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14 12:13

현직 교수들, 기득권 포기·혁신 동참해야 10개 글로컬대학 '순항'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총 3조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대학 지원사업인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에서 10개 대학이 처음 선정되면서 차별화된 교육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컬대학 30’은 지방대학이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등과의 유기적 협력 속에서 담대한 혁신과 발상의 전환으로 수도권 대학은 물론 세계 우수 대학들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방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진다면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의 자생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뽑힌 10개 대학에 5년간 최대 1000억원을 지원한다. 지자체도 지역 내 대학에 최소 250억원(한림대)에서 최대 1804억원(충북대·한국교통대)을 투입하겠다고 글로컬대학 본지정평가위원회에 약속한 바 있다. 포항공대는 대학법인에서 2000억원에 이르는 재정투자금도 확보했다. 각자 처한 여건에 최적화된 혁신방안을 스스로 내놓으면서 10박11일 간의 합숙심사를 통과한 10개 대학이 내년부터 조직 내외부와의 벽을 허무는 대장정에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지역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추진과계 실행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한다면 입학생이 급감하는 시기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은 물론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지역 기업과 연구소 등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컬 30 프로젝트의 임팩트. (그림제공=교육부)
글로컬 30 프로젝트의 임팩트. (그림제공=교육부)

글로컬대학 1차 연도 선정 과정에 108개 비수도권대학이 94개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하는 작업을 준비하면서 대학교육에서 혁신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현재와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길을 걷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자체 강점과 비교우위를 찾는 심층분석이 뒤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통합과 지역연합, 대학 공동학위, 자원 공유를 통한 혁신공유대학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면서 종전 대학 간 무한경쟁이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과 균형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교 졸업자를 받아서 가르치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지역산업 발전도 도모하는 플랫폼 대학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대학 간 통합, 단과대학 및 학과 철폐, 자유전과제 도입에 따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교수들의 기득권 포기가 주목된다. 순천대는 생명산업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인문예술대학, 공과대학, 미래융합대학 등 5개 단과대학을 없애고 스마트팜스쿨, 애니메이션스쿨, 코스모스(우주항공·첨단소재)스쿨, 평생교육스쿨로 개편하기로 했다. 2025학년도부터 3대 특화분야에 정원의 75.4%를 배정하고 분야별로 무학과 광역모집을 실시한다. 교육소외지역과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에 나서고 지역강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행정·연구 지원 및 정책 자문을 실시, 수익을 창출한다는 발상도 신선하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국·공립대 통합으로 경북도와 한몸이 되고 경북 7개 교육·연구기관과의 통합운영으로 지역상생 효과를 도모하기로 했다. 2024년부터 100% 완전 자유전과제를 실현하고 2025년부터 학과 단위를 없애 학생 선택권을 강화한다. 2025년 3월 통합 국·공립대 출범을 위해 입학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통합대학 내에 공공부총장제를 도입하며 대학과 지자체, 혁신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전담기관인 'K-ER협업센터'를 설치, 운영한다. 한국국학진흥원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문화센터, 한국문화어울림센터, 한국문화원 등과 연계해 'K-인문의 세계화'에 도전한다는 청사진도 돋보인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양 대학의 교육기능을 일원화, 인공지능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종합교원양성대학을 추구한다는 모델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부산교대 연제캠퍼스에 교육기능 수행기관을 이전하고 재배치한다. 지자체, 지역교육청, 기업들과 함께 '에듀데크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세계적인 에듀테크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에코델타, 명지, 센텀2지구에 새로운 미래교육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 성공한다면 적잖은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상대는 신설되는 우주항공대학 재학생 전원에 등록금과 기숙비를 전액 지원하고 항공우주공학부 무제한 전과와 지역 전문대학 학생의 무제한 편입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창원과 사천에 집중된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을 활용, 우주항공방산 분야 '아시아 톱3'가 된다는 목표도 관심을 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지역동반성장 모델 사레 (그림제공=교육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지역동반성장 모델 사레 (그림제공=교육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통합 작업에 돌입, 2026년에 ‘1도 1국립대’를 완성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의 9개 캠퍼스처럼 춘천(교육·연구), 원주(산학협력), 강릉(지학연협력), 삼척(지역산업) 캠퍼스를 각자 특성분야를 갖춘 '한국의 UC'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캠퍼스 경계를 초원할 탑클래스 통합학과도 운영한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도 통합 이후 중복학과 조정과 재배치를 통해 청주·오송(연구중심대학), 충주·의왕(미래지향공학), 증평·오창(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실증) 캠퍼스로 특성화하고 무제한전과제와 다전공학기제를 도입한다. 

올해 선정된 10개 글로컬대학은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현직 교수들이 혁신에 적극 동참해아만 향후 순항이 가능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지 않는다면 '글로컬 30'은 다른 지원 정책사업처럼 정권교체 이후 지리멸렬해질 수 있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대학 규모와 실행계획 등을 고려해 대학별·연차별 지원액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내년 2월까지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이미 제출한 실행계획서를 제대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교육부는 매년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3년차에는 중간평가, 5년차에는 종료평가에 나선다. 실행계획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성과가 미흡하면 협약을 해지하거나 지원을 중지하는 불이익이 주어진다. 필요하다면 사업비도 환수할 방침이다. 통합 추진을 전제로 공동신청했을 경우 협약 체결 1년 이내에 통합신청서를 교육부에 내야 하고 통합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눈속임'은 용납되지 않으며 '공짜점심'도 없다는 것이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교육부 입장에서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올해 10개 글로컬대학이 뽑힌데 이어 내년에는 10개, 2025년과 2026년에는 각 5개가 선정된다. 교육부는 올해 15개 예비대학에서 뽑혔다가 탈락한 5개 대학에는 내년까지 예비지정 자격을 인정해줄 방침이다. 재수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글로컬대학이 되기를 희망한 108개 대학 중 대부분은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아예 신청하지 못한 대학의 사정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이 어려울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내는 외국인 유학생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지방사립대는 수두룩하다. 이들이 갖는 위기감과 불안감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일부는 수년 내 간판을 내려야할 처지다. 이리 되면 학생과 교직원은 피해를 보고 지역사회도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한계에 처한 지방 사립대학들이 질서 있게 퇴출에 나서도록 각종 퇴로를 열어준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의 국회 의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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