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29 11:53
서울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곳이 바로 은행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은 19조30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1.6% 늘어났다. 2021년 기준금리가 7월 0.5%에서 8월 0.75%를 거쳐 11월 1.00% 인상으로 마무리되면서 5대 은행 이자이익은 29조8432억원을 기록했다. 3.25%까지 올라간 2022년에는 36조3467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1월 3.5%로 올라간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8일 미국 주식시장은 금리 피벗(방향 전환) 기대감이 커지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4%, 나스닥 지수는 0.29% 올랐다. 대표적인 매파 인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이날 워싱턴D.C 연설에서 “지금 당장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둔화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5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을 54.1%로 봤다. 전달(29%)보다 크게 올라가면서 상승장 연출에 기여했다. 

선물시장은 내년 말까지 미 연준이 총 4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BS는 내년 3월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제시한데 비해 골드만삭스는 하반기로 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고금리 기조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인하 속도가 더디고 폭도 적다면 효과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금리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 극복과정에서 투입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기준금리를 급속히 올리면서 은행권은 역대 최대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임직원은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고 희망퇴직자는 최대 11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았다. 금융자산가들도 고금리를 챙길 수 있는 금융상품이 쏟아지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문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수년째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저소득층과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은 장기화된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다.

은행은 기준금리 상승폭보다 대출금리를 더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는 찔끔 높이거나 천천히 상승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잔액 기준  은행 예대금리차는 2021년 12월 2.21%포인트에서 2022년 12월 2.55%p까지 커졌다. 지난 10월 현재 2.47%p로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2년전보다 여전히 0.26%p 높다. 

2021년 7월부터 법정최저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졌지만 서민들이 누리는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는 대부업 시장에서마저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조달비용도 크게 올라가 20% 금리에 저신용자에게 빌려줄 경우 이익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서민금융생활 지원사업을 위해 설치된 자활지원계정 재원에 은행이 예대금리차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은행의 독과점 이익, 은행만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정숙 의원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은행의 독과점 이익, 은행만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정숙 의원실)

이지윤 서민금융진흥원 차장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은행의 독과점 이익, 은행만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 “서금원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신용도와 소득이 낮아 제1금융권 신용대출 이용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총 5조7755억원, 77만건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지난 9개월간 실적만으로 2021년 공급규모(5조3176억원)를 능가했다. 

서금원은 지난 10월말 현재 11개 정책서민금융 중에서 새희망홀씨와 사업자햇살론을 제외한 9개를 공급한다. 근로자햇살론은 복권기금과 금융기관 재원으로 운영되는 근로자 대상 보증부 대출상품이다. 연소득 3500만원이하 또는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이하 근로자에게 최대 2000만원을 3년 또는 5년 동안 연 11.5% 이하의 금리로 빌려준다. 근로자햇살론 이용자의 81.3%는 연소득 3500만원이하로 집계됐다. 

미소금융을 대출받은 사람의 21.8%는 연소득이 2500만원이하였고 미소금융 이용자의 57.1%는 신용평점이 하위 10%이하로 나타났다.

서 차장은 “2016년 서금원이 설립된 이후 양적 성장을 거쳐 질적 성장 변화를 추구하면서 자영업자, 근로자 등 포괄적 개념에서 대학생, 최저신용자, 신용카드 미보유자, 연체자 등 금융사각지대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취약계층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과잉채무와 채무불이행 문제를 예방하기위한 비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책서민금융기관이 서민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수요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 공급하려면 재원을 늘려야 한다. 정책서민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고도원(왼쪽) 양정숙 의원실 선임비서관과 이지윤 서민금융진흥원 차장이 28일 국회 토론회 석상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제공=양정숙 의원실)
고도원(왼쪽) 양정숙 의원실 선임비서관과 이지윤 서민금융진흥원 차장이 28일 국회 토론회 석상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제공=양정숙 의원실)

이와 관련, 양정숙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근무 중인 고도원 변호사는 이날 ‘서민금융법 일부개정안 발의 배경, 근거 및 기대효과’ 발제를 통해 “서금원의 추가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은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에 대해 1천분의 3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금액을 서금원의 자활지원계정으로 출연하도록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밝혔다. 고 변호사는 “5대 시중은행의 최근 이자수익을 감안할 때 0.3% 한도까지 출연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000억원이 신규 출연되면서 미소금융 사업규모를 약 30%이상 확대할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온라인 쇼핑 구매가 늘어나면서 골목상권과 로드 숍의 경기 침체는 심화되고 있다. 향후 대출연체자와 신용불량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원금보다 1년 내 더 많은 이자를 내기 일쑤인 불법사금융 이용금액은 2021년 10.2조원으로 2018년 7.1조원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2018년 41만명에서 2021년 76만명으로 늘어났다. 기존 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다른 대출방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불법사금융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울 9일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울 9일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사금융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 인질화까지 벌어지는 등 집단화, 구조화되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금융감독원과 국무조정실, 법무부에 대해 서민생계금융 확대와 개인파산 및 신용회복 절차 정비를 지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후 은행권은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불법사금융척결 범정부 TF를 통해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강화하는 것과는 별도로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목표로 자금 공급을 늘리는데 노력해야 한다.

은행은 은행법이 1조에서 밝힌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 기여라는 공공성을 수행할 책무를 지닌다. 더구나 외환위기 시절 86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남았다. 현재 신용도와 소득이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도록 정책서민금융 지원에 지속적으로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미소재단 재원 확충이 시급하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휴면예금재단 산하기관으로 5개 은행 미소재단과 6개 대기업 미소재단이 설립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700억원을 출연했고 국민, 우리, 기업 등 3개 은행은 각 500억원을 냈다. 하나은행은 기존 공익 기금이 있어 300억원을 출연했다.

그 이후 정치권 관심 부족으로 추가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저신용 자영업자 금융기관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 하위 20% 중에서 대출금을 안 떼일 사람 위주로 지원에 나서는 형편이다. 제1금융권 거래가 불가능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을 날리더라도 공익적 갱생자금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자는 당초 취지는 물건너간지 오래다.

최초 출자금으로 버티려는 은행미소재단의 고육지책이 안타깝다. 이런 소극적 모습이 이어진다면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사가 늘어나야만 공익 차원의 실질적 서민금융지원 확대도 가능하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추가 출연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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