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6 11:49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구글의 제미나이 3.0 프로 공개 이후 텐서처리장치(TPU)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26일 발표한 글로벌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TPU의 GPU 대체 논리에 따른 엔비디아 밸류체인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선진국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 3.0 프로의 우월한 성능에 기인한 TPU 수요 확산 기대는 합리적"이라면서도 "제미나이 이외 생태계는 여전히 GPU 의존적이며, 피지컬 AI 시대까지 고려하면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SW) 인프라 락인 효과를 지닌 GPU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틀간 엔비디아와의 차별화는 제미나이 3.0 공개가 시발점이었다. 제미나이 3.0이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인식이 알파벳에 대한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인식이 알파벳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인 TPU에 대한 기대까지 확산되며 GPU를 대체한다는 것으로 연결됐고, 이 같은 평가가 엔비디아 주가 하락까지 유발했다.
구글 공식 자료에서 제미나이 3.0 프로는 구글 클라우드 TPU에서 훈련됐다고 명시됐다. 허깅 페이스 등 여러 기술 관련 포스트에서 제미나이 3.0 프로 훈련 과정에서 GPU에 대한 의존도가 전혀 없었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구글 인프라 설명 문서에서는 AI 하이퍼컴퓨터가 TPU, GPU, 액시온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SW 통합 스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라인업 안에 TPU v5p/v5e/트릴리엄/아이언우드 포드와 엔비디아 H100 기반 A3/A3 메가 가상머신(VM), B200/GB200 NVL72 기반 A4/A4X VM가 모두 편입돼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말하는 알파벳도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AI 하이퍼컴퓨터라는 레이어 위에 제미나이가 올라가 있고, 그 아래 TPU와 GPU가 혼재하는 구조다. 다만 제미나이 서비스는 TPU가 메인이고 GPU는 주변 워크로드나 고객용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보수적인 해석이다. 제미나이 서비스 인스턴스가 GPU 위에서도 돌아가는지, 어느 비율로 TPU와 GPU를 쓰는지에 대한 공개적인 수치는 없다.
황 애널리스트는 이것이 곧 'GPU=엔비디아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봤다. 오픈소스 모델인 딥시크(DeepSeek), 라마(Llama), 큐웬(Qwen) 등과 타 빅테크인 오픈AI, 메타, xAI, 앤트로픽(Anthropic) 일부 등은 여전히 GPU 지배 생태계 위에서 성장 중이다. 구글 클라우드 자체도 고객용으로는 H100/GB200 등 엔비디아 GPU 인스턴스를 계속 판매하고 있으며, AI 하이퍼컴퓨터 구성에서도 GPU는 여전히 중요한 축이다.
현재 AI 에이전트 시대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미나이 파운데이션 모델의 호환성은 가장 앞선 성능과 함께 기술 업계에서 크게 각광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3D 공간 구현 능력인 디지털 트윈 등을 요구하는 피지컬 AI 시대까지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선점하고 있는 SW 인프라인 옴니버스(Omniverse) 등에 기인한 GPU 락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TPU의 GPU 완전 대체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 3.0 프로의 혁신이 알파벳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해석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면서 "다만 TPU에 의해 GPU가 대체된다는 해석은 다소 과도하며, 알파벳 주가의 추세 상승은 누리되 엔비디아 밸류체인의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