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11.08 15:37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보험대리점 자율협약 체결…GA업계 체질 개선 마중물"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 진행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 진행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취임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보험대리점(GA) 업계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터였다.

그 결과, GA업계 성장의 나침반이 될 '자율협약'을 최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자율협약을 통해 업계 내 불공정 관행을 모두 없애고 떨어진 업계 위상도 바로 세우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다만 그가 목표달성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게다가 보험제조와 판매 분리라는 '제판분리'의 거대한 파도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6일 서울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사옥에서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을 만나 업계 현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소비자에게 'GA'는 아직 낯선 개념…자율협약으로 정상화 총력"  

"안타깝게도 지금의 법인보험대리점(GA)은 소비자들에게 낯설고 먼 개념입니다." 

김 회장은 GA업계의 현황을 이처럼 진단했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종류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GA업계가 보험설계사 수 늘리기 등 외연확장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A업계가 앞으로 보험의 중심에 서려면 모든 걸 다 뜯어고쳐야 한다"며 "금융당국이나 타 금융업계에서 봤을 때 아직도 GA업계는 나쁜 평판, 낮은 위상을 지닌 변방지역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회장은 "지금껏 GA업계는 회사경쟁력 제고방안을 오직 보험설계사의 수를 늘리는 데서만 찾았다"라며 "사람만 많으면 그만이라는 '설계사 만능주의'에 매몰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의 기업이 기술력 증대, 시설투자 등에 힘쓰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생겨난 인력 빼오기 관행 탓에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안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인력 빼오기는 고아계약 발생을 비롯해 관계법령을 위반한 승환계약, 경유계약, 무자격 모집행위 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회장은 "그럼에도 GA업계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며 계속 제 살 깎아먹기를 반복했다"며 "이에 환골탈태의 첫 걸음으로 지난 9월, 총 39개 대형 GA 참여 하에 '자율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자율협약의 1차 목표는 업계 내 불공정 관행 배척과 여태 무너진 업계의 위상을 바로 세움에 있다"며 "이를 위한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도 바로 발족했다"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자율협약이 원활히 가동된다면 앞으로 GA업계는 양적증대가 아닌 질적증대로 자연스레 나아갈 것"이라며 "GA 내부시스템 혁신, GA 간 전략적 인수합병 등이 일어나면서 금융업계 전반을 이끌 시금석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규칙없는 이종격투기 판과 다를 바 없었던 GA업계 정상화에 각고의 노력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율협약 협약서. (사진제공=한국보험대리점협회)
자율협약 협약서. (사진제공=한국보험대리점협회)

◆"보험제조와 판매 분리는 당연한 수순…GA업계 역할증대 예상"

이처럼 GA업계가 자율협약에 힘쓰는 또다른 이유는 보험제조 및 판매 분리 즉 '제판분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제판분리가 지금보다 활성화할 경우 GA업계가 보험판매 주체로 자리잡을 게 예상되서다.

김 회장은 "보험제조와 판매의 주체가 바뀌는 제판분리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라며 "때문에 보험판매의 주체인 GA업계가 앞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자율협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험상품 판매인력 대비 GA 소속 보험설계사 비중은 지난 2012년 39.1%에서 지난해 60.1%까지 늘어났다. 

인원 수로는 지난해 말 기준 24만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원수보험사에 속한 전속설계사 16만3000명보다 많다.

게다가 개인형 생명보험상품 모집계약의 GA 활용비중은 지난 2012년 24%에서 2022년 41.3%로 확대됐다. 장기손해보험상품의 GA 활용비중은 같은 기간동안 42.9%에서 53.6%로 커졌다.

김 회장은 "일반 보험사를 제조공장으로 비유하자면 전속설계사는 그 제조공장의 영업사원과도 같다"며 "반면 GA는 이 모든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파는 대형마트라고 보면 되는데 여러 상품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의 관심이 보험판매 주체인 GA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때문에 제판분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와 요건을 갖춘 GA에 대해 독립적 금융기관 성격을 가진 '보험판매전문회사' 등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소비자 선택권을 제고하고 불완전판매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보험판매전문회사와 같은 완전판매를 지향하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김용태(오른쪽)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손인성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전략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김용태(오른쪽)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손인성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전략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GA업계 자율협약, 자율로 끝내선 안돼…자정화 노력 이어갈 것"

이처럼 GA업계 역할이 커가는 상황 속에서 김 회장은 "업계 성장의 필수조건인 자율협약이 말 그대로 자율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만일 자율협약을 스스로 깨고자 하는 GA가 있다면 업계 차원에서 법적·행정적 제재 이상의 조치를 취해 자정화에 힘 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GA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점 해결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확언했다. 

그는 "보험산업의 발전은 하루게 다르게 나날이 이뤄지고 있지만 몇몇 제도와 규약은 아직 옛날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며 "18살 아이한테 3살 아이의 옷을 입혀놓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는 대형 GA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들에게 과거 5~10명 규모의 GA 규율체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은 문제점 해결 등을 위해 내년에 열릴 22대 국회를 목표로 보험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채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GA업계 이익 대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금융당국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더 나아가 산업 전반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제대로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 규모의 GA 39개사는 지난 9월 20일 '보험대리점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GA 간 과도한 스카우트를 예방하고 적발시 패널티를 주자는 게 골자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참여한 GA 규모는 지난 9월 39개사에서 11월 현재 46개사까지 커졌다"며 "500명 이상의 GA 대다수도 자율협약 참여를 약속한 상황이어서 올 연말까지 그 규모는 60여 개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협약식 이후 즉각적으로 신고센터 운영에 돌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GA의 부당 스카우트 관련 문자발송 건을 색출하고 이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이처럼 자율협약은 시간이 지날수록 GA업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20년까지는 18~20대 국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원장, 중앙일보 기획실 기획위원직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6월 7일 제7대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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