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16 07:00

2008·2011·2020년 이어 네 번째 강경 조치…미봉책 논란 여전
주식시장 롤러코스트 장세…설익은 표퓰리즘 정책 실효성 의문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2008·2011·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조치다.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경험을 통해 본 국내 증시 흐름은 상황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불법 무차입 거래 등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배경과 찬반 논란, 그리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지난 5일 김주현(오른쪽부터)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지난 5일 김주현(오른쪽부터)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올해 초 공매도 전면 재개를 언급했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기때문에 관련업계와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배경으로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이유로 들었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로, 우리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행위다.

개인투자자들은 줄곧 기관들의 불법공매도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기관들의 불법공매도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금융감독원이 기관의 불법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이후다. 금감원은 지난달 15일 홍콩계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560억원대 불법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단순 실수라고 치부한 기관들의 불법공매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그때까지도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원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여당의 압박 이후부터다. 친윤계 대표 인사로 알려진 국민의힘 권선동 의원은 지난 1일 "많은 분들이 불법공매도와 관련한 전수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완비될 때까지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 금지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공매도에 대한 제도적 개선은 국민과 한 약속이자,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국민의 뜻을 받들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서둘러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금융당국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에 여당의 '표퓰리즘(득표+포퓰리즘)'에 공매도가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같은 의혹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뜨겁다.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와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서 전면 금지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과거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등 세 차례 있었다. 세 차례 모두 지수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

2008년에는 1600선을 웃돌던 코스피가 1400선으로 급락하자 공매도가 금지됐다. 하지만 1000선 붕괴를 막지 못했고,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될 때쯤에야 1400선을 겨우 회복했다.

2011년에도 코스피 지수가 8월 들어 2100선에서 10일 만에 1800선으로 급락하자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하락세가 멈추며 횡보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당시 코스피는 2000선에서 2주 만에 1700선으로 떨어졌고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금지 기간 중 320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과거 공매도 금지가 지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면 이번에는 '불법 공매도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조치다.

공매도 금지는 발표 다음날 바로 시행됐다. 공매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숏커버링(환매수)에 나서며 증시 변동성은 극심해졌다. 

코스피는 공매도 금지 첫날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같은날 코스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공매도 타깃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종목들은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환호는 하루 만에 그쳤다. 다음날 국내 증시는 급락했고, 코스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예고 없이 시행된 공매도 금지는 결국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증권가도 "글로벌 증시 반등 국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공매도 전면 금지 이슈는 국내 증시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증시는 많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며 "공매도도 변동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공매도 때문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기간 중 당국은 불법공매도로부터의 투자자 보호책을 내놔야 한다. 최근 일부 개인투자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공매도 금지가 아닌 공매도 선진화를 촉구한다"며 "공매도 가능 대상 종목은 전 종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확대 전제 조건으로 ▲공매도 관리 전산화 ▲3개월 의무 상환 기간 ▲동일한 담보 비율 적용 등을 제시했다.

공매도 금지를 두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금융당국이 결단을 내린 만큼 개인투자자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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