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19 21:00
중동, 원유 수출서 석화 생산까지…2027년까지 8개 COTC 가동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근 중동의 석유화학시장 진출로 근심에 빠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은 120조원을 들여 8개의 정유·석화 통합공장(COTC)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일부 가동 중인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회사(KIPIC) 공장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이런 중동 국가들의 석화시장 진출은 예견된 미래였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로 기존 원유 수출만으로는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지자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 유분을 제조하는 등 밸류체인(가치사슬) 창출에 나선 것이다.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COTC는 원유에서 나프타를 추출한 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 유분을 제조한다. 원유를 뽑아낸 자리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운송료와 관세 등의 비용도 절약된다.
이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의 에틸렌 생산 단가는 톤당 200달러 이하로, 300달러 안팎인 중국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내년부터 가동하는 사우디 아람코 COTC의 생산 단가는 톤당 1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공급량 측면에서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OTC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 1123만톤으로 전망된다. 이는 LG화학 등 국내 주요 6개 기업의 생산량 1090만톤을 상회하는 양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저가공습이 판치는 상황에 중동이 값싼 물량을 풀며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강화하고 '탈화학'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올해 1분기 R&D 비용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은 1분기 R&D 비용으로 2710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롯데케미칼은 46억원 늘어난 347억원을, 금호석유화학은 전년보다 1억원 증가한 128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솔루션은 전년 대비 100억원정도 줄어든 535억원을 책정했으나, 연구개발 비중을 3.06%에서 3.4%로 늘렸다.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친환경 제품을 앞세운 스페셜티 개발에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해 고부가가치 신성장 사업을 고도화한다.
한화솔루션은 케이블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고성능 타이어용 합성고무 소재인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합성수지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계는 기존 범용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저탄소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금 업계가 좀 어렵긴 하지만 길게 보면 성장 기회는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