선 정상 추진 ▲GTX-E 노선 강서구 추가 경유 적극 대응 ▲구청장 직속 디지털안전 상황실 설치 ▲방범 사각지대 제로화 추진 ▲야간과 주말에도 진료 가능한 강서구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적극 추진 ▲김포공항~마곡 MICE 복합단지~서울식물권~LG아트센터~가양 개발지역으로 연결된 '강서 신경제축 육성' 등을 제시했다.

김태우(가운데) 국민희힘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선거 개시일인 9월 28일 김기현(왼쪽)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빌라를 아파트로' 공약 이행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김태우 후보 페이스북 캡처)
김태우(가운데) 국민희힘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선거 개시일인 9월 28일 김기현(왼쪽)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빌라를 아파트로' 공약 이행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김태우 후보 페이스북 캡처)

기호 2번으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태우 후보는 고도제한 완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기준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항공항적 검토를 거친 결과 문제가 없다면 곧장 고도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항공학적 검토로 관련 행정법규를 구비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해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민관협력, 주민지원을 통한 고도제한 완화 조속 시행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해 ‘빌라가 아파트로’, ‘화곡 등 구도심이 마곡된다’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가양 등촌 택지 특별정비구역 지정후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실현 ▲가양동 염창동 등촌동 준공업지역 법령 조례 개정을 통한 재건축 활성화 ▲방화건폐장 이전후 서남권 제2롯데월드 및 국내 최대 생태공원 조성 ▲마곡 초입 열병합발전소 건립 저지 ▲강북횡단선 청량리역~목동역 건설 임기내 예비타당성 통과 및 기본계획·실시설계 수립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 2025년 4월 착공 ▲전국 단위 자사고와 영어유치원 유치, 강남급 학원가 조성 등을 내세웠다.

양 후보의 공약 중에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실현이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세밀하 살펴보고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인물을 뽑아야만 면적의 7%가 고도제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강서구 발전이 이뤄질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여겨진다. 

기초단체장은 역할과 기능,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외연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임기 중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다. 구청장은 구민의 권익을 신장하고 대내외 위협으로부터 지역주민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처럼 성스런 임무 수행에 적합한 인물을 뽑는 것은 구민 몫이다.   

1991년 6월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1995년 6월 전국지방동시선거로 지방단체장도 주민이 직접 뽑았다. 3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방정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된 상태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소속 정당 지역구 국회의원 활동에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차기 공천를 받으려면 평소부터 눈치를 살펴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이 같은 당 소속으로서 자신을 위협할 단체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재선을 위한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자질이 뛰어나면서도 원대한 목표를 지닌 정치신인이 지방정치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만 중앙정치와의 적절한 균형 유지와 건전한 견제도 가능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강서구청장 선거부터 여의도정치와 일정 거리를 두었으면 한다. 소속 중앙당의 지시를 앵무새처럼 이행만 하는 기초단체장이 있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도 이뤄질리 만무하다. 지방자치제도 본령의 속하는 영역에선 중앙당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옳다. 이런 용기를 지닌 단체장을 보고 싶다.

나눔과 배려, 능력과 책임의 정치는 우리의 이상이다. 강서구민들이 이를 일부라도 실천할 수 있는 구청장 후보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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