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5.12.15 14:49

공공기관·대기업 ‘스펙타파’ 채용 확산…기업별 기준 살펴 취업전략 세워야

<사진:전국경제인엽합회>

취업을 위한 언어능력, 수상경력 등을 일컫는 소위 ‘스펙’에 대해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고용절벽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과도한 스펙 쌓기의 부담을 줄여주고 직무능력을 최우선 채용기준으로 삼는 게 ‘스펙타파 채용’이 도입된 계기다.

직무능력 중심의 스펙을 배제한 입사전형은 정부주도로 시작됐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구직을 위해 애쓰는 청년들이라면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살펴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취업준비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NCS를 독파, 공공기관 채용에 대비하라

지난 3월 정부와 130개 공공기관은 직무능력중심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만들어,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 1만7000명 중 3000명이 NCS에 기반한 서류 및 면접전형을 통해 채용됐다.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과 수준별로 나눠 체계화 해놓은 표준이다. ‘서류-필기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학력·스펙 보다는 직무 관련성의 비중을 높인 평가 방식이 기존 채용시스템과 다르다.

올해 NCS를 바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 공공기관은 신입사원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필요한 인재를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NCS가 또 다른 스펙으로 작용하나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의 NCS 채용 확산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진 않다

NCS는 정부 주도로 실질적인 직무능력을 평가하기위한 표준이지만, 이를 좀 더 잘 배우고 익히기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돼 또 다른 하나의 스펙 쌓기 열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학력과 자격증 위주의 취업준비를 고쳐보자고 만들어진 NCS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직무능력만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채용방식이 바뀔 경우, 경력자는 우대되는 반면 신입 취업준비생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따라 NCS를 운영 중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동영상 강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려고 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확산, 진화하는 ‘스펙타파’ 채용시스템

NCS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통한 맞춤형 직무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최근 대기업들 중심으로 일고있는 ‘스펙 타파’ 채용은 응시자들의 인성과 개성 그리고 전문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큰 가닥이 잡혔다.

학력과 학점을 묻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관계나 자격증을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인상(人相)평가마저 배제하는 기업도 있다.

오로지 인성을 위주로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을 맞이하겠다는 실험이다.

특히 최근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인문계 출신들의 '취업 문'이 좁아지자 일부기업에선 인문계 출신을 뽑은 후 소프트웨어 개발관련 교육 등을 실시한 후 정식으로 채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스펙타파 채용이 늘고 있는 것은 고용절벽의 시대에 보다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주려는 기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지원자들은 다양한 채용절차를 숙지한 후 자격증이나 외국어보다는 원하는 기업의 직무에 연관된 지식이나 전문기술 습득이 취업에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전경련이 발표한 주요 10대 그룹의 스펙타파 채용전형 사례.

-삼성

 

인문계 졸업자들이 더 이상 ‘문송’하지 않도록 인문계 출신들을 위한 맞춤형 인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컨버젼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문계 전공자를 채용 후 소프트웨어 인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참가자는 6개월간 채용내정자 신분으로 삼성전자,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관련 교육을 받은 후, 수료 시 해당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교육비는 삼성에서 전액 부담하며, 교육기간 중 식비·도서비(6개월간 1인당 총 1,300만원)를 지원받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The H‘ 전형을 운영 중이다. 인사담당자가 취업준비자들에게 찾아가는 이른바 ’캐스팅‘제도가 눈에 띈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대학교 등지에 방문해 입사대상자를 캐스팅하고, 3개월간 인성 중심 평가를 진행 후 최종 선발한다. 인성 평가 과정에는 근교 여행, 봉사 활동, 식사 모임, 선배사원과의 만남 등이 포함되며, 출신학교·학점·어학성적 등의 스펙은 평가항목에서 배제된다.

201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H innovator' 전형도 있다.

‘서류-인적성검사-면접-7주간인턴-우수 수료시 입사’ 과정으로 구성돼있다.

모집분야는 개발, 플랜트, 전략지원, 디자인 등인데, 디자인 부문의 경우 학교·전공·학점이 필요없고 오로지 실기시험만으로 평가한다. 자동차마니아부문은 자작차나 로봇동아리 활동 우수자들을 선발한다.

-SK그룹

지난 2013년부터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통해 ‘스펙타파’ 채용을 진행 중이다. 서류와 면접(자기PR과 심층으로 구성)후 선발된 인원은 2개월간 인턴과정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받을 경우 입사가 결정된다. 지원할 때 자유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하며, 지원서류에는 학력, 학점, 가족관계 등의 기입란이 없다. 이름, 생년월일 등의 최소정보만 기입한다. 면접은 자기PR면접과 심층면접이 있다. 자기 PR은 주요도시에서 실시되며, 구직자는 15분내외로 준비된 파워포인트 자료 등을 활용 자기소개 및 해당 직무에 자신이 적합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2개월간의 인턴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할 시 SK계열사로 입사하게 된다.

이외에도 SK탤런트 페스티발(채용설명회)참가자 둥 PT우수자는 공채지원시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LG그룹

‘1995년부터 ’LG글로벌챌린저‘(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수 입상자에게 인턴 또는 정규직 입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참가자는 자유 주제로 해외탐방을 다녀와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PT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LG전자는 ’14년부터 ‘LG코드챌린저’(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 우수 입상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LG코드챌린저’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경연대회로 우수 입상자에게 공채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롯데그룹

’2010년 상반기부터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우수 입상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또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15년 상반기부터 ’스펙태클(Spec-tackle) 오디션‘을 개최,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서류심사는 직무에세이만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프로그램 기획(홈쇼핑), 신성장동력 제안(백화점) 등의 미션수행과 PT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올해 하반기부터 ’채용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선배사원이나 인사임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현장 면접을 진행하며, 이후 최종면접(사장단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된다. 심사에서는 지원자의 인성 및 직무전문성을 주로 검증한다.

-한화그룹

지난해 하반기부터 ’HMP‘(한화 멤버십 프로그램)를 운영하며, 수료자에게 신입공채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면, 6주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연수기간 동안에는 그룹의 주요 사업과 연관된 주제로 디자인·마케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KT그룹

지난 2012년부터 ’달인채용‘ 전형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마케팅, SW개발, 영업관리 등의 직무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거나 우수한 역량을 지닌 사람을 스펙에 관련 없이 선발한다. 또한, ’13년부터 ‘KT스타오디션’을 개최해, 우수한 자기PR을 보여준 지원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지난해부터 ’청년영웅단‘을 선발, 신입공채 지원 때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 해준다. ’청년영웅단‘이 되려면 신세계그룹이 주최하는 지식향연(인문학콘서트)에 참가 후, 온라인 퀴즈 등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또 지난해부터 ‘S-Scout’(현장인재발굴 제도)를 시행, 현장근무자가 추천하는 사람 중 일부에게 신입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 해주고 있다. 마니아, 파워블로거, 경진대회 수상자 등이 대상이며, 평가항목에서 지원자의 학교, 전공, 나이, 어학성적 등은 배제된다.

-CJ그룹

지난 2013년부터 ’뉴파트타임잡‘ 전형을 운영하며, 우수 파트타임 근무자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 영업지점에서 3개월이상 근무한 파트타임 근무자는 해당 점장의 평가와 면접을 거쳐 전문인턴으로 승급될 수 있으며, 3∼6개월간의 인턴과정과 최종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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