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13 19: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10년 불황을 넘어 슈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업계가 암초를 만났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시작 단계에서부터 노사 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갈리며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는 13년 만에 올해 1분기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 터널을 벗어났다. 그러나 흑자로 돌아서자, 노조가 이익 공유 태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는 지난 4월 사측에 공동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에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 인상 ▲인력구조 개선 ▲임금피크제 폐기 등이 담겼다. 특히 양측은 타임오프제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이견을 보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방식을 두고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직 노조가 출범한 삼성중공업 역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의 요구에는 비단 임금 인상만이 아닌 근로조건 개선의 비중도 높다. 현장 근로자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 ▲숙련공 이탈로 인한 현장 전문성 하락 ▲인력난 속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소통 문제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로 인한 업무 효율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묵혀온 문제인 만큼 노사 간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노동 현장에서의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임단협 투쟁이 파업이라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사 간 대화 물꼬를 터줘야 한다.
업황이 다운사이클일 때는 이러한 문제 해결 시도를 하기 매우 어렵다. 업사이클을 넘어 슈퍼사이클을 맞은 지금이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적기다. 오랜 불황을 극복하고 실적 정점을 달리는 상황 속에서 파업이 일어나선 안 된다.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을 위해 절실히 노력할 때 진정한 '호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