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02.08 18:56

결국 내부인사 선택하며 '순혈주의' 고수…내달 주총서 확정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재계 서열 5위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이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으로 낙점됐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8일 파이널리스트 6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한 뒤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으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장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후추위는 장인화 후보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며 "장 후보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인화 전 사장은 1955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공과대학원에서 조선해양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MIT)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했다.

정통 '포스코맨'으로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1988년 포스코의 전문연구기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해,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철강생산본부장,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그룹 내 철강부터 신사업·재무·마케팅 두루 경험했고, 직원들과 소통도 활발한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2018년 회장 선임 때 현직 최정우 회장과 최종 2인으로 경쟁했지만 패했다. 2021년 퇴임 후에는 포스코 자문역을 맡아왔다.

철강업 부진, 이차전지 소재 시장 침체 등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추스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이번 회장 선임 절차 시작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줄곧 거론됐다.

최종 후보 6명 가운데 포스코 내부와 외부가 3대 3으로 갈리면서 미래소재사업 확대를 위한 외부 출신 인사 영입설도 제기됐지만,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후추위는 결국 조직 안정과 철강을 택했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그룹 핵심인 철강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신사업 부문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하며, 이차전지 소재와 원료 중심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다음 달 21일 주총에서 과반 지지로 신임 회장 선임안이 통과되면 장 전 사장이 최정우 현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제10대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한편 일각에선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단 한 차례도 초청받지 못하는 등 불화설에 지속해서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기 회장 인선 방식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6.71%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인 포스코의 소액주주 지분이 75%가 넘어 특정 주주 영향력이 크지 않은 구조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는 최 회장과 대립해 온 포항 지역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이 포스코홀딩스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에 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진행됐다.

최 회장과 포스코홀딩스 사내·외 이사 등 16명은 지난해 캐나다와 2019년 중국에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장 전 사장도 2019년 중국 출장에 동행해 현재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후추위 위원 모두가 뜻을 같이했다"며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맡은 바 책무를 수행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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