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11.13 06:00
석유화학 빅4. (자료제공=각사)
석유화학 빅4. (자료제공=각사)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습에 여파로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3분기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 비수기로 점쳐지는 4분기 역시 어려운 업황이 점쳐지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고부가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등 '보릿고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2조6704억원, 영업이익 49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6.1%, 42.1% 각각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손실 382억원을 기록했다. 원료 가격과 운임 비용의 일시적인 증가와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도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초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였던 영업손실 1393억원과 비교할 때 적자 규모가 3배에 달하며 '어닝 쇼크'를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2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기초화학(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LC 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 부문에서만 영업손실이 3650억원 발생했다. 회사 측은 "수요 회복 지연 및 환율 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됐고, 해외 자회사 부분 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과 해상운임비 증가로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도 3분기 영업손실이 81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4.52% 감소한 2조7733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손실 410억원과 함께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손실 310억원을 냈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판가 약세가 지속됐고 해상운임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익성이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은 매출 1조8279억원, 영업이익 6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7%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을 포함한 합성고무 부문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효율을 높여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케미칼)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 위축이 지속된 데다 중국의 대규모 공장 신·증설로 공급 과잉이 일어난 점이 주효했다. 국내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며 한국 수입 물량을 대폭 줄였고, 이는 국내 기업 실적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미 중국의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 자급률은 95%를 넘어섰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들썩임에 따라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요동친다. 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지난달 톤당 148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3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 2분기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힌 해상 운임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5일 3733.80까지 치솟았다.

이런 업황 부진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은 3300만톤으로 글로벌 에틸렌 수요는 총 2600만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 증가분이 수요보다 높아 당분간 80~85%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도 "케미칼 부문은 연말 비수기 진입에 따라 시황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LUSR) 청산을 발표한 데 이어 파키스탄 법인(LCPC)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난 5월 열린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서 "LCPC를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