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3 10:26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한국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지수(REER)는 10월말 89.09(2020년 100)로 한 달 만에 1.44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IS 기준 원화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낮다는 건 현재 원화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3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을 당시(89.29)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IMF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1998년 11월 86.63)와도 근접한 수치다. 외환위기(최저 68.1)와 글로벌 금융위기(최저 78.7) 급락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상황이다.

11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연저점인 1480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급등하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5원대까지 치솟아 올해 4월 9일(1472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월간 종가 평균 환율은 1414.08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원)보다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원화의 약세 폭은 주요국과 신흥국 통화를 압도했다. 유로(0.1%)와 영국 파운드(0.54%), 말레이시아 링깃(0.75%)이 강세를 보였으며, 원화(-3.29%)와 일본 엔(-2.11%), 태국 바트(-0.11%), 필리핀 페소(-0.44%)가 약세를 나타냈다.
경상수지 흑자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에도 원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최약체 통화'로 전락하면서 시장에서는 "환율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자조 섞인 평가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80원까지 돌파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계엄사태 당시 1480원대에 근접했던 환율은 당국의 강한 구두개입에 1450원대로 급락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과 시장상황전검회의를 열고 "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외환·금융당국은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