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3 06:05

2023년 금융권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횡령사고는 또다시 발생했고, SM엔터 인수를 두고 시세조종 의혹까지 번졌다. 여기에 사모펀드에 이어 ELS 금융상품도 대규모 손실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상생금융, 내부통제 강화, 공매도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본지는 올해 금융권 이슈를 되짚어 보고 금융회사의 반성과 기회를 ㊤ ㊥ ㊦로 나누어 재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유한새 기자)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유한새 기자)

◆대주주 사법리스크로 금융사 경영 마비

대주주의 사법리스크로 일부 금융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위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주주인 상상인에 대해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년 4월 4일까지 상상인이 보유한 지분 90% 이상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상상인은 두 저축은행의 100%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며, 상상인의 대주주는 지분 23.3%를 보유 중인 유준원 대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12월 두 저축은행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상상인이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 등이다. 불법 대출 혐의도 받아 과징금 15억2100만원이 부과됐다. 유 대표에게도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 달 만에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상상인은 매각과 별개로 금융위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대주주 적격성이 불거진 곳은 카카오뱅크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카카오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의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이어 ELS까지 투자상품 대규모 손실

5대 은행에서 판매한 ELS가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홍콩 H지수를 연계한 ELS의 경우 8조4100억원이 판매돼 이중 절반 이상이 원금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ELS 상품 판매 당시 홍콩 H지수는 1만2000선이었다. 하지만 현재 6000선까지 떨어져 큰 폭으로 지수가 상승하지 않는 한 손실은 확정된다.

투자금융 상품에서 손실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또다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문제다. 일부 은행에서는 고령자 판매, 투자확인서 서류 조작과 같은 불완전판매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전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상기준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DLF와 라임·옵티머스 사례를 감안하면 원금 손해액의 40~80% 비율이 예상된다. 기본 배상 30%에 부실 책임(20%), 초고위험 상품(5%)을 감안해 기본비율은 55%를 적용했다. 여기에 고객 연령대와 투자 경험 여부가 가감돼 배상 비율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 불신 키운 불법 시세조종

올 한해 국내 증시는 '주가조작'이 화두였다. 연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경쟁할 때,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카카오는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금감원 조사를 받은 후 검찰에 송치됐다.

개인의 시세조종도 수차례 밝혀져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4월 8개 종목이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들 종목에 주가조작 세력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똥은 키움증권에 튀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하한가 직전 주가조작에 연루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매매) 형식으로 대량 매도해 주가조작 세력과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회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 5월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다우키움그룹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월 영풍제지 사태에도 연루됐다. 장기 우상향을 그리던 영풍제지도 주가조작 세력이 붙었는데, 이들은 키움증권 계좌를 개설해 시세조종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 증권사가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를 막아둔 상황에서 키움증권만 미수거래를 막지 않았고, 미수금 4333억원이 발생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막대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검찰총장이 사상 처음으로 거래소에 찾아와 시세조종 세력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며 경고했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공매도 또 중단 조치…일반투자자 환영 속 개선과제 산더미

공매도 확대를 저울질하던 금융당국은 11월 5일, 주말에 급히 브리핑을 열고 다음 날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이 줄곧 제기하던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꾼 셈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다며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를 허용했다.

업계는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이탈을 우려했다. 외신 역시 손쉽게 바뀐 제도로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매도 금지를 주장했던 개인투자자도 불만이 해소되지 못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안 초안에 담긴 담보비율, 상환기간 등이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불만이다.

무차입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 구축에서도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재개 이전에 무차입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금융당국과 업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중소형 증권사 위기 부른 부동산PF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가동을 멈췄다. 이에 증권사도 자금 흐름이 막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신규 사업까지 좌초될 위기다.

증권사의 채무보증과 대출잔액을 합친 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는 6월 말 기준 28조4218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조272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15.9%에서 17.3%로 1.4%포인트 증가했으며, 연체액도 8404억원에서 9492억원으로 약 1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0~2021년 사이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른 부동산 PF 사업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최근에는 관련 부서를 축소하고 있다. 대형사들도 관련 부서 축소에 동참했고, 일부 회사는 수백억의 충당금을 쌓고 있다.

자구 노력에도 회복 기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 증권업에 대해 전망하며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부동산 관련 최종 손실 인식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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