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10.16 15:1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이천포럼' 폐막 세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이천포럼' 폐막 세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SK그룹의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이 모여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CEO 세미나'가 이달 말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해 모색하고, 그룹 리밸런싱(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에 대해 집중 토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CEO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그룹 최대 관심사인 AI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와 함께 AI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지정한 바 있으며, 이미 경영전략회의 및 이천포럼에서도 AI를 중점 주제로 다룬 바 있다. 

◆'CEO 세미나' AI 통한 새 사업 기회 모색

지난 6월 열렸던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는 AI 역량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00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어 8월에 진행한 이천포럼에는 AI 칩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기술력으로 승기를 잡고 있는 만큼, 향후 5년간 82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쟁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더불어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솔루션 사업자'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것을 논의했다.

이달 말 열릴 CEO 세미나에서는 리밸런싱 방향과 함께 '운영효율개선(OI)'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최창원 의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사업 매각이나 재편 외에도 기존 사업 운영 효율을 높여 생존 능력을 확보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그룹의 고유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정신 내재화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 서린사옥. (사진제공=SK그룹)
SK 서린사옥. (사진제공=SK그룹)

◆연말 인사, 소폭 단행 예고…리밸런싱 가속화

SK그룹은 CEO 세미나가 끝난 직후 연말 인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매년 12월 첫째 주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1~2주 정도 앞당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SK그룹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는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 10명의 계열사 CEO를 교체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진이 축소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11월 1일에 통합된 SK이노베이션이 출범하는 만큼, 이떄에 맞춰 계열사별로 인사와 조직 개편에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은 상반기에 진행한 리벨런싱을 통해 종속회사 수를 올해 초 716개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667개로 49개 줄였다. 일각에서는 종속회사 수를 4대 그룹의 60~70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군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미 원포인트로 상당수 CEO를 교체한 만큼 이번 인사 규모는 소폭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사에서는 최창원 의장의 의중이 담긴 인사가 될지,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깔린 인사인 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대표로 올라선 바 있는데, 이번 인사도 CFO 중심으로 꾸려진다면 리밸런싱 및 구조조정을 더 진행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 E&S를 합병한 SK이노베이션은 내달 초 자산규모 100조원의 초대형 합병법인으로 재출범한다.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수도 등 미래에너지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이물질을 세척하는 고순도 세정 가스를 생산하는 SK스페셜티 매각에 대해 SK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를 선정한 만큼, 향후 매각이 성사되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또 네이버 및 네이트온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SK컴즈는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지난해 86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컴즈는 앞서 2015년에 IHQ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SK그룹은 또 분리막 제조사 SK IET 및 SK엔펄스 매각도 추진 중이다.

박주근 대표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은 SK온으로 촉발된 불안정한 재무의 안정화를 꾀하는 게 첫 번째"라며 "현재 벌여 놓은 사업이 너무 많아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상당기간이 소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