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07 11:29

'터치' 한번으로 만남 신청...단순 호기심? 진지한 만남?

[뉴스웍스=김벼리기자] 170여개 업체, 회원수 330만 명, 시장가치 200억~500억원.

워킹화나 파스타소스 시장 얘기가 아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추산한 ‘소개팅앱’ 시장 관련 수치들이다.

소개팅앱이란 말 그대로 소개팅 주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말한다.

각 소개팅앱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지만 기본적인 속성은 일반적인 소개팅과 동일하다. 만남을 제안하거나 제안 받은 뒤 승낙을 받거나 승낙하는 구조. 다만 소개팅앱에서는 원래 사람이 맡았던 중매자의 역할을 컴퓨터가 도맡을 뿐이다.

소개팅앱들의 서비스 패턴도 비슷한 편이다. ‘회원가입→프로필입력→주선→의사결정→오프라인 만남’의 절차다.

우선 이용자가 입력한 프로필의 적절성을 운영자가 심사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주선’을 진행한다. 주선이란 일정 간격으로 상대방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중 마음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면 이제 ‘의사결정’ 단계다. 지목 받은 상대에게 소개팅 의중을 묻는다. 상대방이 ‘OK'하지 않으면 만남도 무산이다. 업체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몫이다.

<사진제공=저기요>

◆ ‘편리한 소개팅’에 몰리는 청년들…女 “호기심” vs 男 “연애”

이런 소개팅앱이 최근 20·30대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체 앱 ‘비게임 분야’ 매출순위 10위권 중 3개가 소개팅앱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소개팅앱을 찾는 이유는 뭘까?

소개팅앱 ‘정오의 데이트’가 1만6523명에게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내용을 보면 남녀 사이의 온도차가 드러난다. 여성의 경우 2명 중 1명은 ‘호기심 때문’이라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10명 중 3명이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한 것.

구체적으로 보면 여성들은 '그냥 호기심에서'(49%), '채팅·대화 친구를 찾고 싶어서'(26%),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16%) 등의 순이었다.

반면 남성은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29%), '그냥 호기심에서'(26%), '채팅·대화 친구를 찾고 싶어서'(23%), '가벼운 만남을 하고 싶어서'(19%) 등으로 답했다.

한편 소개팅앱을 통해 직접 상대방을 만난 경험은 남성(47%)보다 여성(59%)이 더 많았다. 이들에게 추가로 "앞으로도 만나볼 생각이 있는지"를 묻자 여성 48%, 남성 43%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난 경험이 없지만 용기 내서 만나보겠다"고 말한 응답자도 여성 33%, 남성 47%에 달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 소개팅앱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해볼까’ 정도의 호기심이지만 절반이 넘는 회원이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더라도 진지한 만남을 생각하는 등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사진제공=아만다>

◆ 선얼굴평가 후가입, 명문대만, 등급제 등…천태만상 소개팅 앱

몇몇 소개팅앱은 다소 유별나기까지 한 특징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를 두고 170여개에 달하는 소개팅앱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못생긴 사람’은 가입할 수 없는 앱이 있다. 대표적인 게 ‘아만다’다. 아만다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를 줄인 말이다.

이름처럼 아만다는 아무나 정식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수 이성의 심사를 통과한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다.

우선 아만다를 내려 받아 회원가입을 신청한 뒤 학력·나이·직업 등 세부항목과 프로필 사진을 올린다. 그러면 회원 30명이 선착순으로 프로필을 보고 별점을 매긴다. 5점 만점 중 3점이 넘어야만 정식가입할 수 있다. 만약 점수미달인 경우에도 재도전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최대 5번까지다.

이렇게 가입조차 어렵기 때문에 ‘아만다 재수·삼수생’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현재 아만다 가입자 수는 10만명이며 앱을 통한 만남 주선은 하루 평균 1500건에 이른다.

학벌을 가입조건으로 떡하니 내거는 소개팅앱도 있다. 일부 대학교 재학생이나 졸업 동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스카이 피플(SKY People)'이라는 앱도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의대 등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39세 남성만 가입할 수 있으며 여성의 조건은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 또는 지방 국립대, 외국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39세’다.

또한 가입대상을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KAIST·포항공대 등 전국 9개 대학으로 제한한 '밋바이스쿨(MeetBySchool)'이란 앱도 있다.

그런가 하면 ‘등급제’를 운영하는 소개팅앱도 있다. ‘차미’는 가입자의 프로필 및 외모를 기준으로 브론즈부터 다이아몬드까지 총 5등급으로 나눈다. 그리고 5등급을 더 넓게 하위등급(브론즈~실버)과 상위등급(골드~다이아몬드)으로 구분한다.

이렇게 등급을 매긴 다음에는 원칙적으로 하위 등급과 상위 등급은 서로 소개팅 자리를 가질 수 없다.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자신의 매력을 키워 프로필을 개선한다면 상위 등급으로 이동할 수는 있다. 지난 3월 말 출시한 차미는 현재까지 2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동성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앱, 이용자 주변 1km 안에 있는 이성을 소개해주는 앱,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스쳐지나간 이성을 소개해주는 앱, 이혼한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앱 등 다양한 소개팅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