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2.27 14:40

정의정 "시스템 구축해 신뢰회복 나서라"
유관기관 "실시간 모니터링 신중한 접근"

27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 김득의(왼쪽부터)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순혁 작가, 정의정 한투연 대표, 김대종 세종대 교수, 변진호 이화여대 교수,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 여상현 예탁원 증권대차부장, 홍문유 코스콤 금융투자상품부장, 김영규 금투협 자율규제기획부장이 참석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27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 김득의(왼쪽부터)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순혁 작가, 정의정 한투연 대표, 김대종 세종대 교수, 변진호 이화여대 교수,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 여상현 예탁원 증권대차부장, 홍문유 코스콤 금융투자상품부장, 김영규 금투협 자율규제기획부장이 참석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정부·금융당국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개인투자자들과 증권 유관기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실시간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관기관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27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4일 유관기관과 증권업계가 모여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한 지 약 3주 만이다. 

지난 토론회는 개인투자자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으며 토론회 자체가 기울어졌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이차전지 열풍을 일으킨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과 여상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차부장,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또한 학계에서는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패널로 참여했다.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를 맡았다.

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공매도 전산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논쟁이 여전하다"며 "각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유관기관을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이 정말 불가능한건지 묻고싶다"며 "금융위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5월 금융위가 당초 약속했던 '실시간 주식잔고 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장 마감 이후 잔고와 거래내역, 결제 수량 등을 사후적으로라도 관리한 후 무차입 공매도가 의심되면 검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시간 주식 매매 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이 만약 허위 자료였다면 작성자와 발표자들을 사기범으로 처벌해야 하지만 허위일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며 "지금이라도 금융위의 의지만 있다면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자 당시 발표 이후에 직무유기가 발생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박순혁 작가는 "지난 2021년 트루테크라는 IT 회사와 함께 불법 무차입 주문을 냈을 때 걸러주는 '투르웹'이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 증권사는 무차입 공매도 같은 경우 거부 알림이 뜬다"며 "대표적인 증권사로 하나증권이 있는데, 국내 소수 증권사만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이라도 관련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당연하게 답이 나와있는데 '불가능하다'고 뒤집어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일어났을 때 공매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는데, 거래 자체를 전산으로 하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며 "공매도 거래를 수기로 작성하는 것 자체가 공매도에 대한 전체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전산화를 주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금융위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천문학적 비용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하며 비용 문제만 부각시켰다"며 "이에 투자자들은 비용만 있으면 해결가능한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것은 신뢰 회복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스템 구축 비용을 들여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신뢰성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관기관 패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송기명 거래소 부장은 "지난 2020년 자동화된 대차 거래 플랫폼 도입과 관련해서 국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첫 번째 이유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종목별로 유동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량주는 쉽게 빌릴 수 있지만,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거나 기관들이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형주들은 주식을 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차 거래는 종목별로 대차 거래 플랫폼을 통해 표준화할 수 있는 종목이 있고, 표준화할 수 없는 종목이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서 자동화된 대차 거래 플랫폼을 의무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인·기관이 장외시장에서 개별 협상으로 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메신저는 대부분 블룸버그 단말기를 사용한다"며 "모든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산적으로 관리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문유 코스콤 부장은 박 작가가 언급한 트루웹에 대해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서는 공매도 잔고관리, 대차 중개 계약 내역 등이 유기적으로 일원화돼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 언급된 대차 중계 시스템만으로는 어렵다"며 "또한 국내 플랫폼을 의무화해서 사용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여상현 예탁원 부장은 "해당 시스템이 잔고 관리를 명료하게 할 수 있지만, 모든 공매도 거래가 전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감원과 거래소가 TF를 꾸려 내년 4월까지 한 번 더 모색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관기관들은 증권사나 거래소가 투자자의 장내·장외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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