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10.26 14:47

현대차 까다로운 금융조건에 '실익 없다' 판단
인증중고차 시장 확대에 할부금융 경쟁 치열

신한카드(왼쪽) 본사와 현대카드 본사 전경. (사진제공=각 사)
신한카드(왼쪽) 본사와 현대카드 본사 전경.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현재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두 곳의 카드사만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결제서비스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그룹 내 할부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해당 서비스 제공을 아직 준비 중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24일 오픈한 인증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구입할 경우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계약금 등의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KB국민·삼성·롯데·하나 등 타 카드사들은 고심 끝에 현대차 인증중고차 플랫폼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해당 플랫폼 참여를 희망했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까다로운 금융조건 탓에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측이 내세운 조건은 오토론 금리규제, 복합할부 불허 등으로 알려졌다. 인증중고차 시장 저변 확대와 고객혜택 향상 등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불참을 선언한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결국 현대차 중고차 구입고객 유치가 실익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앞선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에서 7%대 금리를 받아서는 신용리스크와 대손비용을 반영하면 남는게 없다"며 "현재의 조건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내 계약금 결제화면. (사진=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내 계약금 결제화면. (사진=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이와 같은 카드업계의 움직임은 애플페이 동향과 비슷하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계약조건이 시장에 알려진 뒤에 현대카드를 제외한 타 카드사들이 높은 수수료 지급을 놓고 참여여부를 아직까지도 고심 중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수수료 수입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고객유치를 위해 출혈을 감수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점유율 측면에서 위기감이 돌고 있는 KB국민카드는 장고 끝에 현대차 인증중고차 플랫폼 불참을 선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이번 3분기에 27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감소한 성적표다.

연초 애플페이 효과를 입은 현대카드에 역전당한 뒤에는 전체 회원 수도 약 1만명 가량 뒤처졌다.

때문에 현대차 인증중고차로 신규고객 확보에 나설 수도 있지만 무리수를 뒀다간 자칫 실적악화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경영판단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높은 시장점유율 덕에 현대차 인증중고차 플랫폼 진출로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그 손실을 완충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한카드가 현대차 인증중고차 플랫폼에 진입하면서 자동차할부금융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직 결제기능과 론 위주의 금융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플랫폼 내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했을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현대차 인증중고차 할부금융 전속시장(캡티브마켓)'을 이룰 것으로 예견했다. 

그럼에도 신한카드가 그 틈을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업계 1위 규모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과 수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했다. 

신한·KB국민·삼성 등 7개 카드사들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0조37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10조1765억원 대비 1956억원 증가한 액수이며 2021년 9조115억원보다는 1조3606억원 늘었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카드 자동차할부금융 자산규모와 누계수익은 각각 4조1205억원, 823억원으로 2위인 KB국민카드보다 각각 7271억원, 303억원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 KG모빌리티 등 여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국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은 점차 활성화 할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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