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23 15:12

"실시간 적발 어렵다면 수십분 안에라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2008·2011·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조치다.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경험을 통해 본 국내 증시 흐름은 상황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불법 무차입 거래 등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배경과 찬반 논란, 그리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이태규(왼쪽부터) 정책위 수석부의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이태규(왼쪽부터) 정책위 수석부의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공매도 거래의 전산화 이슈가 제도개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전산시스템 도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기간 금융당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이다.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는 차입 계약이 성사되면 대여기관이 수치를 수기로 입력하고, 매도 주문을 넣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기록을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이 고의 누락 등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불법공매도 적발 시 수기 입력에 따른 단순 오기 혹은 실수라고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불법공매도를 자행한 외국인들의 법인명을 밝히는 것도 지난해 말에나 시행됐다.

지난 16일 발표한 공매도 개선안에는 기관투자자의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관이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매매반영  ▲잔고부족시 차입·승인 ▲대차반영 등 3단계에 무차입 공매도 예방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개선안에 따르면 증권사에게는 기관들의 전산 시스템 확인 의무를 부과했다. 전산 시스템이 갖춰야 할 체크리스트를 점검하고, 증빙 문서 확인, 샘플 테스트 요구 등 전산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관의 전산 시스템 의무화는 지난 몇년간 실현가능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 규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이미 높은 수준인데도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전 위원장은 2018년 5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가 터지자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한다며 '주식 잔고와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매도 참여자의 모든 주식 잔고와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불법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후임인 은성수 전 위원장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운전자가 음주를 하는 경우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기술은 가능하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며 시스템 구축에 반대했다.

그나마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차거래 정보 보관 의무 지원을 위해 대차거래 계약 확정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마저도 의무가 아니고, 외국인은 아예 이용하지 않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자체 전산 설비를 이용하거나, 기존에 이용하던 거래 플랫폼 등을 이용해 대차거래 정보를 보관할 수 있어 현재 예탁원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시간 적발이 어렵다면 수십분 내에 불법공매도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낮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을 어떻게 개선하느냐다. 

현재 기관과 외국인은 잔고 없이 매도 주문을 내도 실제 결제가 이뤄지는 거래일 후 2영업일 안에만 주식을 빌려 거래를 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은 공매도 거래 시 매도 주문을 내려면 사전에 팔려는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외국인과 기관은 잔고 없이 우선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법공매도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며 "사전에 불법공매도, 특히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더 이상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린 만큼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은 자본시장 만들기 위한 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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