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07 16:51

빅5 전공의 파업 투표 속속 가결…복지부 "국민 피해 없도록 모든 조치 강구"

(출처=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출처=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맞설 기세다. 전날 정부는 당장 내년 의대 입학 인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단숨에 65%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같은 증원 방침에 각 지역 의사회들은 일제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정치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정원 확대 발표안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5000여명에 달하는 의대 정원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를 빌미로 전체 의대정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명백한 오진"이라며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은 이제 투쟁의 선봉에서 백척간두에 선 의료계와 대한민국의 위기를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의사회도 "정부는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인가를 생각해 보고, 불통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다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하기 바란다"며 "증원을 강행한다면 불굴 의지로 정부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의 194개 의학 학술단체를 총괄하는 대한의학회도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의학회는 전날 "기초의학은 물론 임상의학 교수도 부족한 의과대학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 발표대로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의 졸업 후 수련 대책 등 증원에 따른 부작용 역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는 전공의 교육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없이 진행되는 의대 증원은 그동안 어렵게 만든 한국 의료시스템을 파괴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된다. 급격한 의대 증원 정책은 이공계 인력의 의료계로의 유입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근간을 무너지게 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의학회는 향후 194개 회원 학회의 뜻을 물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3일 부산광역시를 방문해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순회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3일 부산광역시를 방문해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순회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현장에서의 파업 전운은 고조되고 있다. 현재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 파업 참여 투표가 가결됐고 다른 병원도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12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파업 등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2000명은 너무 지나치다"며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건 등을 논의한다. 의협은 비대위 구성 후 파업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증원 발표 전 '강행 시 파업'을 선언했던 만큼 의협의 파업은 예고된 수순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등 의사의 집단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17개 시·도 보건국장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복지부는 전날 의대증원 발표와 함께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하고 '의료법 제59조'에 의거해 의협 집행부 등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

회의를 주재한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집단행동이 강행되더라도 국민이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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