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1 13:05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부품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 삼성전자에 장기 공급계약을 강제한 브로드컴이 19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부품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 삼성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해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고성능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반도체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일부 부품에서 경쟁이 시작되자 2019년 12월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장기간 매출을 보장받고자 브로드컴은 사전에 치밀한 검토를 거쳐 독점적 부품 공급상황을 이용한 LTA 체결 전략을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이 사실상 독점하던 시장에서 일부 경쟁이 도입되기 시작하자 부품 공급선 다원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LTA 체결 의사가 전혀 없었고, 기회비용 및 심각한 재정손실 등을 이유로 브로드컴의 요구를 지속 거부했다.
이에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일련의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LTA 체결을 압박했다.
심각한 공급차질을 빚자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LTA에 서명했다. LTA에는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000만달러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이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브로드컴에 의해 강제된 LTA를 이행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당초 채택했던 경쟁사 제품을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했다. 구매 대상이 아닌 보급형 모델에까지 브로드컴 부품을 탑재하고 다음연도 물량을 선구매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8억달러의 부품을 구매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2021년 출시한 갤럭시 S21에 당초 경쟁사업자의 부품을 탑재하기로 결정했으나 결국 이를 파기하고 브로드컴의 것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등 부품 공급 다원화 전략을 지속할 수 없었고 선택권이 제한됐다. 브로드컴의 부품은 경쟁사업자보다 비싸 단가 인상으로 인한 금전적 불이익도 발생했다.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들도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겼다. 장기적으로는 부품제조사의 투자 유인이 없어져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상황을 초래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브로드컴의 행위가 거래상대방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191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