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09 11:50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4년 4월 10일 실시된다. 6개월 뒤 주요 정당들은 민심의 심판을 받는다. 재외투표(3월 27~4월 1일), 선상투표(4월 2~5일), 사전투표(4월 5~6일) 일정을 기준으로 보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재외선거관리위원회 178곳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국회의원은 법률안 제정과 개정을 통해 국민 일상생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지역 현안을 다루는 지방의원과 달리 국가 단위 업무 수행과 직결되는 중앙 정치를 담당한다.

이런 중책을 맡다보니 권력과 명예, 보수의 3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때 장관급 의전을 받는다. 대부분 전용기사와 함께 최고급 승용차나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탈 수 있는 승합차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다수의 보좌진을 거느린다. 이 모든 비용을 국회 예산에서 지원받는다.

문제는 이처럼 누리는 혜택과 부여된 임무에 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할 이유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이겨야만 국정이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예산안 부수법안을 빼고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229건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29건에 불과하다. 유사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안에 반영시키고 폐기된 법률안을 포함해도 55건에 그친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과반수를 넘다보니 민주당의 협조가 없는 한 어떤 법률안도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같은 기간 국회는 101건을 처리한 것과 비교된다.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얻어야 핵심 국정과제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진다면 윤 대통령이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임기 내내 갖지 못하면서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릴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7일 여당의 반대 속에서도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7일 여당의 반대 속에서도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협치 실현에 진정성을 갖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건의를 받고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사법 제정안을 거부한 것에서 나타난 것처럼 핵심 법안 입법을 번번이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검찰 권한을 시행령 개정으로 다시 강화시키면서 국회의 권능을 무시했다는 점도 비판한다. 국민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관계 정상화에 무리하게 나섰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금까지도 일본으로부터 진솔한 사과를 얻기는커녕 오염수만 배출됐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정착에 적극 나섰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강경 안보정책을 취하면서 북한의 위협은 더 커졌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김기현(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대표와 김태우(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 10월 3일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김기현(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대표와 김태우(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 10월 3일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지난 1년 5개월 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일삼아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로 맞서면서 상호 원하는 바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이 와중에 국민의 민생에 직결되는 많은 법안들이 개별 상임위마다 쌓여 있는 상태다.

국민들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끝까지 대화하면서 절충과 양보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정치를 희밍한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진영정치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투쟁은 내년 총선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력 세계 10위 수준'이란 국격에 걸맞는 정치력 발휘는 요원한 실정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한국의희망'이 지향하는 바를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한국의희망'이 지향하는 바를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각각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무너져야 정치 발전이 기대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위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제3의 정당 출현이 중요할 수 있다. 양당은 선거구 획정부터 법정시한을 어기는 등 자신의 정치적 이익 실천에만 충실할 뿐이다.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한반도 평화를 구현할 공약과 능력, 의지를 갖춘 대안 정당이 국회에서 지분을 갖고 역할을 다한다면 볼썽사나운 후진정치의 구태를 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당초 예상과 달리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인하 흐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고금리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졌다. 북반구의 겨울철을 앞두고 7일 기습공격을 행한 하마스에 대해 8일 이스라엘은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항공모함전단을 보내는 등 전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 지원에 나섰다. 하마스가 5000여발의 로켓포로 기습공격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통해 2000발 가량 응사했다고 한다. 요격율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아이언돔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의 인명피해가 훨씬 커졌을 것은 분명하다.  

조선중앙통신은 2019년 7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은 2019년 7월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의 장사정포과 방사포는 하마스보다 훨씬 많다. 최전방에 장사정포 1100문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위협인데도 안이한 인식으로 역대 정부는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않았다. 이제야 장사정포요격체계사업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하마스가 유태교 안식일을 맞춰 기습한 것처럼 전쟁은 늘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시작된다. 

안보에 관한한 국민의힘의 자세는 명확하다.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핵우산 억제를 공급받으면서 안보협력국인 일본과 정찰감시정보 공유를 통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북한의 선제공격을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추석연휴 25사단 시찰 과정에서 북한군이 도발하면 1초도 기다리지 말고 응사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가운데)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육군 제25사단 철책 앞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성진(오른쪽) 사단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육군 제25사단 철책 앞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성진(오른쪽) 사단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간 회담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소를 파괴하고 남북군사합의를 무시한 채 무인기를 내려보내는데도 평화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모습이다.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안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초고형 원자로가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에너지로 고온으로 가열한 공기를 내뿜으면서 수개월 이상 비행이 가능한 핵연료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바닷새를 뜻하는 '부레베스트니크'는 미국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차세대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라고 자랑한다. 최대 24기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르마트'도 완성단계가 있다고 한다. 

이같이 지구촌의 전쟁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시기를 맞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안보공약을 내놓으면서 민생경제를 효율적으로 살릴 계획도 제시하는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 외연 확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왼쪽 세 번째) 씨가 2022년 9월 16일 미국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 건물 앞에서 하태경(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래진 씨 페이스북 캡처)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왼쪽 세 번째) 씨가 2022년 9월 16일 미국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 건물 앞에서 하태경(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래진 씨 페이스북 캡처)

내년 총선은 누가 먼저 기득권을 버리느냐에 승패의 추가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부산 해운대갑 3선으로 서울에서 4선 도전을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나 서울 성동을 첫 당선이후 선거구 변동으로 중구성동갑에서 연거푸 이긴뒤 서초을 출마를 약속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돋보인다. 정치적 기반에 강한 곳에서 같은 당의 정치신인에게 여의도 입성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은 이른바 험지에서 살아남을 경우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28일 오전 화곡역 인근에서 열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선대위 출정식에서 홍익표(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가 진교훈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지난 9월 28일 오전 화곡역 인근에서 열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선대위 출정식에서 홍익표(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가 진교훈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그간 민생회복을 위해 영수회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만 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진행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지지성 발언을 했다면 제안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통합과 포용의 정치 아젠다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공판을 서둘러 마치고 표결에 참여하면서 자신에 대한 판결을 가능한 늦추려고 한다는 세간의 의심을 키웠다. 여당은 이 대표가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내년 1월 정년으로 물러난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이자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사법개혁비서관으로 일했던 김선수 대법원장 대행체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부가 구성돼 차기 대선까지 확정판결을 받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삼거리에 봉화산 신내공원 황톳길 조성을 위한 1억원이 확정됐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의로 게시되어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9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삼거리에 봉화산 신내공원 황톳길 조성을 위한 1억원이 확정됐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의로 게시되어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많은 국민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물러서지 않고 정쟁에 몰두 중인 양당에 혐오감을 갖는다. 국회의원은 꼴도 보기 싫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의도정치가 마음에 들지않더라도 아예 외면한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뿐이다. 틈틈이 지역구 의원이 보내오는 문자나 소식지 등을 살펴보면서 그간의 의정활동을 냉정히 평가할 때다.

단순히 입법건수가 많다고 열심히 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문구만 바꾼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생색을 내는 의원들도 부지기수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면서 소외·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입법 실적을 따져야 한다. 지역구 의원이 자신이 평가하는 기준에 부합하는지부터 점검하자. 투표는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이자 의무이다. 지금부터 누구를 뽑을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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