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01.14 08:00
조선업계 빅3. (자료제공=각사)
조선업계 빅3. (자료제공=각사)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조선 업계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에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수주 전략을 앞세웠다. 보수적인 수주 목표를 세워 고부가가치선박 등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일하게 수주 목표 달성에 성공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135억30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157억3700만달러) 대비 14.2%, 달성액(223억2000만달러) 대비 40%가량 각각 줄어든 수치다. 또 2020년(117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목표치이기도 하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3년 치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올해 수주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주 목표를 발표하지 않은 다른 조선사들도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목표액 95억달러의 87%인 83억달러 달성에 그친 만큼, 올해 목표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목표치는 이르면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 69억8000만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40억달러(57.3%)를 수주한 바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매출 및 수주 목표를 비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업계에선 전년 대비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2.5년치 매출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량 확보에 치중한 목표성 수주를 지양하고, 기존과 같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지속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작업을 진행중인 가운데 10여년 이상 펀더멘털을 개선한 일본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이에 일각에서는 업황이 피크아웃에 진입한 상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조선 시장의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24.7% 감소한 2900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발주량 3850만CGT(추정치)보다 24.7% 감소한 수준으로 2022년(5020만CGT) 발주량에 비해선 약 42.2% 줄어들 전망이다.

연구소는 "최근 수년간 신조선 시장의 호조를 끌어온 가장 중요한 선종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지난 수년간의 집중 발주로 필요 물량에 다다르고 있어 점차 수요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해운시황 악화로 선사들의 신규 투자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은 공격적인 신규 수주보다 선별 수주를 강화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중점으로 한 전략 추진에 나섰다. 특히 업계는 신규 발주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신조선가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신조선가는 연중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185만CGT로 전월(245만CGT) 대비 24% 감소했고 전년 동기(340만CGT) 대비 46% 감소했다. 다만 신조선가지수는 178.36을 기록하며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종별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억6500만달러 ▲초대형 유조선(VLCC) 1억2800만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22~24k TEU) 2억355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말 선가와 비교해 LNG운반선은 6.9%, 초대형 유조선은 6.7%,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9.5%씩 가격이 상승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