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8 16:27
대구 보훈병원 방문간호사(왼쪽)가 스마트 약상자를 이용해 국가유공자 김갑생씨에게 복약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대구 보훈병원 방문간호사(왼쪽)가 스마트 약상자를 이용해 국가유공자 김갑생씨에게 복약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간호사는 의사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약물을 투여하고 치료 과정에서 간호적 지원을 제공한다. 병원에서 치료할 때 별 문제가 없지만 재택의료에선 불편함이 뒤따르게 된다. 

한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빨랐던 일본은 간호사의 역할 확대에서 해법을 찾았다. 특정 분야에서 진료보조에 나설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1995년 인정간호사 자격제도를 마련하고 1997년부터 인정심사를 개시, 창상·장루(腸瘻) 분야 응급간호 인정간호사 23명과 실금간호(현재 피부·배설케어) 인정간호사 36명을 배출했다. 현재 당뇨병간호, 치매간호, 재택케어, 섭식연하장애간호 등 40개 분야에서 인정간호사가 활동 중이다. 대체로 간호의 질 제고는 물론 국민 안전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간호협회 아키요 키자와(앞줄 오른쪽) 상임이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 참석, 발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일본 간호협회 아키요 키자와(앞줄 오른쪽) 상임이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 참석, 발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일본 간호협회 아키요 키자와 상임이사는 18일 ‘일본 인정간호사 제도 및 간호인재 양성 노력의 성과’ 발제를 통해 "일본은 2025년까지 재택의료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프로토콜에 따라 특정 분야에서 진료보조를 수행할 수 있는 간호사 양성이 필요했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인정간호사 제도’를 2020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이내 교육기간 중 800시간 이내의 연수를 수강하면 ‘수액을 통한 탈수증상 보정’ 등 특정행위에 있어 특정 인정간호사는 환자를 관찰하면서 탈수가능성을 판단, 프로토콜에 제시된 증상의 범위 안에 있다면 프로토콜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정맥주사를 투여하고 의사에게 결과를 보고하면 된다. 물론 증상의 범위 밖에 있다면 의사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때보다 신속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프로토콜에 나온 증상 범위 내에서 시행하는 만큼 안전성도 확보된다.

일본에서 인정간호사가 되려면 일본 간호사 면허를 딴뒤 5년 이상의 실무연수 중 인정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인정간호사 교육기관  과정을 이수한뒤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합격하면 인정간호사로 등록되고 인정증서가 교부된다. 5년마다 갱신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7월 현재 2만3260명이 등록됐다. 평균 연령은 46.9세다.

아키요 키자와 상임이사는 “인정간호사는 수가 측면에서 당뇨병 합병증 관리료, 완화케어 진료 가산, 전문관리 가산, 재택환자 방문 욕창관리 지도료 등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후생노동성은 지난 6월 ‘제8차 의료계획’에서 감염증 확산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뿐 아니라 의사의 근무방식 개혁에 따른 업무 이양 및 업무 공유 추진을 위해 특정행위연수 수료자, 그 외 전문성이 높은 간호사의 양성 및 확보를 추진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중 일부는 CRRT(지속적 신대체요법), 당뇨교육, 감염관리, 장기이식, 상처장루, 심장재활 등 세분화된 간호영역에서 자체적으로 양성 및 배치 기준을 마련, 전담간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자격이나 교육과정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병원별로 자격과 교육과정, 업무분야, 역할 등이 제각각이다. 코디네이터로 부르는 곳도 있다.

병원에서 직접 환자를 돌보는 업무 이외의 일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데도 금전적 보상이 지급되는 곳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전담간호사에 대한 명확한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적절한 보상 및 경력개발 체계를 마련, 향후 미래의료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담간호사 양성방안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담간호사 양성방안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은영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이날 ‘한국 간호 업무의 세분화 및 특정간호 분야별 전담간호사 현황’ 발제를 통해 “101개 의료기관에서 주로 경력으로 선발된 전담간호사들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보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표준화된 교육과정도 거의 없다”며 “보건의료환경과 의료서비스 수요변화에 대응해 숙련간호사를 양성해야 할 간호 분야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성 방안으로 ▲직무역량 중심의 분야별 교육훈련 체계 마련으로 지속적인 전문성 확보 ▲간호사 개인에게 경력개발 경로 제안 ▲의료기관에 숙련 간호인력 양성 및 배치 기준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만성질환도 덩달아 늘게 된다. 이동하기가 힘든 병·의원이 아닌 집에서 전문화되고 질도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간호사는 지속적인 점검과 교육, 지원을 통해 만성질환자의 자가관리를 돕는데 적임자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전담간호사 양성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학술세미나에 참석,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전담간호사 양성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학술세미나에 참석,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전담간호사 양성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학술세미나’를 주최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전담간호사제를 국가 인정제도로 시행할 수 있도록 자격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간호사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체계적인 역량 강화 시스템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한국도 일본처럼 간호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 기술을 지닌 간호사들이 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경력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식적인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역량을 갖춘 전담간호사가 배출된다면 ‘팀 의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제때 적절하고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 필수의료 붕괴 시대를 맞아 의료안전망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일부를 메우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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