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18 07:05

주가 하락 인과성 없고 MSCI 선진지수 편입 걸림돌
개인투자자 보호 위해 '전산화·내부통제 강화' 시급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2008·2011·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조치다.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경험을 통해 본 국내 증시 흐름은 상황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불법 무차입 거래 등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배경과 찬반 논란, 그리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박순혁 지키키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전산화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되면서 투자자들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으로 이뤄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지수가 상승할때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폭탄을 돌리면서 이를 다시 끌어내리는 것을 반복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는 태생적으로 주가 하락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며 "16년간 코스피가 2000선에서 맴도는 것도 공매도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생각은 달랐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상당히 완화됐다"며 "공매도에 대해 추가적인 제약을 걸 경우 오히려 외국인투자자의 자본 이탈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통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변동성을 안정화 시키고 시장의 가격발견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현재 정상 주가는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며 "아직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의 인과성에 대한 주장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공매도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타깃이었던 8개 종목 가운데 6개가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으며, 최근 시세조종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영풍제지도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공매도의 순기능이 조명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폐지 논란'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OECD 가입국가 가운데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를 아직까지 없다. 일본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2%가 안된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공매도 금지는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앞서 말했듯 이번 공매도 한지적 금지 조치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자본시장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는 불법공매도를 척결하고,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찬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당정이 제시한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대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속 빈 강정'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기관의 담보 비율을 높이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의 담보 비율을 낮춰 결국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상환기간도 90일+알파(a)로 같게 해준 것 자체도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는 불법공매도를 척결하고,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자본시장은 수십년간 이어졌던 공매도 논란에서 또다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수기로 입력하는 공매도 시스템을 조속히 전산화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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