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23 16:35

"윤 정부, 최약체 정권이란 자의식 없는데다 외치 성과 취해 내치 부실 간과"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큰 방향을 바꾸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다가올 미래에 꼭 필요한 공공·국가부분개혁, 노동·연금·교육개혁이란 중차대한 변화에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의회다수파를 분쇄하고 국가발전에 필요한 입법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총선 전망이 어렵다. 총선을 이기지 못하면 이 나라는 다시 반동의 노선으로 달려갈 것이다.”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원인을 찾아서 고치지 않으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냉철한 진단을 통해 윤 정부와 국민의힘의 혁신이 필요하다. 민주당 탓만 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작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가까스로 이겨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를 사면으로 세탁한뒤 후보자로 공천한 것이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무복귀가 이뤄진 23일 국민의힘은 4대째 한국에 공헌 중인 미국 선교사 가문의 호남 출신 귀화자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쇄신을 선언했다. 그는 변화와 통합, 희생 등을 강조했다. 극우 보수주의자이지만 산뜻하다는 야당 평가와 국민 관심을 끌 만한 흥미로운 카드이지만 공천 룰 개정 등 실질적인 혁신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여당 전망이 나왔다.

윤상현(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상현(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위의 역할과 임무와 관련해 “비상한 각오로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가 되어야 한다”며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전략, 정책, 메시지를 발표하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혁신안이 아니라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제대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이날 ‘문제는 국정운영 플랫폼이다’ 발제를 통해 “2022년 3월 9일 대선으로 기사회생한 대한민국이 내년 4.10 총선으로 비명횡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며 “오직 권력이익과 손실을 따지며 아프리카부족주의, 약탈정치에 점점 경도되어 가는 집단과 사회의 숱한 모순과 부조리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조상으로 하는 정치세력 탓으로 여기는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적 증오심과 정의감을 가진 집단이 민주당의 사실상 주인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득표격차, 국회의석, 정치경험, 여당의 체질, 언론 지형, 핵심 지지층인 재야보수와의 취약한 일체감 등을 고려할 때 1988년 이후 탄생한 8개 정부 중에서 윤 정부는 최약체 정권인데도 이에 대한 자의식도 없다는 것이 김 소장의 분석이다. 아울러 36년 묵은 1987년 체제를 재건축 수준으로 리모델링해 2024년 체제를 건설하는 혁명인 '대한민국 재건축'이 자신들의 시대적 소명이라는 사실도 정확히 인지하는 것 같지 않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문재인 정권이 무도한 운동권 정권이라면 윤 정권은 무심한 부자·공무원 정권이란 인상을 주었다는 김 소장의 평가는 설득력을 지닌다.

국민의힘 의원의 대부분은 직업관료와 전문가 출신으로 제도권에서 경력을 키워왔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 의지를 다진 이도 별반 없다. 말로만 민생경제를 외칠 뿐 서민을 포용할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 여당에 불리한 내년 총선까지 거시경제지표가 좋아지기도 힘들어 국민의힘 의원들 간에 패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호(왼쪽)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윤상현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대호(왼쪽)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윤상현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1년 5개월여 동안 가장 큰 패착으로 김 소장은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대통령실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민정수석실 폐지와 함께 인사검증업무를 법무부 인사관리단에 넘긴 것을 지목했다. 그는 “윤 정부의 뇌를 축소하고 뇌로 들어오는 신선한 피를 차단하고 손발을 잘라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인사검증업무를 복잡미묘한 국정운영을 알 수 없고 ‘51% 선거연합’ 유지·강화 등 정무적 고려도 할 수 없는 직업공무원에게 맡긴 것은 인재풀을 아주 협소하게 만든 패착 중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외치 성과에 취해 내치와 정치의 부실을 간과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김 소장은 “윤 정부의 외치노선은 보편 이성과 상식에 완전히 부합되지만 이것이 51% 이상의 지지율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내치를 잘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정부는 한미 동맹 재건은 물론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 분야로 확장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신속하게 추진했으며 고금리와 고물가, 건설경기 위축, 취업난, 골목상권 위축 등에 대해 여러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서민과 청년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노심초사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극우적 이념투쟁만 일삼으면서 ‘없는 사람’들의 고통 극복을 위해 실질적인 정무적 대응에 소홀했던 결과가 강서구청장 선거 대패를 낳았다고 여겨진다.

혁신 방향과 관련, 김 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제도와 예산의 개혁이 아니라 변화개혁의 비전과 희망”이라며 “국민의힘은 실정법과 원칙을 중시하며 비정상의 정상화 기치 하에 외치를 바로잡고 절반의 법치를 구현하고 약간의 감세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뿐 큰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은 거의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정부, 국민의힘의 정무 기능 대폭 강화 ▲민관합동위 한시적 활용 검토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업무 담당 ▲비전·정책 대폭 보완 ▲대통령실·정부·국민의힘 정책정무협의체 가동 ▲민주공화국 수립과 발전을 위해 지조와 의리, 명분을 부여잡고 고난을 이겨낸 감동적 스토리(서사) 강화와 관련 인물 기용 등을 제안했다. 그는 “새 시대의 새벽인 지금은 낡고 썩은 민주진보팔이 운동권·민주당 청산이 새시대 개막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광웅(왼쪽) 데이터정경연구원장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광웅(왼쪽) 데이터정경연구원장이 23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광웅 데이터정경연구원장은 이날 ‘122석〉103석〉이대로는 두 자릿수 의석이다’ 발제에서 “총선 승부를 좌우하는 중원을 공략할 최고리더십이 없다면 국민의힘이 1당이 되기는커녕 120석 확보도 쉽지 않다”고 총선을 전망했다. 중원은 당파로는 무당층, 정치성향은 중도, 지리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연령으로는 2030세대, 직업은 무직과 가정주부 등 소득이 낮은 서민을 지칭하며 투표 참여기준으로 20%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6.09% 올리면서 생계급여 수급자의 8할을 차지하는 1인 가구 기준생계급여 최대급여액을 올해 62만3368원에서 내년 71만3102원으로 14.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야심찬 정책을 내놓았지만 서민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 이유는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인상분이 내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강남당, 부자당, 영남당이란 이미지가 고착된 국민의힘의 부정적 이미지와도 관련이 깊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강북 뉴타운 공약으로 서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선 기초연금 20만원 공약으로 노인표를 얻어 승리했다.  

최 원장은 “보수당에게 힘의 원천은 개방성과 유연성”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뒤 임기 내내 정치적 반대파였던 박근혜 의원에게 전권 비대위원장을 허용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제공=국회사무처)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제공=국회사무처)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근로시간 제도의 합리적 개편은 지난 3월 정부 입법예고안으로 나왔지만 ‘주69시간 근무제’ 패러다임으로 맹공을 펼친 야당과 양대 노총에 밀린 나머지 좌초되었다. 이 충격으로 법률 개정을 수반하는 노동개혁은 총선 이후로 사실상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국정 성과가 단기간 내 발휘될 수는 없다. 거대 야당이 대통령 공약 추진 등에 딴지를 걸고 훼방을 놓는 것은 정치권의 생리다. 이런 지형에서 제도와 정책의 물줄기를 바꾸는 개혁이 힘들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윤 정부는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심어주는 담대한 노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크다. 매년 무난한 성과를 내는데 익숙한 직업공무원들과 함께 개혁 작업을 추진하다보면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만 그릴 뿐이다. 문 정부와는 차별화되면서도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정책 상품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서 실패한다면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더 힘들 것이고 윤 정부 역시 국정동력을 아예 잃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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