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7.11 17:38
[뉴스웍스=한동수기자]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을 3D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경이로왔다. 국내에서만 관객 1330만여명을 동원, 외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돌파 영화가 됐고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라있다.
이듬해 아바타의 엄청난 성공에 영감을 얻은 전자업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전세계에 몰아친 금융 위기 직후 침체됐던 TV시장을 ‘3D TV’로 반전시켜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처럼 3D TV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3D TV는 실패했다.
◆구매자의 행동과 습관까지 파악해야

3D TV의 실패 이유는 여럿 있지만 가격이 HDTV보다 비쌌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소비자는 비싸도 필요한 물건은 산다”며 “그러나 3D TV는 당시 일반 HD TV의 2배 가격을 주고 3D화면을 집에서 봐야하는 당위성을 고객에게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첫 출시 당시 50인치 기준 3D TV는 400만원을 넘었고 기능에 따라 최고 600만원을 육박했다. 게다가 3D TV 화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3D안경이 필요했다. 삼성전자의 3D안경의 당시 가격은 17만원선이었다.
강석태 LG CNS 차장은 “제품 개발자들은 최첨단의 기술, 혁신적인 효용에 대한 기대, 연구 개발에 들어간 원가 등의 요소로 가격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시장에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수용되려면 제품의 가격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소비자가 효용 가치를 느끼는 가격대로 맞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3D TV가 외면받은 것은 비용부담 뿐만이 아니었다. 고객들은 집에서 편하게 TV시청을 하기를 원한다는 점도 3D TV에는 호의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TV를 보면서 가족간 대화나 빨래를 널거나 다림질을 할 수도 있다. 3D 안경을 쓰고 하기에는 편하지가 않고 영화에 집중도 안되는 환경이었다.
3D TV는 최근 10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수요가 많지는 않다. TV는 가정에서 가장많이 쓰이는데 고객의 일상의 습관과 행동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데 패착이 있다. 3D로 제작돼 나오는 영상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전방산업에 대한 예측도 빗나갔던 것이다.
◆“사용방법을 알아야 쓰지...” 몰라서 안쓰는 스마트폰 앱
3D TV가 나올 무렵 스마트폰 전성기였다. 이 같은 스마트폰 열기를 타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일명 앱)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폰을 써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NIKE+’라는 헬스 앱은 다른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매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사용 설명도 부족했던데다, 기능도 너무 많았지만 쉽게 쓸 수 있다고 믿음을 주는 메뉴는 거의 없었다. 아직도 아이폰에는 사라지지 않는 필수 앱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사용자는 거의 없다.
헬스케어 웨어러블도 최근 자주 소개가 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일상에서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병을 예방 할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웨어러블이 출시되자, 휴대 방식과 적용 대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예측했었다.
이 기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그런데 시장 파급력은 크지 않다.
사용의 편리성이 부족하고 구매자들의 습관과 행동까지 바꿀만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 웨어러블을 사용하게 되면 개인의 신체정보 및 병력까지 입력한 후 서비스를 받게된다. 헬스케어 웨어러블을 구매하는 고객은 업체에 개인 정보가 전달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한다. 헬스 케어 웨어러블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강 차장은 “기업은 고객들이 ▲설치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유지하고 관리에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는데 어렵지 않은가 등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신제품 내지 신사업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