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21 12:02

美 공매도 담보비율 150%…상환도 일정 기간 정해두고 있어
처벌 강화 구체적 언급 피한 금융당국…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2008·2011·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조치다.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경험을 통해 본 국내 증시 흐름은 상황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불법 무차입 거래 등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배경과 찬반 논란, 그리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지난 16일 오전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김소영(왼쪽부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지난 16일 오전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김소영(왼쪽부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정부·여당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 발표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에 담긴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가 선진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기관·외국인투자자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민당정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 협의회'를 개최하고 개선안 초안을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매도한 뒤 해당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값에 매수해 주식을 갚는 거래방식이다. 그동안 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빌려오는 조건이 다르다는 문제가 지속 제기돼왔다.

개선안에 따르면 대주 담보비율을 대차와 동일하게 기존 120%에서 105%로 인하할 전망이다. 대주 거래는 개인이, 대차거래는 기관·외국인이 이용한다. 구체적으로 현금은 대차와 동일한 105%로 인하하고, 코스피200은 현행대로 120%를 유지한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담보비율을 기관·외국인 기준에 맞춘 것이다. 

공매도 거래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은 개인과 기관·외국인 모두에 대해 90일+알파(a)를 적용할 전망이다. 그간 기관·외국인들은 주식을 빌릴 때 상호 협의 하에 언제든 상환 기간을 연장을 할 수 있어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지적 받아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개미들의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조삼모사' 개선안이라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담보비율을 개인과 기관·외국인 모두 동일하게 13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줄곧 개인의 담보비율 하향이 아닌 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 상향을 주장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약 9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개인의 허들을 낮춘 것은 공매도 투자를 부추겨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당정은 개선안 초안에 이같은 우려를 사전에 인지하고 "담보비율 인하로 반대매매 발생시 바로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투자자 안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막지 못했다.

이번 개선안에 담긴 상환 기간 일원화도 표면적으로는 기관·외국인들의 기간을 줄여준 듯 보이지만 결국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번 개선안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다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일본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30%이며, 미국은 150%이다. 두 국가 모두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에게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담보비율을 낮춘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반대 방향인 셈이다.

상환 기간의 경우 미국은 기관간 대차거래 시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즉 선진국도 일정 상환 기간을 정해두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기관·외국인의 무기한 연장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간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전면 재개를 주장해 온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데 이어 이번 개선안도 선진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불법공매도 적발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문 금액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불법공매도 처벌 수위는 선진국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최고 징역 20년, 영국은 벌금에 상한을 두지 않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1억유로(약 1410억원)나 법인 기준 이득의 10배의 금액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발의된 법안을 바탕으로 처벌 수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벌금을 2배로,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벌금을 3배로 가중하도록 한다. 주가조작 행위는 가중처벌 대상이지만, 불법공매도는 별도의 가중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정책 불신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벌써 4차례나 공매도 중단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개선안이 선진국과 반대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민당정이 발표한 개선안은 아직 초안에 불과해 향후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도 다소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공매도 금지 기간이 내년 상반기까지인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는 최종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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