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0.29 20:04

"소식과 적당한 운동, 금연이 뇌졸중 예방의 최선"…입원 후 사망환자 7%에 불과

김종성 교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이 대세다. 아무리 경제·경영·사회과학·정치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는 인물이라도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면 뭔가 부족하게 보여질 정도로 인문학의 위세는 당당하다.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 김종성(60)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로 평판이 높다. 방오영 삼성서울병원(신경과) 교수는 김 교수를 일러 "세계 각지의 보석 같은 여행지 소개부터 예술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학문적 열정을 가진 의사"라고 평가한다.

김 교수의 인문학적 소양은 국민들에게 '뇌'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는 대중 의학서적 집필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8년 <뇌졸중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뇌졸중 119> <춤추는 뇌> 등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책을 다수 집필했다. 특히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의 1장 '잠은 왜 잘까' 편은 2002년부터 중학교 2학년 국정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헨리포드병원 뇌졸중연구소 연구원(1992~1993년)을 거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뇌신경연구과장(1994~1997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30년 가까이 '뇌' 분야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 2002년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해있는 한국인'으로 뽑혔고, 이듬해엔 한국의 노벨의학상으로 불리는 '분쉬의학상'을 수상했다.

- 의학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음악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필·소설 등 대중서적을 많이 읽었고, 시 쓰기를 배우기도 했다. 그런 성장과정에서 감성이 남들보다 조금 발달한 것 같다.

- 대중 의학서적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
▲십 수년 논리적인 논문만 쓰다 보니 성격까지 경직되는 듯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수필을 썼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만난 출판사 사장이 뇌와 관계된 수필만 모아서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했고, 그래서 나온것이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었다. 의사가 뇌와 관련된 수필을 쓰는 것이 흔치 않으니까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곳에서 뇌 의학을 문학적으로 써 달라고 원고 청탁이 밀려왔다. 그래서 한 일간지에 '뇌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2년가량 연재했다. 그것이 또 책으로 출간됐고, 그 인연으로 다른 곳에서도 잇따라 청탁이 들어왔다.

◆세계 최초 신경과학 교과서 발간

김 교수는 2008년에 <뇌혈관 동맥경화(Intracranial Athero sclerosis)>라는 신경과학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발간했다. 김 교수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교과서에는 세계적 석학 미국 하버드 대학의 루이스 캐플런(Louis R. Caplan)과 홍콩대학 로렌스 왕(Lawrence Wong) 교수가 참여했다.

- 뇌신경 과학 교과서를 쓰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간단히 설명하면 동양인과 서양인은 신체 구조가 다소 다른데 동양인의 관점에서 쓴 교과서가 나온 적이 없어서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맥경화인데, 서양인은 목 아래쪽 혈관에 동맥경화가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동양인이나 흑인·히스패닉(중남미인)은 두개강(머리뼈 속의 공간)에 있는 동맥에 동맥경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과서는 서양에서 집필했기 때문에 '뇌졸중은 대부분이 목 동맥혈관의 경화가 원인이다'고만 쓰여 있었다. 두개강에 대해서는 거의 없었다. 동양인은 전 세계 인구의 60%, 아프리카인은 12%가량 된다.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유럽·미국을 다 합해도 20%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두개강에 있는 동맥 경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교과서를 써서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김 교수는 뇌중풍이나 편두통 진단과 치료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다. 뇌중풍 뒤 복잡하고 다양한 감각장애와 뇌간에서 생기는 뇌중풍 연구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두통과 뇌졸중이 함께 나타나는 '멜라스병' 환자를 국내에서 처음 알렸으며, 일어서면 발생하는 두통인 '기립성 두통'의 주요 원인인 '두개뇌압저하증' 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분석해 세계적 학술지 <뉴놀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 뇌졸중은 어떤 질병인가?
▲기본적으로 뇌혈관 질환이다. 서양에선 스트로크(stroke)라고 한다. 뇌의 무게는 1200~1300g가량으로, 몸 전체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장기고, 하루 종일 일하는 장기다 보니 산소나 영양분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 산소나 영양분을 백혈구가 갖다 주는데, 그 통로가 혈관이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 일부가 갑작스럽게 기능을 못하게 되고 기능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뇌졸중이다.

◆발병 후 신속 조치하면 완치 가능

-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뇌졸중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뇌출혈이 많은 편이다.

- 뇌졸중의 위험 신호는 어떻게 찾아오나?
▲뇌혈관 질환인 만큼 혈관을 손상시키는 요인은 모두 위험 인자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위험요인이 많을수록 특별한 증상은 없어도 뇌졸중이 다가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짜게 먹는 식습관·흡연 등이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1950년대 뇌졸중이 사망 원인 1위였다. '짜게 먹지 마라, 담배 피지 마라' 교육을 했더니 비율이 줄었다. 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은 뇌졸중으로 죽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남부아시아나 중국 등 의료 후진국에서 짜게 먹고, 담배 많이 피고 그러다 보니 뇌졸중이 많다.

- 뇌졸중이 짜게 먹는 식습관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짜게 먹는 습관이 뇌졸중과의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 뇌졸중은 완치가 가능한가?
▲뇌졸중은 어느 부위에 얼마나 막혔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70~80대 고령자는 MRI를 찍어보면, 무증상뇌경색(무증상뇌졸중)이 있다. 혈관이 오랫동안 망가졌는데도 증상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조금만 뇌졸중이 와도 그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다. 완치가 힘든 경우다. 하지만 최근엔 치료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재 뇌신경과의 경우에 입원 후 사망환자는 7%가량이다. 굉장히 줄어든 수치다. 아직 중증 질환이지만 분류되긴 치명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

- 개발 중이거나 이미 개발해 효능이 입증된 치료법이 있다면?
▲뇌졸중의 치료법은 뇌혈관 내부와 외부 등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바깥쪽이 동맥경화다. 약 이름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특정 의약 물질이 좋은 듯해 시험했더니 혈관이 막히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는 중국 등에서 그 약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뇌졸중 발병 이후 생기기 쉬운 우울증 등 감정적인 장애를 예방하는 약을 연구하고 있다.

- 한국의 뇌졸중 치료 수준을 평가한다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대학병원에 있는 3차 병원센터는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의 톱 랭커들과 수준이 똑같다. OECD에 따르면 뇌졸중 사망률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다. 그만큼 큰 병원에선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규모가 작은 시골 병원들이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해야 하는 병인데, 시골은 큰 병원으로 옮기는 데 시간적 제약이 있다. 정부가 '권역별 뇌졸중 센터'를 지정했지만 도서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시간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상의 철칙이 있다면?
▲발병 후에는 대형병원에 빨리 와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병 전에는 '원시인을 닮아라'고 조언한다. 원시인은 하루 종일 뛰거나 걷는다. 그리고 적당히 먹는다. 원시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원인인 과체중이 없지 않나. 그리고 원시인은 춤을 춘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 중의 하나는 금연이다. 담배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이 같은 생활 태도를 갖도록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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