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8.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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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형 물걸레 트루엣지 기술을 최초로 탑재한 하이브리드 로봇청소기 '디봇 T30S 콤보' (사진제공=에코백스코리아)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중국 로봇청소기 대표 업체인 에코백스의 로봇청소기가 해킹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열세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별된 보안 기능을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개최된 데프콘 해킹 콘퍼런스에서 해커이자 보안 연구원인 데니스 기스와 브레일린이 에코백스 로봇청소기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해커들 "130m 떨어진 곳에서 해킹"…에코백스 "가능성 희박"

이들은 다수의 에코백스 제품이 해킹에 취약해 최대 130m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마이크 및 카메라도 제어할 수 있었고, 해킹을 통해 상대방 집의 실내 공간 지도도 내려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연구원은 에코백스 일부 모델에서는 5분마다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오디오 파일이 재생되는 데, 이 같은 경고 기능도 해킹을 통해 쉽게 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킹된 에코백스 로봇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다른 에코백스 제품까지 해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니스 기스 연구원은 에코백스의 보안 기능에 대해 "정말, 정말 나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로봇청소기는 사용자 계정을 삭제한 후에도 여전히 클라우드 서버에 남아있어, 제품을 중고로 구매하면 이 데이터로 중고 구매자를 감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스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에코백스 로봇청소기와 잔디깎이 기계에서 마이크와 카메라를 켜놓으면 보안의 결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에코백스에 이런 내용을 메시지로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글을 올렸다. 

해커이자 연구원인 데니스 기스는 자신의 엑스를 통해 에코백스 로봇청소기와 잔디깎이 기계에서 마이크와 카메라를 켜놓으면 보안의 결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글을 올렸다. (출처=데니스 기스 엑스)
해커이자 연구원인 데니스 기스는 자신의 엑스를 통해 에코백스 로봇청소기와 잔디깎이 기계에서 마이크와 카메라를 켜놓으면 보안의 결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글을 올렸다. (출처=데니스 기스 엑스)

이후 기스는 다시 엑스를 통해 "에코백스는 우리가 지적한 부분을 확인했지만, 해당 버그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면서 "에코백스는 성명을 통해 사용자들은 이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안심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코백스코리아 관계자는 "데니스 기스와 브레일린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본사 측이 네트워크 연결과 데이터 저장과 관련된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며 "종합적인 검토 결과, 식별된 보안 문제는 일반 사용자 환경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또한 전문적인 해킹 도구와 물리적 접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은 이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코백스 로봇청소기에 대해 보안의 우려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컨슈머리포트 등이 CES 참여 기업 제품을 조사한 결과, 에코백스 로봇청소기는 '최악의 보안 제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런 허술한 보안은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보락 S8 맥스 V 울트라. (사진제공=로보락)
로보락 S8 맥스 V 울트라. (사진제공=로보락)

◆삼성·LG전자, 보안 앞세워 점유율 확대 나서…중국 업체는 3파전

최근 국내 시장에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보안에 취약한 점을 겨냥해 보안 기능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산 제품이 절반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로봇청소기의 보안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에코백스 제품이 해킹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로봇청소기 구입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이 충분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최근 25%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보안 기능을 전면에 앞세워 시장 1위 도약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비스포크 AI 스팀' 제품 발표회에서 "비스포크 AI 기능의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보안"이라며 "모든 제품에는 '삼성녹스'가 적용되어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녹스 매트릭스로 보안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보안 플랫폼 '녹스'를 활용해 녹화 영상을 2시간만 보관하고 파기한다. 당초 녹스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보안 플랫폼이지만,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가전제품까지 적용을 확대했다.

LG전자는 중국 실버스타그룹과 손잡고 공동 개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지난 1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보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LG 표준 보안 개발 프로세스 'LG SDL'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는 암호화 처리되고, 외부의 불법적인 데이터 유출을 방어한다. 

시장조사 업체인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전년 대비 28% 성장세를 기록했다. 생활가전 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3% 역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1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150만원 이상 제품의 점유율은 65.7%에 달한다.

로보락이 지난 4월 출시한 2024 플래그십 모델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는 강력한 진공 및 물청소 기능에 엣지 클리닝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회전형 엑스트라 엣지 물걸레는 벽 가장자리 1.68㎜ 이내 공간까지 정밀하게 닦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에코백스는 모서리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로봇청소기인 '디봇 T30 프로 옴니'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트루엣지 기술로 물걸레로 닦을 수 있는 면적을 늘렸고, 브러시 엉킴을 방지하는 '제로탱글' 기술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드리머는 최근 1만2000파스칼(Pa) 흡입력의 'X40 울트라'를 국내 출시했다. 출시 당일 네이버 쇼핑라이브 채널에서 13분 만에 완판되는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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