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8.29 19: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주요 조선사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동 파업에 나섰다. '슈퍼 사이클' 진입으로 향후 3년 치 일감을 쌓아 둔 조선업계는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도 임단협에 진척이 없다면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파업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박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 28일부터 동반 파업에 돌입했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 계열사를 비롯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HSG성동조선 등 8개 조선사 노조를 포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했다. HD현대삼호 노조도 같은 날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30분간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HD현대미포 노조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으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30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향후 진행되는 조선노연 공동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거제조선소에서 이미 7시간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 한화오션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오후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천막농성 등에 나섰다.

조선업계 노사는 여름휴가 이후 임단협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정년 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근속 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사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지급 방식을 두고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성과급을 RSU 방식으로 300%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은 작년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RSU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날 부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업이 본격화될 경우 타격은 커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조선사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평균 가동률은 105.2%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별로는 삼성중공업이 112%로 가장 높았다. HD현대중공업은 93.9%, HD현대삼호 118.2%, HD현대미포 101.4%를 나타냈고, 한화오션도 올 상반기 가동률이 100.7%로 100%를 웃돌았다. 가동률 100% 이상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금속노조는 '조선 총파업의 이유, 자본은 알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조선 자본은 정규직 좋은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기는커녕 물량 팀을 계속 늘리는가 하면, 무권리 상태의 이주노동자를 무분별하게 늘리며 착취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8일 하루로 (파업이) 끝나지 않는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9월까지 총파업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조선노연은 이번 파업 이후 사측에서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내달 4일(울산)과 9일(거제)에 금속노조·조선노연 공동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